일본 미스터리 매니아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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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눈
미야베 미유키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 라는 제목은 오버일지 모르지만,
작가들의 이름만 봐도 즐거워지는 단편집이지 않은가!
요즘 한국에서 가장 잘팔리는 일본 미스터리 작가는 누굴까?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온다 리쿠가 아닌가 싶다.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욕하면서 보고 (아직 기대치가 있단 이야기일까? <악의>같은 멋진 작품들도 있고, 솔직히 재미도 있고, 작품이 너무 많이 소개되다보니 범작과 졸작까지 많아서 손해보는 작가이기도 하고) 온다 리쿠는 초창기에는 좋아했지만, 신간이 나와도 전혀 관심 가지 않을 정도로 관심 끊은 상태다. 미야베 미유키야 초창기부터 꾸준히 좋아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작가들..인지는 모르겠으나, 번역작품이 꾸준히 나오는 작가들로는 요코야마 히데오, 시마다 소지, 아야쓰지 유키토,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이 있겠다.
그 외에 일본 추리소설의 고전으로 불리는 작가들로 요코미조 세이시, 모리무라 세이치, 마츠모토 세이초 등
매니아들이 많은 쿄고쿠 나츠히코, 다카무라 가오루 정도 생각나고,
이 외에도 많은 일본 미스터리 작가들이 소개되고, 인기를 끌고 있다.
미스터리 전문 출판사인 '카파 노블스'의 50주년을 축하하는 '50'과 관련된 것을 소재로 한 단편들로 모인 이 단편집의 작품들은 일본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잘 팔리는!) 작가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솔직히 이 정도의 라인업이라면, 별로여도 괜찮아. 라며 읽기 시작했는데, 단편들이 하나하나 다 재미있고, 각 작가들을 대표하는 등장인물이라던가 스타일이라던가가 나와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시마다 소지의 <신신당 세계일주 - 영국 셰필드>는 미스터리라는 기분은 전혀 아니지만, 게다가 주인공과 작품 배경까지 영국이다보니 더욱더. 가슴 찡한 이야기에 미타라이가 나와 줘서 반가웠고, 요코야마 히데오의 <미래의 꽃>은 단편들을 마무리 하는 마지막으로 나오기에 적절한 작품이기도 하고, 구라이시, 종신검시관이 나와서 이번엔 안락의자 탐정으로 병원에 누운채 사건을 해결한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눈과 금혼식>에는 역시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나와 주시다 보니, 소개된 작가들의 작품들을 이전에 읽었던 사람들에게 더 와닿고, 반가운 '종합선물세트'같은 단편집이다. <눈과 금혼식>은 애잔하고, 따뜻하고,의미도 깊은 이야기라서, 그간 읽었던 아리스가와 아리스 중에서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이 단편집 읽은 날 이 단편에 대해 꿈도 꿨다는;
아야쓰지 유키토의 <절단>은 이전 페이퍼에도 썼는데, <흑사관 살인사건>의 몽환적인 느낌이다. 말줄임표 많고.. 굉장히 끔찍한 어떤 것을 상상하게 해 버리는 작품으로, 흑사관 살인사건처럼 이 작품 역시 격렬한 호오가 갈릴듯하다. 나는? 이런 분위기 좋지요 -
미치오 슈스케의 <여름의 빛>은 .. 뭐랄까, 미치오 슈스케가 여기 왜 들어갔는지 이해가지 않기도 하지만, 작품 속에 50을 드러내는 방식이 기발했다. 이치의 다른 작품들 불쾌하게 기괴한데, 이 작품은 따뜻한 이야기도 적절히 섞여 있어서인가, 그 기발함이 돋보이고도 남을 정도의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다나카 요시키 <오래된 우물> 은 다나카 요시키의 분위기이고, 오사와 아리마사의 <50층에서 기다려라> 역시 오사와 아리마사의 분위기이다. 그런 점들이 좋다. 즐겁다.
그리고 ... 미야베 미유키 <도박눈>
미미여사의 특기 중 하나인 에도시대 이야기이다. 에도시대의 괴담을 가지고 만든 이 이야기는 여러 단편들 사이에 섞여 있어서, 이 단편집을 좋아하기로 마음 먹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미미여사의 책은 '브레인 스토리' 빼고 대충 다 읽었는데, 지금까지 읽은 미미여사 에도 시대 단편들 중 가장 좋았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아, 모리무라 세이치를 빼 놓았네. 모리무라 세이치의 <하늘에서 온 고양이>는 50엔 우표를 가지고 범인을 찾아내는 이야기. 이것 역시 모리무라 세이치 다웠다.고 할 수 있는데, 노숙자, 시골에서 도쿄로 온 취업준비생, 한 여자, 속옷도둑놈의 캐릭터들이 이야기만큼이나 생생했다.
일본 미스터리계의 거장들, 혹은 미래의 거장들의 단편을 읽는 즐거움이 쏠쏠한 단편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