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특별판)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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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멩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를 좋아하실 것 같아요. '
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알듯 모를듯 미소를 지어야했다.
이 책의 리뷰들을 보고, 또 웃음이 났다. 굉장히 호오가 분명한 책임은 분명하다.
내게 있어서는 분명 '호好' 였고, 아니, 그걸로는 약하다. '프랑스의 보르헤스' 라는 리뷰의 제목은 내가 할 수 있는 단편 소설을 향한 최고의 찬사이다.

이 책을 읽어내기 위해, 취향도 좌우할 것이고, 읽는 때도 분명 좌우할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게 된 것이 더 어렸을때라거나, 더 나이가 들어서라면, 난 지금과는 다른 기분으로 이 책을 읽어냈을지도 모르겠다.

워낙에 벼르다가 집은 책이라 들어가는 말이 길었다.
각설하고, 이 책의 단편들은 술술 넘어간다. 그림책을 넘기는 기분이었다.
글을 읽고 있지만, 그림들이 휙휙 넘어갔다.  각각 단편에 맞는 그림들을 생각하며 책을 읽어냈다.
단편의 묘미는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반전'이 중요한 하나임은 분명하다.
이 책의 단편들에는 기가막힌 반전들이 있지만, 그 반전은 수명이 긴 반전들이다. 반전을 알고 또 읽고, 또 읽어도, 이미 알고 있는 반전에 대한 기대의 쾌감이 압도적이라는 얘기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간들은, 허영에 차 있거나, 고독하거나, 변절하거나, 아무 생각 없거나, 지나치게 열정적이거나, 잔인하거나, 순진하거나, 다양한 모습들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실패하고, 울부짖는다.
글의 마지막 문장. 마지막 장면의 잔상은 꽤나 오래도록 남아 망막 어딘가에서 흔들거린다. 그 잔상이 나쁘지만은 않다. 해피앤딩은 아니지만, 상황에 대한, 체념과는 다른 수긍. 인정. 지독한 위트에 어쨌든 쓴웃음 짓게 만드는 이야기들.

원서를 못 읽는게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들은 아름답고 생생해서 읽는것 자체로도 욕구가 충족된다.

새들이 왜 페루에 가서 죽냐고?
몰라. 하지만, 뭔가 이유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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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1 2006-02-15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들이 왜 페루에 가서 죽냐라는 질문에..갑자기 든 생각....그 동네가 워낙 기니까...끝까지 가다가 기운 딸려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하하..

페일레스 2006-02-15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역시 뽐뿌질의 제왕이십니다. -ㅅ- 제가 읽은 가리씨 책은 [유럽의 교육]이랑 [자기 앞의 생](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지만)인데 [자기 앞의 생] 쪽이 더 맘에 들었습니다.

하이드 2006-02-15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머지 두권 읽어보려구요.
모1님, 글쎄요. ^^ 이유가 있겠지요...

moonnight 2006-02-15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런 찬사를 ^^ <중요한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라는 제목에 혹해서 얼마나 유명한 작가인지도 모르고 읽었었어요. 지금은 <유럽의 교육>으로 나오더군요. <자기앞의 생>도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어쩐 일인지 못 읽었네요. 이런 리뷰를 읽고서 안 읽어볼 수가 없지요. 역시 지름여신!!! ^^

하이드 2006-02-15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다른 리뷰들 읽어보시면 생각이 바뀌실지도 모르겠어요 ^^; 혹평도 많더라구요. 암튼, 전 너무 좋았습니다. 음 역시, 나머지 두 권도 어여 읽어봐야겠어요
 
유령인명구조대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재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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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13계단'이라는 걸출한 작품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라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이 독특하고, 아름답고, 낯익고,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사회를 꼬집고, 내 안의 약한 모습을 꼬집는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인테리어, 분위기, 맛, 가격, 서비스에 심지어 교통편까지 좋은 맘에 쏙 드는 식당에서 맘에 쏙 드는 메뉴를 시식한 느낌과 같다고나 할까.

내용은 간단하다.
자살한 네명이 '신'에게 받은 미션은 49일동안 100명의 자살자들을 구하는 것이다. 구하면 천당으로 갈것이오, 구하지 못하면, 계속 허허벌판에서 떠돌게 될 것이다.

자. 이 간단한 내용에 어떤 재미있는 요소들이 끼워져 있느냐 하면,

이제 막 목을 매 자살한 유이치는 왠지 모르게 절벽을 오르고 있다. '세계사 연표를 외우면서'
'1789년 프랑스혁명 발발, 1792년 프랑스 제 1공화정, 1798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과 로제타스톤의 발견...' 중얼중얼중얼 도대체 이 절벽의 끝은 어디일까?
19세기로 넘어가서 중얼중얼, 드디어 21세기. 2001년 미국의 9.11 테러에 이르러 드디어 정상 도착.
정상에서 만난 인물들은 노인, 젊은 여자, 중년 남자.

절벽 위의 생각지도 못한 허허벌판에서 만난 각기 다른 세대의 자살자들이다.
너는 죽었니, 어쩌니, 증거를 대보라는니, 하늘에 태양이 없잖니, 하며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안 등장.


신( GOD)!
'짙은 빨간색 낙하산이 상공 15미터까지 접근해 왔다. 헬멧과 고글을 착용하고, 순백의 낙하복을 몸에 두른 다이버의 모습이 분명히 보였다. 다이버를 마중하려던 넷은 상대의 낙하속도가 의외로 빠르다는 사실을 깨닫고 착지 때 밟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좌로 우로 피해 다녔다.'
유이치를 포함한 네 명이 우르르 달려가자 ' 장신의 호리호리한 다이버가 고글을 올리고 헬멧을 벗었다. 나타난 얼굴은 의외로 백발의 노인이었다. 지혜와 자비, 거기에 교활함까지 엿보이는 풍모는 마법사를 연상시켰다.'

자살자들 중 야기가 묻는다. ' 너는 누구냐?'
노인은 미소를 머금은 채 네 사람을 쳐다 보며 말한다. ' 나는 신이다'

그들의 당혹감과 그들이 신에게 받은 미션과 신이 그들을 허허벌판에서 멀고먼 우주로 밀어떨어뜨려, 지구, 일본, 도쿄, 신주쿠로 떨어질때까지의 시트콤은 보너스.  이 책 '슬픈 코미디' 로 불리운다지 않은가.
'슬픈 코미디'  는 '웃긴 비극' 만큼이나 당혹스럽다.

 쉽게 버린 목숨에 대한 변상으로 천당에 가는데, 왜 100명이나?라고 묻는 그들에게
'이자라는 것이 있지.' 신은 악덕사채업자처럼 말했다. 신은 악덕사채업자처럼 말했단다.
처음과 끝에만 등장하는 카리스마 장난아닌 '신' 이시다.

신주쿠에 떨어져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결코 세련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주황색 구조복에 등판에는 'RESCUE' 라고 써 있고, 허리쌕에는 각종 장비( 래봤자, 고글, 메가폰, 계산기 따위) 가 들어 있다.

각각 다른 년도에 다른 이유로 자살한 너무나 다른 네명.  야쿠자 할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젊은 여자 미하루, 중견기업 간부, 그리고 도쿄대 재수생인 유이치까지

그들 네명은 자살자들을 구하게 된다.
장비 : 고글( 나이트비젼) -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흔들려 보인다. 정도에 따라 청, 황, 적으로 나뉨
메가폰- 자살자들을 응원하거나, 자살자들을 막는 조력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쓰인다.
그러니깐, 유령 주제에, 순간이동도 못하고, 문 닫으면 못 들어가는 제약 많은 유령들인 것이다.

이들이 자살자의 마음을 구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나이트비젼 쓰고, '옐로우' 이상의 신호를 보이는 사람을 쫓아다니면서 메가폰 들고 소리치며 열나게 응원하는 거다. ' 힘 내' , ' 죽지 마' 서부터 시작해서 ' 너는 아무 잘못 없어' , ' 이대로도 괜찮아'

100명을 구한다고 했다. 100가지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다양한 자살자들의 이야기들이 있다. 점점 자살자들을 구하는데 도가 트는 네 명. 그리고, 자살자들을 구하면서, 자신을 자살로 몰 수 밖에 없었던 상처입은 마음 역시 달래주는 책이다. 그러면서, 자살자들의 어려움을 통해 사회를 비판하는 솜씨 또한 대단하다. '우울증' 에 걸린 사람들을 도우면서, 사회의 '정신병' 에 대한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과로하는 것이 충성하는 것이고, 충성하는 것은 당연하고 옳은 일이라는 회사에 몸바쳐 죽는 것이 가문의 영광이라는 분위기에 대한 비판. 그리고  '빚에 몰려 자살하는 사람' 들에게는 '개인회생' 카운셀링까지 한다. 은행의 공적자금에 대한 통렬한 비판은 우리나라와 너무 비슷하여, 읽으면서 새삼 울컥했다.

이 책에서 박수치고 싶은 부분중 하나는 작가가 지적하는 '자살'에 대한 일본인들의 시각이다.
'사람들은 생명을 버리는 행위에 숭고함을 느낀다. 할복한 무사나 전쟁 중의 가미카제 일화가 무슨 미담이라도 되는 듯 되풀이해서 얘기되는 일본은 더욱 그렇다. 마치 무슨 일이 생겨도 죽음으로 보상하면 된다는 듯한 위험한 풍조가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그것은 성급한 결론이다. 할복이나 자폭 공격에 사람들을 몰아넣어온 역사를 반성해야만 하는데, 왜 자살 행위만은 영웅시되는 걸까, 침략 전쟁이라는 목적을 국가 수호라고 강변한 까닭에 젊은 목숨을 버려야 했던 사람들은 그저 나라에 속고, 세뇌당했던 것은 아닐까,.. (중략).. 살아남으면 영웅이 될 수 없다. 사람들의 눈물을 끌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사물의 시비를 그저 정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은 정 속에 자신들의 목숨을 가볍게 내던진다, 라고 유이치는 생각했다. 비록 역사에 이름 같은 건 남기지 못했어도 끝까지 살아 낸 사람이 더 숭고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자살' 은 기본적으로 '마음' 에 크게 좌우되지만,
그들을 '자살'로 내모는 사회제도들, '자살'에 이르는 병들을 치료하지 못하게 하는 시선들에 대한 비판.
그리고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언제라도 내 '마음'이 흔들릴때 나타날 수호유령들에 대한 보험 같은 든든한 상상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서바이벌 북이다.

'살아가는 것'은 마음먹기 나름. 힘이 들때 내 옆에 오렌지색 rescue 구조복 입고, 메가폰을 들고 악 써주는 유령이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든든할까.

힘내라 히이이이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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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2-1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카노 가즈아키가 또 끌리네요. 최근 <13계단>이란 책 리뷰도 많이 올라오고. 험. 재밌을듯. 하이드님이 재밌다면 다 재밌어요.

아영엄마 2006-02-13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요즘은 구입자제모드라 애써 참고 있는지라.. 제 대신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니(^^:) 추천하고 갑니다. 헤헤

mong 2006-02-13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도 긴장이 되는 리뷰여요
ㅡㅡ;;;

돌바람 2006-02-14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재밌겠당. 땡스투! 누르긴 누를 건데, 지가 카드 정지 먹어서 결재가 안 된답니당. 이게 거의 경고 같아요. 어느날 주문을 눌렀는데 '일시정지'라니. 퍽퍽! 그런데도 내 옆에서 힘내라 힘~~ 그러는 유령 있음 잡아서 때려주고 싶어질 것 같아용. 그래도 며칠만 잘 버티면 그 유령 목발 짚고 눌러라 땡스! 그럴 것 같은데요. 아, 하이드님표 리뷰가 절정에 달했구만요. 내가 말이 길어지는 걸 보니. 오랜만이라는 소인도 붙이고^^*

돌바람 2006-02-14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안 사실. 보관함으로 누르면 추천이 안 되는 거네요. 장바구니는 자동 추천인데. 으아아 유령이 진짜 있나보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게요? 히히히~~

부리 2006-02-14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13계단 샀는데 그거 읽고나서 이것도 사야겠네요

하이드 2006-02-14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네, 둘 다 재밌어요.
돌바람님, 정말,정말 오랜만이에요. 유쾌한 님의 댓글 보니, 기분이 좋네요. 헤헤. 어떻게 하셨을까나! 유령하나 보내드릴까요, 메가폰 들고 옆에서 소리지를꺼에요. ' 사요! 사요!'
몽님, 이 책이 얼마나, 얼마나, 재밌냐면요! ^^
아영엄마님, 감사합니다. 님덕분에 알게 된 작가였어요.
아프락사스님, 취향에 맞으실런지 어떨런지, 한번 읽어보시라구요. ^^

페일레스 2006-02-1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의 지름은 역시... 무섭습니다 -ㅅ- 바로 보관함으로;; 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에 달린 제 댓글은 보셨나요?

하이드 2006-02-14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그럼요. 너무 부럽습니다. 흑. 저도 올해는 일어공부 할테야요.

페일레스 2006-02-14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하이드님 일어까지 배우시면 어떡해욧! 그럼 저는 영어공부를 할테야요 -_-;; 라고 해도 하이드님 수준이 되려면 100년 정도 걸리겠지만... ㅠ0ㅠ
 
낯선 들판에서의 유희
알렉산드라 마리니나 지음, 안정범 류필하 옮김 / 문학세계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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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의 힘.
이 책의 배경이 러시아가 아니고,작가가 러시아인이 아니였다면, 이 책의 설득력은 덜했을지도 모른다. 설득력이 덜하다는건 그만큼 책의 재미가 떨어진다는 이야기.

저자 알렉산드라 마리니나는 전직경찰중령, 사건 분석가, 심리학 박사, 러시아 초대형 베스트셀러 추리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그녀의 분신과도 같은 모스크바 경찰국( 흐. 왠지 스릴있는 어감이지 않은가!)  강력계 사건분석가 아나스타샤. 그녀. 예사롭지 않다.
모스경감이 술에 찌들어 위가 아파 응급실로 실려가는 '옥스포드 운하 살인사건' 에서처럼 아나스타샤는 아픈 허리와 혈관을 돌보기 위해 돌리나 요양원으로 간다. 마중나오기로 했던 그 지역의 경찰이 없어, 무거운걸 들으면 안되는 그녀가 타자기와 짐들을 들고 요양원으로 가느라 통증이 악화되고, 그 외에도 꼬이고 꼬인 입원에 정작 병실에 들어가선 모멸감과 통증에 울어버린다.

그런 강하지만은 않은 모습. 보통의 히어로의 모습과는 많이 틀리다.
'공포'와 '모욕감'외에는 느끼지 못하는 자신은 비정상이 아닐까 끊임없이 고민한다.
입맛 까다롭고, 한까탈 하지만, 사랑에도 쉽게 빠지고, 일에서의 분석가 기질은 그녀 자신의 개인생활도 끊임없이 분석하게 한다.

스너프 필름과 마피아.
뇌물과 정직하지만은 않은 거대한 힘으로 돌아가는 사회가 이 소설의 배경이다.

휴양차 왔던 아나스타샤는 지금은 합법적인 '거대한 힘' 과 조인하여 스너프 필름의 일당을 잡아들이고자 한다.

한작품 읽고 시리즈에 대해 말하기는 힘들지만, 이 작품으로 충분히 호기심이 생긴다. '아나스타샤'는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또 다른 종류의 탐정이다. 그것도 희귀한 여자탐정.


대부분 절판인 것이 아쉽지만, 다음 작품 읽어봐야겠다.

'정말 나에게는 어떠한 감정도 없는 걸까? 왜 나는 이렇게 목석 같은 것일까! 과연 나는 두 가지의 감정만을 가지고 잇는 것일까, 모욕감과 공포! 정상적인 인간들의 감정이 배제된 분석기계.' (258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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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2-12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곱번째 희생자>를 쓴 작가의 책이군요.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리뷰를 쓰셨는데 품절이라닛! >.< 웅. 그런데 일곱번째 희생자, 분명 읽었는데 기억이..-_-a;; 저역시 러시아란 배경에, 그리고 여주인공에 흥미를 느꼈던. 그치만 역시 가물가물. ;; 아무래도 다시 한 번 읽어야 할 거 같은. 그리고 다른 작품도 시도해봐야겠어요.

panda78 2006-02-12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간된 작품 중에선 도둑맞은 꿈이 제일 재밌었던 것 같아요. 읽은지가 한참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린브라운 2006-02-13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아나스타샤 정말 재밌어요 하이드님 ^^ 다른 책들도 꼭 구해서 보세요 의외로 헌책방에 많이 있어서 구하기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 문학사상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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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이다.
싱글몰트의 대부분이 생산되는 아일레이섬과 아일랜드를 여행하며 위스키를 마시는 거다.
솔직히 책을 거의 10여분만에 다. 읽.고. 난 지금 얼떨떨, 어벙벙한 기분이다.
분명, 책 모양을 하고 있는 이것은 세보려면 세볼 수도 있겠지만( 140페이지밖에 안되니깐) 귀찮아서 세지는 않을, 하루키 부인의 사진이 글보다 더 많은 (불쾌한)새하얀 종이에 아래 위 여백 대따 많고, 뭐, 그런건 다 괜찮다. 내가 두꺼운 책을 좋아하지만, 내용만 좋다면, 좀 얇으면 어떠리.

하루키가 쓴 책. 특히 여행기에 환장하는 나로서는 하루키의 내공을 볼 수 없어 실망스러운 책이다.
머릿말의 '만약 우리의 언어(言語)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이처럼 고생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잠자코 술잔을 내밀고 당신은 그걸받아서 조용히 목 안으로 흘려 넣기만 하면 된다' 와 같은 말은 주옥같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내용도, 정보도, 하루키의 특유의 여행중의 감상도 잘 느낄 수 없었다.
대신에 하루키의 책에서 보기 힘든 비유들. 여배우들에 비유한 맥주의 맛 ' 그 맛은 때때로 잉그리드 버그만의 미소처럼 은근하고 크리미(creamy) 한 것이 되기도 하고, 모린 오하라의 입술처럼 하드(hard)한 긴장감이 감돌기도 하고, 혹은 로렌 바콜의 눈동자처럼 하염없는 쿨(cool)함을 내비치기도 한다. ' 라고 말하고, '비유를 하자면, 영혼의 한 가닥 한 가닥까지 모조리 선연하고 극명하게 부각시키는 글렌 굴드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이 아니라, 어스름 속으로 새어 든 빛줄기를 가늘고 섬세한 손끝으로 더듬는 듯한 피터 제르킨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듣고 싶어지는 그런 평온한 저녁 무렵에는, 아련한 부케 향이 감도는 브나하벤 같은 걸 혼자 조용히 마시고 싶어질 것이다' 라고도 이야기 한다.
그런 거창한 비유들이 나쁘다는건 아니다.
다만 안하루키스럽고, 뭐랄까, 쓸말 없어서 억지로 길게 말 늘이려하는 듯한 과장된 비유들이 맘에 안 들었을 뿐이다.

젠장, 그래도, 하루키잖아. 하면, 뭐,그렇다. 나도 그래서 샀으니깐.
하루키 + 위스키의 조합은 대단하지만, 실망스러운 감정을 감추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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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2-1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음. 저역시 뭐, 어쩌겠어. 그래도 하루키잖아. 라고 나름 위로했었죠. ^^; 하루키에 목말라할 때 발견하고서 그저 고마와했던. ;;; 오렌지색 해 주신 저 문장, 정말 주옥같죠. +_+;;
 
씁쓸한 초콜릿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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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짙은 다크초콜릿빛 표지 구퉁이에 한 소녀가 커피잔, 아니 핫초콜릿이 담긴 잔을 들고 앉아 있다.
그녀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아마도, 씁쓸하지 않을까? 책의 제목 씁쓸한 초콜릿'biterschokolade' 처럼 말이다.

책의 아주 첫 페이지부터 이 책의 주인공 '에바'는 소심하기 그지없다.
뚱뚱하다는 컴플렉스 때문에 반에서도 '자기구석'을 정해두고, 항상 그 구석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게다가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가 초콜릿을 집어 들고 '레너드 코헨'을 듣는 그녀라니...
모든 것이 중요하고, 처음 시작되는 유년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그 시기.
사랑도, 우정도,

에바는 미헬을 만난다 .
그녀를 창피해하지 않고, 그녀를 좋아하는 소년을 만난다.

새로운 친구 크리스티나를 만난다. 영어를 잘하고, 수학을 못하는 그 친구를 위해 에바는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한다.

그런 조금씩의 변화에 '허기짐'과의 전투를 멈추지 않는다.
승률이 낮은 전쟁이지만, 멈추지 않는다.

그녀에게 초콜릿은 위안, 죄책감, 슬픔, 동시에 기쁨.
가장 달콤하면서, 동시에 씁쓸한 그 이중적인 맛.
에바는 초콜릿을 입 속에서 녹였다. 화려하고도 은은한 단맛이 났다. 단맛을 삼키고 또 삼켰다. 단맛과 눈물을 삼켰다. 그러고는 입과 뱃속이 위안을 얻는 걸 느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항상 입던 날씬해보이기 위한 짙은 색의 옷들을 벗어버리고
분홍 셔츠에 그녀가 생각해도 근사한 그녀의 짙은 금발을 풀어 헤치고 거울을 보니,
그 속에 '뚱뚱한 가슴과 뚱뚱한 배, 뚱뚱한 다리를 가진 뚱뚱한 소녀'가 있다.
'그러나 더 멋져 보인다' 그녀는 깔깔 웃으며 말할 수 있다.
"내가 여름날 같아 보여. 내가. 여름날 같아."

에바의 이야기를,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여름날을 기다리고 있는 소년과 소녀들에게 건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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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6-02-12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아주 마음에 와닿아요

조선인 2006-02-12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쓴 리뷰, 축하드려요. *^^*

하늘바람 2006-02-12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읽고 픈 책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