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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들판에서의 유희
알렉산드라 마리니나 지음, 안정범 류필하 옮김 / 문학세계사 / 1999년 10월
평점 :
품절
배경의 힘.
이 책의 배경이 러시아가 아니고,작가가 러시아인이 아니였다면, 이 책의 설득력은 덜했을지도 모른다. 설득력이 덜하다는건 그만큼 책의 재미가 떨어진다는 이야기.
저자 알렉산드라 마리니나는 전직경찰중령, 사건 분석가, 심리학 박사, 러시아 초대형 베스트셀러 추리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그녀의 분신과도 같은 모스크바 경찰국( 흐. 왠지 스릴있는 어감이지 않은가!) 강력계 사건분석가 아나스타샤. 그녀. 예사롭지 않다.
모스경감이 술에 찌들어 위가 아파 응급실로 실려가는 '옥스포드 운하 살인사건' 에서처럼 아나스타샤는 아픈 허리와 혈관을 돌보기 위해 돌리나 요양원으로 간다. 마중나오기로 했던 그 지역의 경찰이 없어, 무거운걸 들으면 안되는 그녀가 타자기와 짐들을 들고 요양원으로 가느라 통증이 악화되고, 그 외에도 꼬이고 꼬인 입원에 정작 병실에 들어가선 모멸감과 통증에 울어버린다.
그런 강하지만은 않은 모습. 보통의 히어로의 모습과는 많이 틀리다.
'공포'와 '모욕감'외에는 느끼지 못하는 자신은 비정상이 아닐까 끊임없이 고민한다.
입맛 까다롭고, 한까탈 하지만, 사랑에도 쉽게 빠지고, 일에서의 분석가 기질은 그녀 자신의 개인생활도 끊임없이 분석하게 한다.
스너프 필름과 마피아.
뇌물과 정직하지만은 않은 거대한 힘으로 돌아가는 사회가 이 소설의 배경이다.
휴양차 왔던 아나스타샤는 지금은 합법적인 '거대한 힘' 과 조인하여 스너프 필름의 일당을 잡아들이고자 한다.
한작품 읽고 시리즈에 대해 말하기는 힘들지만, 이 작품으로 충분히 호기심이 생긴다. '아나스타샤'는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또 다른 종류의 탐정이다. 그것도 희귀한 여자탐정.
대부분 절판인 것이 아쉽지만, 다음 작품 읽어봐야겠다.
'정말 나에게는 어떠한 감정도 없는 걸까? 왜 나는 이렇게 목석 같은 것일까! 과연 나는 두 가지의 감정만을 가지고 잇는 것일까, 모욕감과 공포! 정상적인 인간들의 감정이 배제된 분석기계.' (258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