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씁쓸한 초콜릿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짙은 다크초콜릿빛 표지 구퉁이에 한 소녀가 커피잔, 아니 핫초콜릿이 담긴 잔을 들고 앉아 있다.
그녀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아마도, 씁쓸하지 않을까? 책의 제목 씁쓸한 초콜릿'biterschokolade' 처럼 말이다.
책의 아주 첫 페이지부터 이 책의 주인공 '에바'는 소심하기 그지없다.
뚱뚱하다는 컴플렉스 때문에 반에서도 '자기구석'을 정해두고, 항상 그 구석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게다가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가 초콜릿을 집어 들고 '레너드 코헨'을 듣는 그녀라니...
모든 것이 중요하고, 처음 시작되는 유년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그 시기.
사랑도, 우정도,
에바는 미헬을 만난다 .
그녀를 창피해하지 않고, 그녀를 좋아하는 소년을 만난다.
새로운 친구 크리스티나를 만난다. 영어를 잘하고, 수학을 못하는 그 친구를 위해 에바는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한다.
그런 조금씩의 변화에 '허기짐'과의 전투를 멈추지 않는다.
승률이 낮은 전쟁이지만, 멈추지 않는다.
그녀에게 초콜릿은 위안, 죄책감, 슬픔, 동시에 기쁨.
가장 달콤하면서, 동시에 씁쓸한 그 이중적인 맛.
에바는 초콜릿을 입 속에서 녹였다. 화려하고도 은은한 단맛이 났다. 단맛을 삼키고 또 삼켰다. 단맛과 눈물을 삼켰다. 그러고는 입과 뱃속이 위안을 얻는 걸 느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항상 입던 날씬해보이기 위한 짙은 색의 옷들을 벗어버리고
분홍 셔츠에 그녀가 생각해도 근사한 그녀의 짙은 금발을 풀어 헤치고 거울을 보니,
그 속에 '뚱뚱한 가슴과 뚱뚱한 배, 뚱뚱한 다리를 가진 뚱뚱한 소녀'가 있다.
'그러나 더 멋져 보인다' 그녀는 깔깔 웃으며 말할 수 있다.
"내가 여름날 같아 보여. 내가. 여름날 같아."
에바의 이야기를,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여름날을 기다리고 있는 소년과 소녀들에게 건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