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서 하고 싶은 일이 아이답게 수시로 바뀌는지라 막 여덟 살이 된 요즘 하고 싶은 일을 써둔다. 

 

고고학자가 되어서 땅 속의 물을 연구하고 싶다길래 

그건 자연과학자가 하는 일이라고 했더니  

고고학자는 뼈랑 화석을 연구하는 사람이지! 라면서 그럼 자연과학자가 되겠단다. 

왜 하필 물을 연구하고 싶으냐니까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니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겠다고 한다. 

  

날고 싶다고 노래를 해서 비행기를 타고 날으라고 했지만 아니나다를까 절대 그걸론 만족하지 않는다. 

어깨에 얇고 작은 담요를 두르고 높이 30센티미터 정도의 상위에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사람이 장거리를 날 수는 없으니까 단거리 날기 선수가 꿈이란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찌나 열심히 연습을 하는지 하루종일 마루가 꿍꿍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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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2010-01-18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저도 이때까지 하고싶은 일이 참 많-이 변했죠 ^^;
아직도 변하고 있는 것 같지만요...
단거리 날기선수.ㅋㅋㅋ수민이다운 발상인데요? 기억은 잘 안나지만 저도 한때 저런적이 있었겠죠?ㅋㅋㅋㅋ
 

내일 모레 초등학교 예비소집이 있다. 

취학통지서와 홍역예방접종 확인서를 가지고 학교에 다녀가라고 전화를 주셨다. 

미니는 아무런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터라 주사를 맞아야 입학을 할 수 있다고 했더니 

아빠는 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픈데 주사맞지 말고 집에서 공부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8살 되자마자 1학년 되는 일로 한숨을 쉬었던 미니는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주사는 너무 아플 것 같으니 차라리 침을 맞고 한약을 먹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둥 

그러지 않아도 학교에 좀 안가고 싶었는데 엄마가 가르쳐주면 어떻겠냐는 둥 

1학년 공부 쯤은 기본 아니냐는 둥   

이 기회에 학교에 안 다닐 궁리를 하는 것이다. 

 

재작년에 함께 유치원에 다니던 언니가 1학년 되고 나서 

1학년은 공부도 너무 어렵고, 놀 시간도 없고, 틀리면 혼난다고 어찌나 겁을 주었던지 

어서 빨리 자라서 1학년 되겠다던 꿈을 단숨에 접었는데 

작년엔 1학년이던 사촌언니가 받아쓰기 때문에 나머지 공부까지 권유받고 보니 

"받아쓰기 100점 받아서 뭐 할건데!" 

라는 절규를 하며 어린 마음에 무척 속상해했던터라  

옆에서 보자니 1학년이 되어 학교를 다닌다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였던 모양이다. 

 

집에서 공부하면 같이 놀 친구도 없고  

좋아하는 현장학습도 못 가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했더니 동생들이랑 놀면 된단다. 

둘째는 유치원 보낼 것이고, 막내는 함께 놀기 너무 어리지 않으냐고 해도 괜찮단다. 

" 그리고 우리가 고성할머니 뵈러 다시는 안 갈 것도 아니잖아요!? " 

이건 웬 뜬금없는 소린가 싶어서 

" 명절에도 가고,생신에도 가고,할아버지 제사 모실 때도 가고 틈틈이 시간내어 뵈러 가야지."  

했더니 그게 바로 현장학습이라나!

 

입학해서 매일매일 지각하지 않고,결석하지 않고 학교에 다닐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은근히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예방접종 하자니까 옳다쿠나 좋은 핑곗거리 생겼다 싶은가보다. 

 

그나저나 엄마야말로 아침마다 늦잠자던 좋은 시절이 끝나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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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6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6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막내가 뭔가 요구할 때나 할머니처럼 반가운 사람을 부를 때, 

그 밖에 온갖 상황에서 "(으)나" 라고 한다. 

이 옹알이를 두고 미니는 막내가 누나거린다면서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막내가 누나거리면 어디선가 바람같이 나타난다.  

 

아빠가 두 동생 중에 누가 더 좋으냐니까 둘 다 예쁘다고 한다. 

살살 구슬리고 유도심문을 해도 끝까지 둘 다 예쁘단다. 

다음 날 아침 엄마가 비밀 지켜줄테니 말해보라고 했지만 역시 싫단다. 

그래서 둘 중에 더 좋은 동생이 있기는 하냐니까 그건 그렇단다. 

누굴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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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12-29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굴까? 저는 미니의 정답을 알고 있지요. 호호호
하지만 저도 비밀을 지킬래요.
지리산에도 눈이 많이 왔나요?
원주는 생각보다 눈이 많이 안 오네요.
바람만 차서 마음이 자꾸만 썰렁해져요.

miony 2009-12-29 14:31   좋아요 0 | URL
올 겨울들어 가장 춥고 스산한 날입니다.
방금 박경리선생님 옛집에 다녀오신 이야기랑 써니가 보내온 편지랑
옆지기가 너무 자상하신 것도 싫다는 염장지르시는 페이퍼랑 읽고 왔답니다.
단란한 가족 모습이 늘 보기 좋아요

무해한모리군 2009-12-29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우리 언니도 그랬냐고 물어봐야겠어요..

넌 언제 어른될래 퍽 --;;

순오기 2010-01-05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짐작이 되는 비밀인데요.
아니~ 왜 아이를 고민하게 해요. 짖궃게시리...
대딩 큰딸한테 똑같은 질문을 했더니 왈~
"엄마,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있어?"^^
 

                       

 

 

 

"소희언니랑 영준이는 A형인데 풍선공포증이 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없으니까 아마 O형인 것 같아요. 제가 특이혈액형일 것 같지는 않으니까요,흠." 

아직 혈액형 검사를 해본 적이 없는 미니는 이렇게 자기 혈액형을 추측했다.  

혈액형의 유전 방식을 이해하고 나서  

우리집 아이들은 그 두 가지 중 한 가지 혈액형 밖에 나올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루는 특이질환이 나열된 표를 열심히 들여다보더니 

갑자기 "나는 완벽한 아이야!" 라며 거의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자기는 키도 크고 건강하니까 몸은 완벽하단다. 

그런데 단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바로 혀말기이다. 

어떻게 하면 혀를 동그랗게 말 수 있느냐고 하길래  

아직 어려서 방법을 몰라서 그렇지 크면 다 할 수 있게 된다고 대답해주었다. 

그런데 이 책을 들고와서 혀말기가 유전된다는 거다. 

엄마는 미처 알지 못하고 있던 일이었지만 미니아빠도 당연히 할 수 있을 줄 알고 해보랬더니 

이런이런 신기하게도 안 되는 것이었다. 

미니가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서 속상해했는데 아마 혀말기 우성유전자가 없는 모양이다. 

아주 간단하고 작은 일인데 커서도 못할까봐 걱정이 태산이라서 

엄마,아빠가 어떤 유전자를 갖고 있고 또 어떤 유전자를 물려주면 혀말기를 할 수 있는지 그걸 연구하다보니

부모세대와 자손 1세대의 유전자형과 표현형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도 혀말기 우성유전자를 받았을 가능성은 있으니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어려서 방법을 모르는 탓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미니는 천성이 경쟁심이 강한 편이어서 무엇이든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데 

혀말기를 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열심히 읽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을 듯 하다. 

아뭏든 혀말기가 안 된 덕분에  

종이에다 R,r 따라쓰기 힘든 알파벳까지 써 가며 뜻하지 않은 공부를 열심히 했고  

혈액형이랑 다른 유전현상에 대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린 두 동생들에게 틈틈이 혀말기를 시키느라 열심이다. 

둘 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유전자가 없어서인지 역시 혀말기는 하지 못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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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밥이라곤 먹지 않고 주로 두부나 나물,생선,고기 따위 반찬만 먹는 둘째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미니가 먹는 밥도 다른 아이들보다 적은 편이다. 

어른 숟가락으로 수북하게 뜨면 두,세 술 정도나 될까? 

 

엊그제 저녁에는 배추밭을 돌보느라 무척 바빠서 

추석 연휴 마친 기념으로 오랫만에 유치원에 다녀온 미니가 배고프다는 걸 귓등으로 흘리고 

어두운 바깥에서 빨리 일을 마치려고 동동거리고 있었다. 

외할머니가 막내 돌봐주신지도 오래 되었고, 저녁도 어서 차려야해서 서둘렀는데도  

마음처럼 빨리 끝나지가 않아서 마치고 보니 8시가 넘었다. 

 

미니는 기다리다 지쳐서 스스로 밥을 차려 먹었다고 자랑을 했다. 

태어난지 72개월만에 처음이다. 

밥을 푸는 것은 가끔 연습을 해본터라 문제 없었고 

냉장고에서 김치랑 멸치볶음만 꺼내면 되는거라서 무척 간단하고 쉬웠단다.  

너무 배가 고파서 둘이서 네 그릇 반이나 먹었다고 우쭐해하길래 

밥솥을 들여다보니 소복하게 한 공기는 먹은 듯 싶었다. 

 

다 먹고나서 반찬은 제자리에 넣고 빈 그릇은 개수대에 갖다놓은 걸 보니 

미니도 다 키웠나 싶은 것이 엄마는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상을 닦지는 않아서 멸치볶음 부스러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지만 

기특하고 대견해서 칭찬을 듬뿍 해주었다.

 

둘째는 또 그 다음 날  

엊저녁 늦게까지 솎아서 데쳐 낸 시래기로 끓인 국에  

밥을 잔뜩 말아서 (역시나 시래기는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국물이랑 밥만)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밥을 그렇게 많이 먹기는 실로 여러 날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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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10-09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미니 정말 보고 싶어요.
솎아낸 시래국이 얼마나 맛있는지 미니가 아직 모르는군요.

2009-10-24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