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은 저녁을 짓느라 바쁘게 움직이는데 

발 밑에서 이리저기 기어다니던 막내가 자지러지게 울었다. 

아빠는 생선 다듬으려고 준비하던 중이고 엄마는 김치찌개 끓이느라 혼자 놀았는데 

뜨거운 그릴을 짚고 일어서려고 손을 갖다댄 모양이었다. 

우리랑 아이는 1미터도 안 떨어져 있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날 줄 둘 다 상상도 못하고 있다가 막내가 제법 넓고 깊게 데이고 말았다. 

 

나는 어린이 응급처방 뭐 이런 제목의 책을 읽은 기억이 나서 

화상 부위의 온도를 낮춰주려면 무조건 찬물에 씻어야 된다고 흐르는 물에 손을 대놓고 있는데

남편은 그러는 게 아니고 잠깐 있다가 술로 씻어줘야 된다고 고집을 피웠다.  

어제는 내가 주장한 대로 찬물로 씻고 화상연고를 발라주었는데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동의보감에서 이 구절을 찾아서 보여준다. 

 

< 탕화창 > 대역 동의보감 1646쪽  

끓는 물이나 불에 데었을 때는 초기에 통증을 꾹 참으며 급히 불 가까이 대고 한 동안 억지로 참으면 아프지 않다. 이 때 찬 것을 붙이면 안 된다. 열독이 나가지 않으면 근골을 짓무르게 하기 때문이다. (중략) 불에 데었을 때는 좋은 술로 씻고 소금을 붙인다. (하략)

 

양방에서는 온도를 낮추어 열을 풀라고 하는 것이고  

한방에서는 급격히 온도를 낮추면 오히려 열이 밖으로 빠져나갈 길을 잃어버려 근골을 상하게 하니, 술로 씻어 알코올이 증발할 때 열을 뽑아내어 가도록 하라는 얘기인가보다. 

그렇지만 초기에 불 가까이 대고 한 동안 참으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양쪽 의견을 절충해서 앞으로 데인 상처는 술로 씻어 진정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 

 

탕화창을 치료하는 여러가지 약도 소개가 되어 있었는데  

여러가지 약재가 없어도 도움이 되는 몇 가지를 적어본다. 

 

배(생것)를 썰어 붙이면 살이 짓무르지 않고 통증이 멎는다. 

검은 참께(생것)을 질게 짓찧어서 붙인다. 

백반(생것)을 가루내고 참기름에 개어 바른다. 

끓인 물이나 불이나 뜨거운 기름에 데었을 때는 꿀을 바른다. 대나무 속 흰 막을 하루에 3번씩 붙여주어도 아픔이 멎고 낫는다. 

식초의 지게미를 붙이면 상처가 남지 않는다. 간장을 발라도 묘한 효과가 있다.

  

꿀에 배즙을 섞어서 너무 끈적거리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만들어 발라주어도 좋을 것 같다.

막내에겐 몇 가지 약재를 곱게 가루내어 꿀이랑 참기름에 개어서 상처에 바르고 감싸주었다. 

얼른 딱지가 앉고 새살이 돋고 곱게 낫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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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9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29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9-09-2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바닥을 데인 건가요? 얼른 낫기를 바랍니다.

miony 2009-09-29 14:57   좋아요 0 | URL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행히 칭얼거리지 않고 잘 먹고 잘 자고 경과가 좋습니다.

순오기 2009-09-29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문가 아빠가 곁에 계시니 걱정할 일이 없네요~ 속히 새살이 돋기를!
저도 끓는 물에 발등을 데었을 때 엄마가 소주를 부어 열을 빼주었던 기억이 나요.
알로에가 화상에도 좋다는 얘길 들었는데... 아니 피부세포 부활에 좋다던가?^^

miony 2009-09-30 16:53   좋아요 0 | URL
알로에도 목록에 넣어야겠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2009-09-30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과가 좋다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모르니...경복궁역에서 자하문역으로 가는 방향으로 두 정거정 쯤 위에 강남의원이라는 곳이 있어요. 허름하지만,비교적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는 화상전문병원이랍니다. 유명한 한강성심병원이 가깝다면 그리로 가시는 게 좋고, 매일 소독과 드레싱하는 것이 주치료라서 가까운 병원이 엄마에게 편하잖아요. 하여튼 물집이 터진 상태라면 더욱 병원에 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화상입은 후 첫 두 시간 정도의 응급처치는 매우 중요한데, 제 아이는 세 살 때 고기굽는 판에 손을 짚어 손바닥 전체를 데었는데, 거의 데자마자 식당에서 얼음물을 제공했고 집으로 바로와서 냉동실에서 식힌 감자 간 것을 번갈아 붙이면서 세 시간 이상 열기를 뺐습니다. 의사가 매우 좋은 응급처치였다고 하더군요. 화상전문병원에서도 열기를 빼는데 감자로 만든 팩을 사용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어 했답니다. 다행히 물집잡히는 부위를 최소화했고, 외상이 없는 상태여서 흉없이 나았습니다. 아이가 어려 피부조직이 성인보다 약하게 때문에,특히 아직도 아이가 통증을 호소한다면,(호소하지 않더라도 아이가 노는데 열중하면서 아픈 거에 신경쓰지 않을 수 있어요.) 외관상보다 화상이 깊을 수 있답니다. 특히 이미 물집이 잡히고 터진 상처가 있다면 감염가능성이 크므로 빨리 병원가서 의사에게 보이세요. 빨리 낫길 기원합니다.그런데 서울에 사시는 게 아닌 모양이군요. ... 제가 괜스런... 어쨌든 흉터없이 낫기를 기원합니다.

miony 2009-09-30 16:52   좋아요 0 | URL
감자도 좋은 것이군요.
뒷처리를 잘 하셔서 아이가 흉터없이 나았다니 제 일처럼 반갑습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혹시 아이가 노느라 아픈 것도 잘 모르는 건 아닌지
더 잘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