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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직업과 연령의 손님이 가족단위,모임단위, 또는 개별적으로 방문하신다. 업무와 관련하여 방문하시는 분도 가끔 있다.

-어느 비오는 날 몸길이 10센티미터의 도롱뇽이 왕림하셨다. 아주 가늘고 날렵한 몸매였다. 몸길이 15센티미터 아이 새끼손가락 굵기의 민달팽이, 좀 더 가는 지렁이는 자주 오신다.

-더운 여름밤, 이름을 알 수 없는 다종다양한 나방들, 하루살이, 각다귀.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에 제비꼬리같은 꼬리를 한 밝은 하늘색과 흰색 무늬의 나방이 가장 인상적이다.

-가끔 자는 사람 맨살 위를 기어다니거나 뛰어다녀 기겁하게 하는 귀뚜라미는 잠시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스물 네 시간 함께 산다. 그 밖에 동거인으로는 부지런히 줄을 치는 크고 작은 거미들과 역시 크고 작은 개미들이 있다. 물론 파리와 모기도 빠뜨릴 수 없는 동거인이다.

-여름낮, 집 안팎을 활보하는 방문객으로는  나비(이름을 알고 있는 나비는 뿔나비, 네발나비, 호랑나비, 노랑나비,흰나비 정도다.), 벌(양봉벌,토봉벌,요란한 소리로 방문 사실을 알리는 말벌, 쌍살벌?), 무당벌레, 온갖 노린재, 메뚜기와 콩콩이, 번쩍이는 날개로 붕붕거리는 딱정벌레와 쬐끄만 하늘소들도 보인다.

- 개인적으로 그만 오셨으면 하느 손님들로는 파리,모기,집게벌레, 쥐며느리, 사마귀, 그리마, 노래기가 있고 특히 더욱 방문을 자제해주시길 읍소할 만한 손님으로 왕지네를 꼽을 수 있다.

-그 밖에 덩치와 뻔뻔함으로 승부하는 쥐가 있는데 박스에 보관한 옷가지들을 쏠아대고(긴 바지 하나는 반바지로 만들어 놓았다.) 전등불을 켜놓고 텔레비젼을 보고 있는 사람 앞에서 유유히 산책을 한다. 쥐를 뒤따라 들어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얼룩덜룩한 무늬를 자랑하는 실뱀 한 마리가 빗자루로 쓸어내고 돌아서니 어느 구멍으로 들어왔는지 다시 거실을 구불구불 활보하고 있어 사람을 기겁하게 한다. 현관 밖 아궁이 근처에는 한 가족이 사는 것을 수민아빠가 목격하였다 하고 진입로 초입에는 굵고 큰 놈이 여전히 얼씬거린다고 한다. 갈수록 태산이로다.

-며칠 집을 비워두었다 돌아오니 2층 창틀에는 산새가 둥지를 틀어 놓았다. 다행히 아직 알은 낳지 않아서 밖으로 옮겨 놓았는데 제 집이려니 하고 방 안에 들어와 돌아다닌다. 창가에 앉아 유리창을 쪼는 건 좋은데 방으로 날아들면 다시 내보내기가 난감해진다.

-드디어 어제는 좀 색다른 날개달린 손님이 찾아오셨다. 막처럼 생긴 날개를 펄럭펄럭하며 영화방을 날아다녔다는데 직접 보지는 못했다. 그 손님 특성상 어쩌면 아직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방 구석 어딘가에 거꾸로 매달려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좀 으스스해진다.

-설겆이를 하다 열린 창 밖을 내다보니 장끼 한 마리가 잡초밭을 유유히 거닐고 있다. 어떤 날은 진입로 가풀막을 종종 걸음으로 건너는 모습도 내다보인다. 마당에서 놀다가 아랫마을 할아버지댁 녹차밭 언저리에서 푸드득거리는 까투리와 장끼도 만났다. 지난 주말 시장갔다 오는 길엔 자동차 앞으로 뛰어드는 꺼병이도 보았다. 멧돼지나 청설모도 차에 앞서 길을 건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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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9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sh2886 2006-07-19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구 부럽당

miony 2006-07-20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빠꿩 장끼, 엄마꿩 까투리, 아기꿩은 꺼병이랍니다.

2006-07-21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여기 2006-07-21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재밌네. 실뱀도 오다니. 징그럽당

miony 2006-07-22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셩, 와서 한 번 살아봐! 그래도 부러우려나?
 

게으르기도 하고 열성이 부족한 건지 사랑이 부족한 건지

수민이가 네 살이 되도록 육아일기는 커녕 작은 사진첩 하나도 만들어주지 않은 엄마라

시간이 허락되고 기억력이 허락되는대로 이 곳에 산골소녀의 발자취를 남겨두기로 했다.

 

수민이가 삼십 개월 쯤 되었을 때 태민이 잠 잘 자게 자장가 하나 불러 달라고 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노래가 있었으니

산골소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한 번만 부르면 오던 잠도 달아나게 만들기 충분한 곡이었다.

"따를릉 따를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딸를를를릉.."

(이 무렵 심심하면 온갖 단어에 ㄹ받침이 들어갔다. 살랑해요,요굴르트,홀랑이,글림책..

 34개월인 요즘은 <수>대신 <슈>를 사용한다. 예를들면 김슈민, 슈박, 이쓔시개,슏가락 기타등등)

우는 동생 달래는 노래로 <사랑하는 우리 태민이 생일 축하합니다.>가 등장하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자장가로 따르릉따르릉만 불러주는 까닭을 둔한 엄마가 한 동안 알 수가 없었다.

눈치빠른 이들은 이미 아셨겠지만

삼십개월 어휘력으로는 자장가가 너무 어려운 단어였는지

자기가 알고 있는 수준의 단어 <자전거>로 이해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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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9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sh2886 2006-07-19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산골소녀다운 유머스런...

2006-07-21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ony 2006-07-22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야 짖지마라 꼬꼬닭아 우지마라 우리아기 코잘잔다-
"왜 검둥개가 짖지 말아야 되는데?" 라고 끼어듭니다.

2006-07-28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즘 옛날이야기에 흠뻑 빠진 수민이는 날마다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얼마 전에는 알라딘에서 <팥죽할멈과 호랑이>(까치 호랑이 시리즈 한 권은 여러 번 읽기도 하고 찢기도 해서 나달나달한데다 구름빵의 그림작가가 새로 만든 책이라해서 덜컥 샀다.),<생강빵 아이>, 잠들기 전에 들려주던<신데렐라> 를 처음으로 주문했다. 택배아저씨도 오지 않는 산골에 살다보니 아랫마을에 도착하면 찾아와야하는터라 아빠가 퇴근 길에 가져다주시길 기다렸는데 그만 빈 손이었다. 아빠 앞에서는 내일 꼭 가져다달라고 얘기해놓고, 아래층에서 동생 젖먹이던 엄마에게 와서 온 얼굴을 찌푸리며 울음보를 터뜨렸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었는데 차근차근 들어보니 주문해 놓은 책들을 지금 너무너무 읽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제 34개월 된 네 살이라 한 이야기를 듣고 줄거리나 대사를 외우려면 적어도 삼,사십번은 읽어주거나 들려주어야 하는터라 같은 이야기를 하루에 열 두번은 해주어야 한다. 요 며칠 사이에는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 이야기, 시영이 언니가 선물해 준 권정생선생님 글로 씌어진 전래동화 <훨훨 날아간다>, 꼬마재봉사를 집중적으로 읽고 듣고 있는데 갑자기 <옷이 다른 소년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옷이 다른 소년 이야기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누구냐, 네가 먼저 얘기를 해봐라 하면서 한참 둘이 실랑이를 한 끝에 드디어 그 이야기의 정체가 드러났다. 어떤 이야기를 해달라는 것인지 알고 나서 나는 혼자 파안대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 전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달라는 아이아빠에게 좋은생각 홈페이지에서 읽은 일화를 들려주었는데 아마도 옆에서 주의깊게 들었던 모양이다. 그 이야기에서는 "옷 달라요!"라는 대사가  되풀이되어 나왔기 때문에 수민이에게는 옷이 다른 소년 이야기가 되었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이야기를 참고하시라, 흐흐!

 

좋은생각 홈페이지 베스트 오브 베스트 2006년7월11일

외국의 어느 자전거 경매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 날 따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저마다 좋은 자전거를 적당한 값에 사기 위해 분주한 모습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이 주고객인 그 경매장 맨 앞자리에 한 소년이 앉아 있었고, 소년의 손에는 5달러짜리 지폐 한 장이 들려 있었습니다.

소년은 아침 일찍 나온 듯 초조한 얼굴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경매가 시작되었고, 소년은 볼 것도 없다는 듯 제일 먼저 손을 번쩍 들고 "5달러요!"하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곧 옆에서 누군가 "20달러!"하고 외쳤고, 그 20달러를 부른 사람에게 첫번째 자전거는 낙찰되었습니다. 두번째, 세번째,네번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5달러는 어림도 없이 15달러나 20달러, 어떤 것은 그 이상의 가격에 팔려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보다 못한 경매사는 안타까운 마음에 슬쩍 말했습니다.

"꼬마야, 자전거를 사고 싶거든 20달러나 30달러쯤 값을 부르거라." "하지만 아저씨, 제가 가진 돈이라곤 전부 이것 뿐이에요." "그 돈으론 절대로 자전거를 살 수 없단다. 가서 부모님께 돈을 더 달라고 하려무나." "안돼요, 우리아빤 실직당했고, 엄만 아파서 돈을 보태주실 수가 없어요. 하나밖에 없는 동생한테 꼭 자전거를 사가겠다고 약속했단 말이에요."  소년은 아쉬운 듯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경매는 계속되었고 소년은 자전거를 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일 먼저 5달러를 외쳤고, 어느새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소년을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그 날의 마지막 자전거, 이 자전거는 그 날 나온 상품 중 가장 좋은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 경매를 고대했었습니다. " 자, 최종경매에 들어갑니다. 이 제품을 사실 분은 값을 불러 주십시오." 경매가 시작되었습니다. 소년은 풀죽은 얼굴로 앉아 있었지만 역시 손을 들고 5달러를 외쳤습니다. 아주 힘없고 작은 목소리였습니다. 순간 경매가 모두 끝난 듯 경매장 안이 조용해졌습니다. 아무도 다른 값을 부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5달러요, 더 없습니까? 다섯을 셀 동안 아무도 없으면 이 자전거는 어린 신사의 것이 됩니다." 사람들은 모두 팔짱을 낀 채 경매사와 소년을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5..4..3..2..1."  "와 -아!!"  마침내 소년에게 자전거가 낙찰되었다는 경매사의 말이 떨어졌고, 소년은 손에 쥔 꼬깃꼬깃한 5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경매사 앞에 내 놓았습니다. 순간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이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소년을 향해 일제히 박수를 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영어 발음이 신통치 못해서 이야기의 정체성에 혼란이 오다니, 나의 영어 발음이 원음에 가까워지도록 열심히 연습해야 할까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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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8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sh2886 2006-07-19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보고 또 봐도 재밌어용
(특히 딸를를를릉..ㅋㅋ)

지금여기 2006-07-2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민이 너무 귀엽당~ 말장난 하는 수민이 얘기 들으니 옛날 생각나네~

>>sunny 2006-08-22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어요~~ 이모 이 참에 인터넷 작가로 데뷔를~!!
 

산청에 건설하기로 했던 본디올네트워크 탕전실 건설이 지지부진한데다

만만치 않은 대출이자의 압박에 허덕이고 있는 수민아빠가

요즘은 불면증에 시달리며

삼복더위에 춥다면서 헐렁하긴 하지만 긴 소매 옷을 입고도 대낮을 지난다.

가슴이 휑하니 뚫린 것 같다는데

다섯 달 쯤 계속된 심한 태열기가 거의 없어진 태민이의 하얀 얼굴과

하루종일 종알거리는 수민이가 유일한 위안거리란다.

아침에 일어나 안녕히 주무셨어요?를 외치는 수민이 얼굴을 쓰다듬으며

이렇게 예쁜 우리 수민이는 어디서 내려왔을까?한다.

물론 정답은 하늘에서 내려왔다지만

수민이의 대답은 "2층에서 내려왔어요"였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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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h2886 2006-07-18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2006-07-21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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