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늘 너무 작은 쪽박에 쌀을 내어주는 바람에 며느리는 날마다 굶었다. 

너무 배가 고파서 몰래 밥을 지어먹다가 들키는 바람에 쫓겨나 죽어서 두견새가 되었다. 

두견새는 그래서 " 쪽박 바꿔 줘!"라고 운단다. 

 

<개똥이네 놀이터>에 소개된 두견새 이야기를 읽고 이건 시어머니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미니가 말했다. 

엄마는 일부러 맞장구를 쳐주지 않고 두 사람 다 잘못이 있다고 했다. 

그 쌀이 모두 시어머니 것도 아닌데 "매일 매일" 밥을 먹지 못했으니  

너무 배가 고파서 며느리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미니가 항변했다. 

그러면 쪽박이 작아서 밥이 모자라니 큰 쪽박에 쌀을 내어달라고 먼저 말씀드려보거나 

큰 쪽박을 써서 쌀이 금방 떨어지면 안 되니까  

식구들이 자기 밥을 조금씩 덜어내어 한 그릇을 만들어주든가  

몰래 밥을 지어 먹기 전에 해결방법을 먼저 찾아보아야 한다고 어깃장을 놓으니 

그래도 며느리는 "매일 매일" 굶었다고 발을 동동 구른다. 

 

요즘 여러가지 일에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일이 많다. 

엄마가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어서 거듭 따지고 든다. 

주관이라는 씨앗이 기지개를 켜는 시기인가 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솔랑주 2009-06-20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매일매일 굶은 것이
먹을 것 좋아하는 미니에게 크게 와닿은 것 같아요ㅋㅋ

그건 저에게도 크게 와닿아요..ㅋㅋ
 

엄마는 고추를 먹지 않는다. 

시댁에서 워낙 고추부침개를 즐기는 터라 자주 부치다보니 

요즘엔 가끔 한 조각씩 먹어보기는 하지만 

풋고추를 쌈장에 푹 찍어서 와삭~! 뭐 이런 것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한다. 

고추를 씹으면 매끈한 한 쪽 면이 이 사이에서 미끄덩거릴 것 같다. 

매운 맛도 맛이지만, 상상인지 언젠가의 경험인지 잘 모르는 그런 느낌이 너무 싫다.  

 

텃밭에 심은 고추가 이제 제법 열리어 막 따온 풋고추를 저녁상에 올렸다. 

미니가 하나 먹어보겠다고 집어들더니 쌈장 흔적만 묻혀 깨알만큼 베어물었다. 

" 너무 조금 먹어서 무슨 맛인지 맛이 안 나네!"  

애들은 아직 고추 맛을 모른다는 아빠 말씀을 들으며

보란듯이 야금야금 먹다가 길쭉한 고추를 절반 쯤 먹었다.

피망이랑 맛이 비슷한데 좀 더 맵기는 하지만 계속 먹고 싶다나!  

어느 것이 더 맛있느냐고 물으니 고추가 더 맛있다고...(으~, 놀라워라!)

부엌에 가서 물을 마시고 밥상에 돌아가 앉으니 절반 남은 고추를 아빠가 대신 먹어버린 뒤였다.  

" 새로운 고추에 도전할래! " 

망설임 없이 출사표를 던지고 긴 긴 고추 하나를 완전히 먹어치웠다. 

 

오늘은 미니가 풋고추를 처음 먹은 날이다. 

만 5년 9개월..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9-06-20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애타게 이름을 부르면 건조한 소리로 '어!' 대답하던 것도 며칠 만에 그만두었고 

옷 챙겨입고 신발신고 문 밖에 나가던 것도 날씨가 풀리자 다시 맨발에 만년셔츠로 되돌아왔다. 

다만 웬만하면 변기에 쉬하는 것이 나아진 점이다. 

그러고 엄마한테 와서는 어찌나 으스대면서 뽀뽀를 해대는지 ㅎㅎ  

 

어제는 상을 옮겨다 놓고 할아버지댁 냉장고 가장 높은 칸까지 구석구석 뒤졌단다. 

물론 아이스크림이나 치즈 따위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그런 식으로 무언가 딛고 올라서서 어른 키가 넘는 곳에 놓아둔 것도 끌어내리는 요즘이다.  

 

참, 이젠 아랫마을에 다니러가서 빈 집을 뒤져 냉장고 안 액체들을 부어내버리거나 

대문 앞에 세워 둔 차 문을 열고 들락날락거리며 물건을 꺼내오는 것도 모자라서  

(날씨도 뜨거워지는데 혹시 차 안에 갇히기라도 하면 어쩔려구!!!)

겨울잠 끝나고 뱀들이 활보하는 산길을 따라 아래 쪽으로 점점 더 멀리 내려가기도 해서 걱정이다. 

방 문 앞에 앉아서 못 나가게 지키고 있어도  

재민이 젖먹이는 동안이나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에 바람도 없이 사라진다. 

 

그림책을 두 권 가지고 왔다. 

어쩐 일로 책을 읽어달라는 것일까 급흥분하였는데  

책 뒷면에 소개된 시리즈 책 제목 앞에 달린 번호를 읽어달란다. 

<2세 한글> 덕분에 알게 된 2를 가리키며 " 이, 이" 하면서 웃는다. 

아마도 숫자의 총칭으로 이해하고 있는 둣 다른 숫자들도 "이, 이"라고 읽는데  

다만 여러 숫자를 놓고 2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짚어내기는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4월에는 사천 우주항공박물관에 다녀왔고 

5월에는 고성에서 2~3년 마다 열리는 공룡엑스포에 현장학습을 다녀왔다. 

며칠 전 숙제를 해가면 칭찬스티커 두 개를 받는다는 사실에 열광하며  

고성에 대해 두 세줄 쓰고 인터넷에서 찾은 공룡엑스포 캐릭터 4마리를 그려갔다. 

용국이 오빠는 공룡과 나무를 정말 실감나게 그려왔더라며 감탄하면서 

선생님 말씀에 따라 자기 그림엔 색칠을 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했다. 

어떤 때는 아주 사소한 일까지 샘을 내고 마음을 쓰면서 이럴 땐 또 심드렁하다.  

 

어제는 공룡엑스포를 보러 가다니 믿어지지가 않고 가슴이 부러질 것 같다고 들떠있더니 

오늘 다녀와서는 이렇게 즐거운 날이 없었단다. 

플라스틱 안경을 쓰고 보면 공룡이 사는 곳에 우리가 간 것 같은,  

공룡이 다른 것을 잡아 먹으려고 달려들 때 꼭 우리를 잡아 먹으려는 것처럼 보이는 영화도 보고 

선생님이 사주시는 구슬 아이스크림도 먹었으며 

바다언니가 조개껍질로 엮은 팔찌도 사주었고 

가는 길에서나 간 곳에서나 숙제할 때 그려 간 그 공룡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그림도 있고 풍선이며 인형도 있고 정말 그려가길 잘 했다고 신이 났다.  

버스는 모두들 노래자랑하는 곳이나 다름없었다며 소녀시대 노래라고 몇 곡을 읊어(!)주기도 했다.

 

사천에 갔을 때는 고모가 정성껏 싸주신 김밥을 가져갔는데 

이번엔 어쩐 일인지 주먹밥이 좋다고 해서 얼씨구나 하고  

야채랑 달걀지단 다져넣고 주먹밥을 만들었는데  

결정적으로 참기름이 쏟아져 들어가서 잘 뭉쳐지지가 않아 불안하더니만 

미니 말처럼 온통 풀어져서 볶음밥이 된 것을 반 넘게 남겨가지고 왔다.  

미니가 바라는 것은 소박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그 정도도 야무지게 챙겨보내주지 못했나 싶어서 속으로 가슴을 쳤다.  

 

아침에 같이 주먹밥을 만들면서 친구들이랑 나눠먹을테니 많이 싸달라고 했던터라 

부서지는 바람에 친구들이랑 나눠먹지도 못했을테니 무척 속상했겠다고 먼저 물었다. 

역시나 친구들이 안 먹고 싶다고해서 얼마 전에 새로 들어온 다섯 살박이 선주하고만 나눠먹었단다. 

그래도 다행히 마음을 다친 것 같지는 않고 심드렁하게 

선주 주먹밥은 찹쌀밥으로 만들어서 검은 깨와 황토색 깨를 겉에 묻혀온 것이라서  

흩어지지 않았다고 얘기해준다.  

(찹쌀밥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더니 선생님들끼리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단다.)

그래도 자기는 다른 친구들 김밥을 먹어서 배불렀으니 아무런 문제 없다는 투다. 

누구 도시락이 제일 맛있었느냐고 물었더니

돈까스 맛 없어서 하나만 먹었다던 초롱이 도시락이라길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니  

돈까스랑 같이 싸온 참외가 제일 맛있었단다. 

오늘은 방울토마토도 없어서 큰 토마토를 잘라담아 보냈는데 다음엔 참외 싸달란다. 

 

엄마가 같이 온 아이들도 있었냐고 물었더니 

" 엄마가 뭐가 필요해?" 

라는 한 마디로 정리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9-05-23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젓하네요~~ '엄마가 뭐가 필요해!'ㅋㅋㅋ
주먹밥을 실패했군요~ 애들은 모양틀에 넣어서 해주는 것도 좋아하던데~
 

거의 절규라고나 할까? 

엄마인 나는 안되는 건 안되고,  

아이들끼리 놀다가 부딪치고 깨지는 것은 스스로 뚫고 나가야 할 어려움이며 

어린이라 할지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기 죽는 일도 겪어가며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건만 

겉보기엔 전혀 그러지 않을 것 같은 아빠가 요런 발언을 하셨다.  

 

아빠들의 강제에 의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아이들이 모이면 가끔 병원놀이 대신 한의원 놀이를 한다. 

풀 뜯어서 약도 달이고 침도 놓고 뜸도 뜨고 뭐 그러고들 노는데    

큰 녀석 둘이만 한의사를 하고 작은 녀석 둘은 환자를 시킨 모양이다. 

그러다 티격태격하고 시무룩해서 미니 혼자 집 안으로 들어왔다. 

울컥한 아빠는 미니는 진짜 침 놓는 한의사 해보라면서 침통을 가지고 왔다. 

혈자리를 잘 잡아서 소위 전문가라고 조심해서 놓는데도 따끔하고 제법 아프던데 

애 기죽이면 안 된다고 손에다 막무가내로 찔러대는 걸 참고 앉아 있었다. 

그냥 찌르니 침이 누워버리자 

침관까지 동원하여 다시 놓게해서 제대로 세워놓았다. 

초롱이 아빠는 서울에서 진료 중인 시각이라 두 엄마만 입을 딱 벌렸다. 

아무리 기 살리는 것도 좋고, 교육도 좋지만 우린 저렇게는 못하겠네 하면서...  

고통을 이겨낸 아빠의 인내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진짜 침을 놓은 들 혼자 노는 한의사는 당연히 재미있을리가 없었고

상황은 예쁘게 깎아 담아 내어 간 사과 한 접시가 해결하였다.  

사과 접시를 뇌물로 한의사를 맡게 된 미니는 입이 벙글어졌다. 

 

아뭏든 이러한 교육철학(?)을 가진 아빠를 둔 덕에 이 봄 내내 주문은 계속된다, 주욱~!!!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9-04-12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4-12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대단한 아빠세요.^^
보통 애들은 병원놀이를 하는데 한의사 애들은 한의원 놀이를 하는군요.ㅋㅋ
미래에 우리 손주들도 한의원 놀이를 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