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이모가 콩순이 병원놀이 세트를 거금을 들여 선물해주셨다.

어제 택배로 먼저 부친 짐이 집에 도착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 인형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이렇게 조바심을 치며 집에 도착하자마자 택배상자를 찾아서 허겁지겁 개봉을 하였다.

엄마는 일주일 동안 서울나들이에 방치된 냉장고와 침실을 대충 정리하느라 바쁜데

혼자서는 심심하다고 병원놀이를 같이 하자고 몇 번이나 재촉을 하였다.

그래도 배고픈 엄마는 저녁부터 준비하여 밥 잘 먹어야 병원놀이 해준다고 구슬렀다.

이모가 장만해주신 갈비찜을 두 대 째 뜯으면서도 성에 차지 않는지

"엄마, 이것 밖에 안 가지고 온거야?"

" 걱정마라, 냄비에 더 있다."

이런 대화를 나누며 저녁을 먹고 드디어 엄마와 병원놀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니가 간호사를 하겠다더니 다급하게 부르짖었다.

"선생님, 콩순이가 배가 아파서 응급병원실에 왔어요!!!어서 치료해주세요."

그 다음에는 엄마가 콩순이 엄마를 하면 자기가 의사를 하겠단다.

청진기로 진찰을 하고 엑스레이를 찍고 주사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하더니

이윽고 콩순이를 품에 안고 엄마를 바라보며 아주 진지하게 웃지도 않고 하는 말,

 " 콩순이가 배가 아픈 것은 제 생각에는 콩순이 엄마가

맛이 없다고 몸에 좋은 채소를 많이 먹지 않고, 맛있다고 트랜스지방이 든 음식을 많이 먹고

콩순이를 낳고 젖을 먹여서 병균이 콩순이 몸으로 옮겨가서 그런 것입니다."

 

이건 혹시 미니가 아토피로 고생하는 것은 순전히 엄마 탓이라는 뜻인가?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ㅠ.ㅠ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8-06-06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병원놀이에 제대로 걸리셨네요.^^
임신중에 칼국수를 즐겨 해 먹고 낳은 셋째가 아토피가 심해서 엄청 미안하고 미안했어요. 그땐 잘 모르고 먹었는데 말이죠.ㅠㅠ

조선인 2008-06-07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랜스지방이라니 놀랍습니다. @.@

솔랑주 2008-06-10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랜스 지방의 압박.. ㅋㅋㅋ 아 보고싶다 ㅋㅋ

>>sunny 2008-06-1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거덕!!! 트렌스지방?!?!
보고싶은 미니>_<
 

저녁을 먹고 있는데 미니가 뜬금없이 하는 말,

"엄마! 엄마는 어떻게 아빠를 만나서 결혼했어?"

   "아빠가 공부하신다고 외할아버지 댁에 방을 빌려서 만나게 되었단다."

"그러면 어떻게 사랑을 하게 된거야, 그냥 사랑에 빠진거야?"

   "그건 아빠한테 여쭤보렴."

"아빠는 너무 중요한 이야기라서 비밀이라고 하실지도 몰라. 그러니까 엄마가 얘기해 줘."

어쩌구 저쩌구 몇 마디 더 이어지다가 미니의 본심이 드러났다.

" 엄마가 그 때 예쁘지도 않았을텐데 어떻게 아빠를 만난거야. 예쁜 옷을 입고 있었어?"

   "그러니까 예쁘지도 않은 엄마가 어떻게 멋진 아빠랑 결혼을 했느냐 이거야?"

" (바로 그걸 묻고 싶었다는 듯이)응! "

여섯 살이 되도록 키워놓았더니 이건 웬말인가 괘씸한 생각이 들어서

아빠한테 물어 봐!라고 쏘아주고 돌아서서 벅벅 설겆이를 했다.

그래도 미니는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아빠가 들어오시자마자 냉큼 여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빠가 엄마랑 결혼해주지 않으면 결혼해 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그랬지."

"아,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인 미니, 다음 날 아침 밥상에서 재미있어 하는 아빠가 물었다.

   "아빠가 왜 엄마랑 결혼했다고 했지?"

" 응, 아빠가 엄마랑 결혼하지 않으면 결혼할 여자가 없을 것 같아서"

오호라, 인생은 반전이다.

미니아빠가 다시 두어 번 더 물어보고 열심히 고쳐주었건만 미니는 여전히

" 아빠가 엄마랑 결혼하지 않으면 결혼할 여자가 없을 것 같아서"

라고 밖엔 이해하지 못했다.

일렉트라 콤플렉스 기미가 다분한 미니도 엄마랑 같은 여자인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그런데 미니야, 다른 사람들이 네가 엄마를 꼭 빼닮았다고 하는데

엄마가  그렇게 못 생겼으면 너도 못 생겼다는 뜻인데 어떻게 생각해?" 

이 질문도 못 들은 척 대답을 안 한다.ㅋㅋ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소나무집 2008-05-1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유, 똘똘한 미니...
자기한테 유리한 것만 받아들이는 미니가 너무 예뻐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생각나는 만남이시네요.
로맨틱한 소설 한 편 쓰세요.

2008-05-18 1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솔랑주 2008-05-23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성 서비스가 되는 것 같아요~ ^^
반전 드라마네요ㅋㅋㅋ
 

미니아빠가 고집도 세고 강한 성격이라서

나중에 아이들이 사춘기 맞고 자기 주장이 생길 무렵이면 부딪칠 일이 많지 않을까하는 노파심에

내가 나서서 아빠 편이 되도록 은근히 부추기는 경향이 있기도 하지만

미니도 본능적으로 우리 집안의 권력지형을 느끼는지 언제나 무슨 일이나 아빠 손을 들어준다.

우리 부부가 말다툼이라도 하면 무조건 아빠 말이 옳다고 하고

아빠가 사다주신 돼지저금통을 주위 사람들에게 들고 다니며

아빠 차를 사드려야 된다고 성금(?) 모금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자기에게 필요한 돈도 아빠처럼 약을 지어서 벌겠다고 하고

아빠가 너도 1학년이 되면 화개장터에 가서 약을 팔아야 한다고 해도 두 손 들어 환영이다.

장터는 강바람이 불어 춥고 약 파는 일은 힘들다고 해도 무슨 소풍 기다리듯이

주위 사람들에게 약 팔러 간다고 자랑을 하고 다닐 지경이다.

재미있을 것 같다며 두 눈이 반짝반짝한다.

(그러나 엄마의 육감으로 보면 장터에 가득한 온갖 주전부리를 상상하고 있는 눈빛이다.^^)

장난기가 발동한 아빠는 약 파는 연습을 해보자며 선창을 했다.

" 약 사세요!"

미니도 따라서 약 사세요!를 외치는데 아빠가 또 해보라고 했다.

우리는 당연히 또 한 번의 약 사세요!를 기대한 것 뿐인데 미니는 천연덕스럽게

" 몸에 좋고 효과 좋은 약 사세요!!!" 란다.

절대 집안에서 이런 문구를 사용한 적이 없는데 어디서 들었을까?^^;;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8-04-25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몸에 좋고 효과 좋은 약, 어디가면 살 수 있나요?'
아빠에 대한 존경과 자부심이 굉장한 것 같은데요~~~~ 시장체험도 좋겠죠!^^

소나무집 2008-04-25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약 있으면 저도 좀 보내 주세요.
요즘 마음을 비롯해서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거든요.
3년 전에 화개장터에 가본 적이 있는데 그 근처에 사시나 봐요.
아이들하고 예쁘게 사는 모습 보고 싶어서 근처에 가면 한의원 간판 보며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지리산 국립공원이 있으니 한 번쯤은 지나갈 일이 있겠지 싶어요.

2008-04-26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마 휴대폰을 가지고 놀던 미니가 저장된 사진을 깡그리 지워버렸다.

내복 입고 장난감 기타치는 미니 모습이 휴대폰 메인화면이었는데 회사 로고만 떴다.

그리하여 급하게 메인화면을 장식하려고 찍은 사진.

미니 표현에 따르자면 하얀 꽃이 화려하게 장식된 치마를 내복 위에 걸치고 김치~!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8-04-21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ony 2008-04-21 19:49   좋아요 0 | URL
헉,정말? 내가 저랬던가?

2008-04-22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22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22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씨가 제법 더워졌다.

낮에 산여울에서 점심을 먹고 시작된 물놀이.

태민이는 물 속에 돌 던지며 까르륵거리고 미니는 숫제 팔다리 걷어부치고 물 속에 뛰어들다

결국 돌을 헛디뎌 물에 빠진 새앙쥐 꼴을 하고도 신나게 놀았다.

앞산은 새 초록이 반짝여 넋을 빼놓고 바람은 산들산들 모처럼 봄날을 즐겼다.

아이들 노는 모습이 예뻐서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전화기를 두고 와서 안타까웠다.

집에 돌아와 두 아이의 옷을 갈아입히고 두 세 시간 지나자 또 산책을 가자는 미니!

집에서 아이들 걸음으로 10분 쯤 걸리는 곳에 있는 북카페에 가서

따끈한 베이글에 쨈 발라먹고 싶은 속셈이 훤히 보인다.

도로에 뛰어드는 태민이 데리고 길 따라 왕복할 자신이 없어서 또 다시 냇가로...

어느 새 그늘이 내려 부는 바람이 서늘했지만 두 아이에겐 아랑곳 없었다.

처음엔 본의 아니게 머리 위로 돌을 던져올리던 태민이도 마지막엔 제법 먼 곳에 물무늬를 만들었다.

 
타고 올라가서 미끄럼 타고 놀던 바위


 
던질 돌 고르느라 열심인 태민


 

  돌 던지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었지만 잘 안 되었다.



시내 건너편에 있는 산녹차 밭. 드디어 녹차를 따기 시작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하얀 점이 점점이 찍혀있는데 녹차따는 아주머니들의 머릿수건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8-04-22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22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솔랑주 2008-04-22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너무 좋았겠다 ~

2008-04-22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