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향기 문화
박중곤 지음 / 가야넷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의 역사는 오랜 동안 외세의 침략으로 인하여 겨우 살아가기에도 바빴던 것으로 이해되고 있었고, 그 각박함속에 여유나 멋도 지극히 제한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은 이런 각박하고 무미건조한 삶을 영위하는 민족이라는 오해를 말끔히 씻어내고 있다. 저자 박중권은 우리의 전통 향기를 현대에 되살리기위해 국내외를 무던히도 돌아다닌 한국 허브연구회 부회장이다. 따라서 이 책에는 저자의 노력만큼이나 전통의 향기문화와 현대의 향기문화가 어우러진 멋진 향기를 찾을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우리민족에 있어서의 향기문화는 어떤것일까? 서향의 향처럼 자극적이지 않아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몰랐던 우리의 향기 문화는 의외로 우리 생활속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으며 이러한 우리의 향기 문화는 우리 문화의 특징인 은근함속에 같이 담겨있음을 알게 된다. 이렇게 은은하게 우리의 생활에 녹아드는 향기는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하며, 눈으로 읽을수도 없고, 육안으로 감별할 수도 없으며, 귀에 들리지 않지만 늘 우리곁에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향기 문화는 서양에서 처럼 자극적인 향기를 뿜어대며 "나 여기 있소.."라고 스스로를 과시하지도 않으면서도 늘상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모두 여덟개의 큰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부터 여섯개의 꼭지는 우리 나라의 지방으로 구분하여 그 지방의 특징과 전설, 그리고 그 지방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나름대로의 향기문화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있다. 첫번째 꼭지는 강원도편으로 아우라지 나룻터에서 울려퍼지던 정선아리랑과 생강나무를 이용한 여인네들의 화장수, 삼탕, 쑥탕, 난초탕, 국화탕 등 식물의 향을 뿜어내는 건강목욕법, 설탕보다 달콤한 수국의 줄기와 잎을 이용한 감차 등 민초들의 향 문화를 담고 있다.

 두번째 꼭지는 바다와 만나는 경상도의 향을 담고 있는데 여기에는 단순하게 후각으로 느낄 수 있는 향기분만 아니라 입으로 느끼는 향기문화와 불자의 마음을 우려낸 백련차, 입으로 느끼는 향신료의 대표격인 초피와 추어탕과의 만남, 우리네 서민들이 우리 산하 어느곳에서도 캘 수 있어 늘 가까이했던 둥글레차,와 서양에서 들어온 치커리차를 담고 있고, 세번째 꼭지는 격조높은 향기문화의 전승으로 서울과 경기도 지역의 향기문화를 담고 있는데 신라시대때 부터 옆구리에 차고 다녔다는 향낭, 최고의 건강식품인 더덕이 갖는 향기와 수없이 많은 전통차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동,서양의 허브와 허브 농장을 소개하고 있다.

 네번째 꼭지는생활에 스며든 향기를 담고있는 전라도 지방의 향기 문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광활한 평야에서 생산되는 곡식을 사용하여 빚은 곡차(술)로 문을 열고 있다. 한상 가득 차려진 한정식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香酒로 진도의 홍주를 비롯하여 도소주, 과하주, 이명주, 창포주, 국화주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선조들이 술과 향을 더불어 마실 수 있는 지혜를 가졌음을 알려주고 있다. 다섯번째 꼭지는 땅에서 솟는 향기의 고장인 충청도의 향 문화를 설명하고 있다. 원래가 고려인삼의 본향인 양반 땅 충청도는 어디를 가던지 인삼의 향기로운 냄새를 맡을 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고장이다.이러한 인삼을 바탕으로 창포향을 오늘에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김종석씨의 창포농장을 찾아 이곳에서 생산되는 창포 향수등 창포 추출물을 이용한 향기 산업을 다루고 있다.

 여섯번째는 제주도, 울릉도등 바다위에 뜬 향기의 섬들을 다루고 있다. 한국의 남국이라 불리우는 제주의 유채꽃밭에서 채취되는 제주 향수, 그리고 천혜의 자연 보고인 울릉도의 향기와 불고기의 비린내 비슷한 향이나는 어성초차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일곱번째 꼭지는 향수와 향기가 갖는 상업성에 대하여 저자 나름의 의지를 토로하고 있으며 마지막 꼭지에는 세계의 향기 기행으로 향수산업이 가장 발달했다는 프랑스와 정원에서 자연그대로의 향기를 찾는 영국, 온통 냄새나는 식물인 허브로 넘치는 일본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우리 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허브관련 농장을 방문하여 그 지방에서 어떻게 식물을 이용하여 향기산업을 발전 시키는가에 대하여 비교적 상세히 설명을 해 주고 있으며, 우리 나라 정선지방의 '아라리 자연향', 대자연을 품은 강원도의 'sorak', 신라 천년의 향기를 담은 'sorabal', 지리산의 야생화의 청초함을 가득 담은 'nogodan', 그리고 남국의 멋을 담은 'cheju' 향이라는 브랜드로 시판되는 우리 고유의 향기의 우수성을 힘주어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각 지역에서 개발된 향기는 소위 향수라는 이름으로 상업화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원래의 특산물에서 추출했다기보다는 조향사의 배합능력으로 이미지화한 상품이기에 보다 근원적인 우리의 향수와 향기 문화를 찾는 일이 시급함을 알아야 할것이다.

 저자는 향기 산업을 눈에 보이지 않는 황금이라고 표현하며 향수를 액체 황금이라고 하였지만 이 책에서 어떻게 해야 이러한 황금을 내 손에 쥘수 있는가에 대한 제시는 하지 않고 있다. 외국의 향기문화와 향수 산업을 둘러보고 온 저자의 입장에서라면 우리 나라의 향기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나름대로의 방안을 제시를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늘이 내린 선물로 비유되는 자연으로부터의 향기는 다양하게 발전시킬수 있음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은은하게 우리의 생활속에 향기와 함께 배여있는 향기문화....지금부터라도 새로운 향기문화를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진정한 아름다운 삶속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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