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전 부하중 1명이 제게 면담을 신청해 왔습니다. 제 방에 앉아 무슨말을 하려는지 그 애의 맑은 눈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제 눈이 잘 안보입니다'
"???"
"제 오른쪽 눈이 이상하게 안보입니다"
"아니...지금 이 눈이 잘 안보인다구??"
"녜...물체의 형상만 알아볼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청년이 그렇듯이 눈망울이 커다란것이 까만 눈동자가 보석처럼 맑게만 보이는데 앞이 안보인다는 것입니다. 외적으로는 전혀 알수가 없는 상태라 대수롭지 않게 통합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볼수 있도록 하였는데, 의외로 입원 치료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제가 통합병원에 찾아가서 상태가 어떤지를 확인을 하고 군의관과 면담을 했습니다.
시력저하의 원인을 군의관은 크게 3가지로 예를 들었습니다. 첫째는 외상(외부충격)에 의한 일시적 시력감퇴, 두번째는 감기처럼 바이러스 침투에 의한 증상, 그리고 마지막은 유전적 증상이라는데 앞의 두가지는 '스테로이드'를 투약하면 반응이 있다는데 3일간 투약을 했음에도 전혀 반응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마지막 한가지...유전적 증상인데 이를 위해 정밀 혈액검사중이라고 하더군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선진국도 안구 중심의 안과의학은 발전이 되어 있는데 시신경이나 뇌신경에 의한 시력감퇴에 대한 연구는 미진한 모양입니다. 결국 여기저기 연락을 하고 동창들에게 연락을 해서 겨우 분당 서울대병원에 시신경 전문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진료를 약속을 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것은 오른쪽 눈의 시력 회복은 여하한 경우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왼쪽눈의 현재의 시력이 0.5~0.6 정도인데 이나마라도 보존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안과에서는 왼쪽의 시력 보존을 위해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두눈 모두 실명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 아이는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대전에서 식당일을 하시는 아주 어려운 형편인데, 평시에도 그렇게 밝고 착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커다랗고 맑은 눈이 정상인의 기능을 할 수 없다니...믿기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그는 의병 전역을 하게 됩니다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저도 막막하기만 하고...그래서 어제 저녁도 못먹고 잠도 제대로 이룰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든 나머지 왼 눈의 시력만은 지켜야 하는데...정말 걱정이 아닐수 없습니다.
따지자면, 어디 이런 불행이 비단 제 부하 하나겠냐만 일단은 자신의 불행이 어느 무엇보다 큰 불행이라고 여길수밖에 없는 실정을 감안한다면 낙담과 좌절이 앞설텐데도 이 친구는 그저 덤덤하게 맑은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사테의 심각함을 군의관을 통해 들었다고 하면서도 헤맑은 표정을 짓는 그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어른거립니다. 어쩌면 어린 마음에도 제가 걱정할것을 염려한 배려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철없다기 보다는 대견스러움을 느꼈습니다. 병원을 떠나오며 제가 떠날 때 자꾸 따라 나오길래 그만 들어가라했더니 큰 소리로 경례를 붙이는 그의 늠름한 모습을 저는 똑 바로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마치 제가 그를 그렇게 되도록 한것 같은 죄책감이 생겨서 말입니다.....
<如 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