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누구나 다 그렇지만 이곳 알라딘에서의 도서 구매와 병행하여 헌 책방을 기웃거리며 읽을거리를 찾으실 것입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어서 몇 군데의 헌 책방에 자주가는 편입니다. 물론, 저와 관련된 내용들은 새로운 연구내용을 담은 도서도 있지만 오히려 예전의 평가 내용이 중요한것이 많기에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헌 책방을 찿습니다. 헌 책방에는 어디서 쏟아져 나오는지는 몰라도 듣도 보도 못한 책과 예전에는 비싸서 감히 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책들도 가득하지요.
작년 겨울....신림동의 헌 책방에 들렀을 때 였습니다. 몇 권의 도서를 고르고 또 그날따라 평시에 구하고자 했던 책들이 많아 이것 저것을 제법 많이 골랐습니다. 책에 "XXX선생 혜존" 이라는 저자의 서명이 담긴 책이 많은 것으로 보아서는 책 주인은 많은 도서를 보유하고 있던 장서가였던것 같고 그 분이 유명을 달리하자 후손들이 필요치 않아 헌 책으로 처분하였던것 같습니다. 알라디너들은 대부분 마찬가지겠지만, 책을 버린다는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일임에도 이유가 어떠하든 그 책이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 헌 책 취급을 받는다는 일은 가슴이 아픈 일로 여기실겁니다.
다행스럽게도 그 집에서 헌 책으로 내다 처리한 책들은 대부분이 제가 필요로 하는 책이어서 제법 많은 책을 골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책을 집어들고 펼치는 순간, 책 가운데 들어가 있던 작은 책이 툭~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少年>....녹색 월계관 테를 두른 글짜가 뚜렷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집어들은 것은 분명 '第一年 第一券 ' 이라고 씌여진 <소년> 창간호였습니다. 책방 주인 아저씨에게 이 사실을 말하자 주인 아저씨는 빙그레 웃으며 "그냥 기념으로 가지세요.."하는 것이었습니다.
"海에게서 少年에게"라는 최남선의 시는 이미 어렸을 때 익히 들어왔던지라 국한문 혼용의 옛글로 찍혀진 <소년>을 손에 들게 된것만도 신기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책을 구입하여 그대로 보존을 하였는지 새 책과 같은 상태로 귀한 책이 제 손에 들어오게 된것입니다. 한동안은 창간호를 모으느라고 무척 고생도 했었고, 어찌 어찌 하다보니 "샘터"라는 월간지의 창간호도 열 댓권을 모으기도 하였는데 평시에도 <소년>을 갖고 싶었던 것이 정말로 우연치않게 제 손에 들어오게 된것입니다.
"隆熙 二年 十一月一日 發行" 이라는 발행연도가 말해주듯 최초의 잡지인 <소년>은 제 손에는 오래 못 있게 될것 같습니다. 제 손에 들어 온것도 자랑이랍시고 몇 군데 자랑을 했더니 기증을 하면 어떻겠냐는 의사 타진이 있어 잠시 혼돈속에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저만의 <소년>이 되기 보다는 만인의 <소년>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에 적당한 시기에 기증을 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전시되었던 <소년>과 비교하면 한번도 앞장을 넘긴 자국도 없는 이 책이 단연 돋보이리라고 생각해 봅니다. 그러고보니 이런 귀한 책이 제 손에 들어오게 된 것도 다 책을 좋아하다 생긴 복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1908년 11월에 창간되어 1911년 5월까지 발행되었던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 월간지는 이제 어느 책 관련 박물관에서 여러 사람들의 눈길을 기다리며 우리 나라 최초의 자부심을 가득 담고 전시 될 것입니다.
< 如 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