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전국 체전이 벌어지고 있는 전주의 승마장에서 저는 어느 道의 근대연맹 관계자에게 조금 못마땅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징집 연령에 달한 자기도의 선수를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입대를 연기, 또는 면제 받으려는 것이었습니다. 각 시도는 매년 벌어지는 전국 체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 이런 이유로 선수 개개인의 사정과는 관계없이 좋은 성적을 내서 나름대로는 큰 소리를 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 때 저는 단호하게 "징집 연령이 초과될 경우에는 여하한 경우에도 입대를 허용하지 않겠다" 고 그 관계자에게 말 했었습니다. 그리고는 금년 1월에 그 도의 선수였던 "이춘헌"선수는 상무에 입대를 했습니다. "이춘헌" 선수는 2003년도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1위를 한 선수이기에 상무에 입대하여 열심히 훈련을 해서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 시킬 수 있는 우수한 자질을 갖춘 선수였습니다.

  입대 후, 논산훈련소에서 6주간의 기본군사훈련을 받게 되는데 전문 체력이 발달 운동 선수들의 대부분은 이 때 근육이 많이 흐트러지게 됩니다. 단순하게 선수로서의 기량만을 원하는 일이라면 입대 훈련도 받지 않을 수 있겠으나, 우선은 군인으로서의 기본 자세가 중요하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대한의 남아로서 기본적인 군사훈련은 누구나 다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선수들은 논산훈련소에서 나와서는 한동안 고생을 하게 됩니다. 매일 동일한 운동을 하여 모든 신체적 기능이 자신의 주 운동에 맞도록 발달해 있는데, 군사교육은 이런것과 대부분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거의 1년 가까이 기량 발휘에 애를 먹기도 합니다.

  "이춘헌"선수도 예외가 아니어서 훈련소를 마치고 벌어진 대회에서는 별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만, 저를 비롯한 감독이나 관계자들은 조만간 제 페이스를 찾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근대5종이란 승마, 펜싱, 수영, 육상, 사격의 5개 종목을 치루는 경기로 매 종목마다 기준 점수가 있으며 기준 점수보다 더 잘하면 추가점이, 못하면 감점이 되며 5종목을 합산하여 우승자를 가리게 되는 경기로 국내에서는 이 5개 종목을 아침 7시부터 시작해서 하룻만에 다 치루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근대5종 선수들은 말 그대로 꼭두새벽부터 운동을 시작해서 밤 늦게까지 훈련을 합니다. 5개 종목을 살펴보면 power을 필요로 하는 수영과 육상이 있는 반면 기술을 요하는 사격, 펜싱, 승마 경기가 있어 경기는 power-->기술-->power-->기술 의 방식으로 벌어집니다. 예를 들어 수영경기에서 온 몸의 힘이 다 빠질 정도로 경기에 임하고는 바로 사격장으로 이동하여 정신을 가다듬고 사대에 서서 사격을 하는 방식입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었지만 운동을 잘한다고 모두 올림픽에 출전 할 수 있는것은 아닙니다. 각 대륙별로 주어진 쿼터가 있어 그 쿼터를 따기 위해 각국은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오림픽에 한번 출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펜싱에서 아시아에 주어진 출전권은 딱 2장....지난달 중국 뻬이징에서 열렸던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 준우승 에게만 주어지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 날은 마침 상무부대 창설 20주년되는 날로 위문공연이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지고 있었는데, 위문공연의 흥겨움보다는 북경에서 날아 올 경기 결과에 더 신경이 쓰였고 특히 근대5종 감독은 자기가 지도했던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을 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순간이라선지 옆에 누가 있어도 그저 멍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위문공연의 열기속에 중반을 넘길즈음 감독이 제게 달려왔습니다. "이춘헌"선수가 2위를 하여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 했다는 연락을 받은 것입니다. 위문 공연중 이 소식은 사회자에게 전달되어 모든 참석자가 다 알 수 있도록 공지를 하였고, 모두가 자신의 일 처럼 일어서서 박수를 쳐 주었습니다. 저도 중국에 직접 통화를 하였는데 1, 2위를 전부 우리 선수가 차지하여 협회 임원들도 약간은 들 떠 있는듯하였습니다.

  이번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는 올림픽의 전초전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근대5종은 특히 유럽세가 강합니다. 그들은 지형적으로 말을 탄다거나 달리기, 그리고 수영등은 사회체육화 되어있어 근대5종이라는 종목에 쉽게 적응을 할 수 있습니다만, 우리 나라는 일반부 선수가 모두 30여명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그나마 근대5종에서 승마 종목이 빠진 근대4종 선수가 대부분입니다. 사실, 우리 나라의 현실에서 말을 타고 경기를 하는 승마종목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종목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춘헌"선수는 이런 불모지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기량을 갈고 닦아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말이 근대5종 연맹이지 그저 동호회 수준에 지나지 않는 우리 나라 근대5종이 큰 일을 해 낸 것입니다. 큰 키에 늘 웃음을 머금고 긍정적으로 훈련에 임하던 "이춘헌" 선수가 세계 2위의 자리에 우뚝 서게 된 것입니다.

 "이춘헌"선수는 6월 3일 귀국을 합니다. 지금쯤은 단체전에 참가를 하고 있을텐데 단체전에서도 최고의 기량으로 우리 나라의 국위를 떨쳐줬으면 하는바람입니다. 목표는 아테네입니다. 상무 선수중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선수는 10~15명 수준이 될것입니다. 아직 최종 선발전을 마치지 않은 종목이 있어 약간의 변수는 있지만 대개 그 정도의 숫자가 참가를 하게 될것 같습니다. 정말...피같은 땀으로 일궈 낸 이들의 올림픽 참가와 의지는 단순히 TV를 통해서 느끼는 승패를 보는것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답니다.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을... 이들이 겪는 좌절과 아픔, 그리고 환희와 흥분은 가까이서 지켜보지 않는 사람들은 잘 모를것입니다. 실업팀에 몸 담고 있으면 금전적으로도 보탬이 되고, 또 어영부영 세월을 보내면 현역보다는 공익요원으로의 근무 기회가 있음에도 현역으로 입영하여 <상무>마크를 달고 국가 대표선수로서 경기에 출전하는 이들을 보면 대견스럽기까지 하답니다. 비단 "이춘헌"선수뿐만 아니라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하는 우리의 대표 선수들이 끝까지 최고의 컨디션으로 나라를 빛내줄 것을 여러분과 함께 기원해보고 싶습니다.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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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6-01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스포츠쪽은 일자무식이지만... 이춘헌선수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비로그인 2004-06-01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록경기는 자신과의 싸움이기에 외롭고 힘들지만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힘이 솟는답니다. 조선인님의 성원도 꼭 전달해서 이춘원 선수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격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04-06-02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