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부고속도로...주말이라서인지 상하행선 모두 많은 차량으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바쁜 일들이 있어서인지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들 달리고 있었는데 앞에 가던 승용차에서 갑짜기 연기가 잔뜩 피어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제 차보다 차량 서 너대 앞쪽에서 달리던 차량이라 뒤에 달려가던 제가 보기에는 뭔지 팍~하고 폭발이 나는것 같더니만 연기가 심하게 나는 것이었고, 그 차량이 앞이 안보여 브레이크를 잡아서인지 뒤에 따르던 차량들도 급하게 브레이크등들이 켜졌습니다.

2.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큰일 날 뻔 했죠, 그 차량은 비상등을 켜고 우측 길 어깨로 차를 대었습니다. 뒤 따르던 차중 1대가 그 차 앞에 또 정차하고, 다른 차들은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다시 힘차게들 달려 갔고 저도 그 차량의 뒷쪽 길 어깨에 차를 댔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오버히트 같았는데....  먼저 앞에 섰던 차량의 운전자가 화재가 난것으로 알고는 소화기를 들고 뛰어오는게 보였습니다. 저도 "화재였나? "하면서 차문을 열고 앞 차로 뛰어 갔습니다.

3. 차 곁에 다가가자 철커덕~ 하면서 앞 트렁크가 열리며 수증기가 뿜어져 올라왔습니다. 그리고는 운전자가 차에서 내렸는데 아마도 휀-벨트가 끊어졌나 봅니다. 소화기를 가지고 뛰어왔던 앞 차의 운전자는 "오버히트였나요?' 하며 숨을 할딱 거립니다. 제가 대충 살펴보니 차 엔진 룸에는 벨트가 찢어져서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고, 그러다보니 아마 과열이 된것 같더군요.  조금 시간에 뜸을 들인 후 라디에이터 뚜껑을 여니 속에서 뽀글뽀글...부동액이 끓는 소리가 들리고 아마도 거의 가득 차 있었을 냉각수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단은 냉각수를 채워야 하는데 제 차에는 작은 생수병이 하나가 있어 그 물을 부었지만 열기때문인지 치지직~ 거리며 들어가는것이 워낙 양이 적은지라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다른 차량에는 그나마 물이 없어 이제는 차 주인이 고민을 할 차례입니다.

4. 그런데 소화기를 들고 뛰어왔던 아저씨(30대 중반으로 보임)가 고속도로 밑쪽에 1km 정도 떨어진 농가를 보고는 거기까지 가서 물을 떠 오겠다더니 바로 안전막을 뛰어 넘어 농가쪽으로 달려 가는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저는 다른 특별한 이상이 없나를 살펴 보았는데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습니다. 뭐...제가 본닛 안 쪽을 살펴보았다니까 대단한줄 아시겠지만 아주 기초적인지라 누구나 다들 알고 계시는 것이지요. 한 15분 쯤 지나자 물을 뜨러 갔던 분이 어디서 났는지 PET병 3개에 물을 가득 담아서 왔습니다. 얼굴에는 땀방울이 막 솟아나면서 말입니다. 그 물을 부으니 어느 정도 운행이 가능할것 처럼 보였습니다. 마침 음성 휴게소가 얼마 남지 않은 곳이었기에 응급처치는 가능하리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5. 그런데 한 가지 알아두실 일이 있습니다. 휀-벨트가 끊어져서 냉각수의 온도가 올라가는것을 감지하시게 되면 바로 에어컨을 켜십시요. 라디에이터의 냉각 휀은 돌지 않아 냉각수의 온도를 떨굴수는 없지만 요즘 대부분의 에어컨 휀은 냉각수 휀과 나란히 붙어있어 에어컨 휀으로도 라디에이터의 냉각수를 어느 정도는 식힐 수 있답니다. 물론 응급처치에 불과하므로 과속은 안되고 비상등을 켜고 시속 4~50km 정도로 달리시다가 휴게소 등지에서 점검을 받으시면 됩니다.    저는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멀리까지 달려온 앞 차량의 운전자 신분이 궁금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고속도로에서 서 있는 차량을 보게되면 일단은 내 일이 아니니 그냥 지나쳐 가기 쉬운데 지나쳐 가기는 커녕 물을 가질러 한참 먼길을 땀을 흘리며 뛰어 갔다 왔으니까요.....

6. 그는 자신은 작은 회사의 판매 사원인데 지방에 납품을 하러 다녀오던 길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화재가 난 줄 알고 소화기를 들고 뛰어 왔다고 하면서 계면쩍어하였습니다. 운전을 하는 일이 많으니 여러 가지 사고나 이런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느냐고 물으니 많이 목격하지는 않지만 거의 대부분 곤란을 겪을 운전자를 생각해서 차에 무슨일이 생겼는지를 살펴보는 편이며, 자신이 도울일이 있다면 기꺼이 도움을 주고는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제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 졌습니다. 저도 가급적 도와주려는 편인데 어느 경우에는 고속으로 지나가는 순간 눈에 들어오기에 "에이...지났으니 그냥 가자.."  하고는 와버렸던 적도 많이 있었기에 자신이 지금 일을 당한 차량의 앞 차 였음에도 갓길로 차를 세우고 도와준 그 사람은 진정으로 남을 위해 돕겠다는 마음을 가진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7. 대충 응급조치가 끝나자 운전자는 음성 휴게소에서 차라도 대접하고 싶다고 고마움을 표했지만, 저나 도움을 준 운전자는 괜찮다며 휴게소에서 마무리를 잘 하시라는 말씀을 남기고는 각자의 차량을 타고는 서울로 왔습니다. 이상하게 찻속에서 신나게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마음이 들어 CD의 음에 맞춰 고성을 질러 댔습니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일입니다만, 저는 그 운전자가 판매사원이라고 했지만 그런 성실함이라면 분명히 자신의 일에도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적어도 자기네 회사에서는 세일즈맨으로서 판매왕에 오른 인물인지도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더욱 많이 판매하기를 마음 속으로 기원하고 있답니다. 오늘은 날씨는 흐리지만 기분 좋은 하루인것은 틀림이 없답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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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a 2004-05-15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러기가 쉽지 않는건데.... 저런 분들이 정말 멋진 사람들 같아요.

비로그인 2004-05-16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분의 어려움을 보고 그냥 가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신 분들이야 말로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꾸미는 분들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경우를 볼 때 마다 늘 가슴속에만 담고 있는 저 자신이 용기없는 못난이인것만 같아 그렇게 자신있는 용기로 행하시는 분을 대할 때 마다 부끄러워지기만 한답니다. 정말....마음속에 늘 담고 있는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이 실제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게 되기를 그런일이 있을 때마다 다짐을 합니다만 잘 안되더군요... 한번쯤은 용기를 내야 할것 같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