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번에는 만년필에 대해 말씀을 드렸었는데 오늘은 늘 팔목에 붙어있어야만 하는 시계에 대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누가 시계를 만들었는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시간의 기준을 설정하기란 참 어려울텐데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시간의 기준을 설정을 하고 맨날 시계를 들여다보며 하루를 살아가게 만들었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욕심 같아서는 제 나름대로의 시간 설정으로(예를 들어 하루를 50시간으로 한다던가..등등) 사용도 하고 싶지만 객관성이 결여됨은 물론이고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것 같아 참기로 했습니다. 하여간 어떤분들은 시계가 귀찮아서 외출을 마치거나 또는 심지어는 사무실의 책상위에 풀어 놓고 계시는 분들도 있던데, 제게 있어서의 시계는 인공심장에 달린 박동기를 움직이는 건전지와도 같아서 단 한시도 제 곁을 떠나서는 안됩니다. 어쩔수 없는 경우(목욕중이라거나 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나깨나 늘 제 손목에 붙어 있어야 한답니다.

2. 그런데 제게 나쁜 버릇이 있어(이 버릇은 신경이 예민해서인것 같습니다) 자다가도 시계의 째깍~ 거리는 소리를 듣게되면 잠을 깬다는 것입니다. 한참 곤하게 자다가 몸을 움직이며 손목을 얼굴에 가져가는 순간 째깍~거림을 알게 되고...그 다음에는 잠에서 깨어 버린다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결혼 예물로 받은 시계(어떤 시계라고는 구체적으로 밝힐수는 없지만 1. 비싸다  2, 시간이 잘 안맞는다.  3. 무겁다....라는 3대 단점을 가진 시계입니다)는 신혼여행때부터 제게 구박을 받고는 아직 제 팔목에 감긴적이 한번도 없답니다. 그렇다고 내다 팔려니...명색이 결혼 시계이고 그 당시보다 가격이 떨어졌어야 함에도 오히려 지금은 가격이 더 올랐더군요. 한창 유행했던 CACIO시계는 전자시계라서 째깍~거리는 소리가 없어서 좋았기에 늘 제 팔목에 붙어 있어 충실한 계시원 노릇을 했더랍니다.

3. 그런데, 제게는 이상한 버릇이 생기기 시작을 했습니다. 한번 찬 시계는 딱 1주일만 차고 다른 시계로 바꿔차는 버릇입니다. 두 개면 두 개로 세 개면 세 개를 번갈아 차는 버릇이 생겨버렸습니다. 꼭 그렇게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그런것은 아닌데도 이상하게 습관적으로 그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같은 회사의 제품이 시계 판의 색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예를 들면 GUCCI 같은 경우에는 똑같은 형태이나 문자판의 색이 삼색, 검정, 흰색 등 3가지로 나옵니다) 이럴 경우에는 3가지 모두를 번갈아 가면서 차게 됩니다. 1주일간을 제 손목에 있었던 것을 다른 시계로 바꿔차는 습관이 들고나서부터는 시계를 나열하는 습관도 붙게 되더군요

4. 이런 습관은 급기야 책상의 한쪽면(제 책상은 책상과 책꽂이 일체형으로 문을 열면 그것이 책상이 되는지라 그 옆면에 공간이 있답니다)에 칼라 압침을 꽂아서는 시계를 주르륵 걸어두고는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시계로 골라차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무심코 시계를 걸어두던 그 곳에서 숫자를 세어보니 자그마치 14개의 시계가 매달려 있더군요. 나중에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이곳에 한번 올리겠습니다만 그동안 무심코 습관적으로 한 행동들이 알게 모르게 시계 컬렉션까지 겸하게 된 것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한가지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무심코 눈에 띄는 시계를 골라서 팔목에 찼었는데 이제는 의식적으로 시계중에서 "어떤 시계를 찰까?"로 고민을 조금 해야 될것 같아서이기에 말입니다.

5. 제게 있어 시계는 떠날 수 없는 운명입니다만, 저를 보는 남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철....가끔 필드에 나가면 땀이 비오듯 하는데도 시계를 차고 운동을 하니 가죽줄이 염분을 먹게 되고...그러면 쉬이 상하고...테니스를 하더라도 시계를 차고 하니 역시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는데도 악착스럽게 풀어 두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건 시간을 이용을 하기위해 시계를 소지하는 것인지..아니면 시계의 노예가 되어 있는 것인지 분간하기가 애매하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이 제가 분명히 밝히고 싶은것은 결코 의식적으로 그러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도 모르게 이상한 습관이 붙어버린 모양입니다. 컬렉션의 의미도 마찬가지로 어찌어찌 하다보니 그렇게 된것이고 구태어 이름있는 시계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가진것도 아니었습니다. 뭐...멋을 부리고 다닐만한 위치에 있는것도 아닌 군복을 입는 군인이기에 고급 시계는 필요없는 처지겠지만 한 개, 두 개 모인 시계가 나름대로는 다 사연을 가지고 있는 시계더군요.

6. 언제까지 시계 바꿔차기가 계속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다가 늦잠을 자는 경우 허둥대며 출근을 하다보면 욕실에 시계를 두고 온것이 생각나게 되고, 그런 경우라면 우선은 출근이 더 급한것이 당연함에도 다시 돌아가서 시계를 꼭 챙겨야만 하는것은 한마디로 편집광적인 병증에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단 한번도 "그렇게 해야지..."라고 의도적으로 기획을 해서 그렇게 한적은 없었다는 점인데 무의식속에 담긴 증세도 증세는 증세일것 같습니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요?  남들에게 해코지 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14개의 시계중 단 하나도 알람시계가 없는지라 아침잠을 깨우는 알람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말 그런 시계가 있었다면 아마도 지금쯤은 박살이 났을테니 말입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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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3-05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개의 시계라.. 많기는 하군요...
하나 하나 소홀히 할 수없으니.. 번갈아 차야지요...
그런데.. 단점은 시계는 가야하는 것이니 정기적으로 바꾸어 차려면 밥도 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비로그인 2004-03-05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맞아요....어떤날은 아침에 시계를 차고 나갔는데....시간을 보니 전사한 시계일 경우도 있더군요. 그 후부터는 쪼르륵 걸려있는 시계의 바늘이 움직이나 멈추었나를 살펴보는 버릇이 생기기도 했답니다. 나중에라도 걸려있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