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주초 날이 제법 따사해서 모두의 마음이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혹시 새 눈이 움트나를 알아보려고 개나리 주변에서 서성거릴 때... 이제 전역만을 기다리는 그 병사가 오는것이 보였습니다. 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조금은 의아했지만 반갑게 그 병사를 맞이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친구 3명과 함께 왔습니다.
2. 그 일행을 사무실로 안내하여 따뜻한 차를 대접하며 그간(그간이랬자 며칠 안되는 기간입니다만) 어떻게 지냈나를 물어 보았습니다. 늘 그랬듯이 그는 언제나 맑고 밝은 얼굴이었고 오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이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얼마 되지않아 시력을 다 잃게 될것이고 그렇게되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기에 완전 실명이 되기전에 과거를 다시 한번 둘러보고 싶어서 왔다는 것입니다.
3. 참으로 답답했습니다.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말을 하는 그 녀석을 한대 쥐어박고 싶었습니다. 시력은 어떻냐는 질문에 그 녀석은 점점 나빠진다고 답을 하더군요. 물론, 그 친구의 마음을 모르는바가 아니지요. 더구나 저도 생각을 못했던 그런 일을 생각해 냈다는것이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더군요.
4. 그런데 그런 제안을 그와 동행했던 3명의 친구들이 했다는 말을 듣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자기들의 친구가 시력을 상실하여 간다는 사실을 알게된 그의 친구들이 많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돈을 염출해서는 친구의 아름다웠던 과거의 기억이 담긴 풍경들을 가슴속 깊이 새겨주고 싶었던 것이었겠지요. 역시 그들의 의견도 제 생각과 별반 다를바가 없었습니다.
5. 젊은 친구들....어쩌면 젊다는것 하나만이 커다란 자산이 될수 있는 그들이 감히 상상도 못했던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저는 제 자신이 참으로 초라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성세대라고...젊은 사람들의 잘못만 봐왔고, 또 그들의 잘못을 고쳐주려고 질책만을 해 왔던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도 들었습니다. 혹시 그들이 직업을 갖지 않았기에 이번의 일이 가능한가를 물었더니...그들은 나름대로 다들 직업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직장에 휴가원을 내고는 그들의 친구를 위해 마지막 세상보기에 동행을 한것입니다. 아니 그들의 세상보기 행사에 병사를 동반시킨것이겠지요.
6. 저도 많지는 않지만 얼마간의 여비를 지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들의 손을 꼭 쥐어주면서 제가 생각해내지 못했던 일을 계획한 그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 비록 그 병사의 눈은 실명이 되겠지만, 그를 지켜주는 진정한 친구들.... 적어도 이번 일을 꾸민 그들이라면 그들의 우정은 영원하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세상보기"를 계획했던 친구들과 그 병사의 머릿속에는 며칠간이 될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보다 지금 보는 세상의 풍경들이 영원히 머릿속에 각인이 될것입니다. 다만,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그 병사의 시력감퇴가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그나마 남은 시력으로라도 더 많은 세상을 둘러볼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如 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