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참으로 무서운 병이 바로 '소유욕'이라는 병인것 같습니다. 매번 "다시는 인터넷을 통해 난을 구입하지 말자!!"라고 다짐을 하면서도 애연가가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워물듯 난 판매 site에 접속을 하고는 합니다. 난 판매 site에 들어가보면 어찌나 탐나는 난들이 그득한지...아마도 좋은 난을 갖기를 바라는 애란인들이라면 누구나 구매하고픈 욕심이 일렁이게 될것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있는 그대로의 난 사진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포토샵이라는 기술을 이용하여 사람처럼 난 사진에 화장을 시키니까 말입니다.

2. 일반 상품이야 자주 보아왔고, 또 사진과 별로 다를것이 없는지라 인터넷 구매시 특별한 문젯점이 없지만 난의 경우는 많은 변수를 안고 있답니다. 우선은 난은 계속 변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홍화로 필 가능성이 있는 난도 시퍼랬다가 갑짜기 색이 들어오는 경우가 허다하답니다. 지금 산에서 캐 왔다해서 캘 당시의 꽃의 색이 고정이 될지...아니면 색이 화악~ 들어와서 막말로 대박을 터트릴지를 상인은 물론이고 구매자도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완전히 고정이 된 품종은 그 가격이 천정부지라서 언감생심 쳐다볼수도 없는 고가로서 그저 사진만 보고는 침을 질질 흘려야 되는데 긴가민가 하는 가능성을 가진 난을 저렴하게 사서는 로또 복권이 맞아줄 확율보다 더 낮을지도 모르는 확율을 가지고 이쁜 색이 들어오기를 학수고대하게 됩니다.

3. 간혹, 저렴하게 구입한 난이 톡톡히 효자노릇을 하여 구매자를 흐믓하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구매자는 말 그대로 "꽝"이 되기 일쑤랍니다. 어쩌면 상인들은 이러한 애란인의 간절한 바람을 상술에 이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저렴하게 판매를 했으니 구입자의 손에 넘어간 난이 대박을 터트리지 않는다면 "싼 난은 다 그렇다"는 식으로 넘어갈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수많은 애란인들은 자신이 직접 난 산지를 찾을 수 없으니 너도나도 대박의 꿈을 간직하고 인터넷 난 판매site를 기웃거립니다.  더구나 난은 1년에 단 한차례 새 촉이 올라오거나 꽃을 달게 되는데 그나마도 아주 건강한 난이라야 꽃대를 올립니다. 건강한 산모가 건강한 아기를 낳는것과 같은 이치겠지요. 이 점도 난 상인들은 교묘히 이용을 한답니다. 최소한 리콜을 한다고 해도 1년 동안을 아주아주 잘 키워야 꽃대를 올릴까 말까하고....또 사람이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그 화를 1년 동안 독기를 품고 가슴에 담고 가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랍니다.(모르겠습니다...뭐...철천지 원수라면 몰라도요) 그러니 상인들은 "시간이 약"이라는 심보로 여유를 부리기에 어떨때는 군밤이라도 한 대 팍~ 줄 정도로 얄미울때도 있답니다.

4. 매년 적게든 많게든 난을 구입을 해 왔었지만 그리 재미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그 난은 지금도 모든 사람들이 모두 안타까와 하는 천하의 난이었지만 대부분의 구입품은 언제나 하늘 꼭대기에 올라가 붙어있는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매년 작심을 하는 "난을 사지 말자!!!"는 마음속 구호가 번번히 무참하게 깨져 버렸는데, 이상하게도 금년의 결심은 아마 굳건한 모양입니다.  몇 차례나 들락날락거리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구매욕구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작년의 그 난초를 잃은 뒷끝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지금까지는 작심한 대로 잘 지키고 있습니다.

5. 사실 저도 저 자신의 자제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잘 모릅니다. 또 이러다가 이거다 싶으면 후다닥 구매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발 금년에는 난병이 도지지 않기를 가슴속으로 빌고 또 비는겁니다. 이상하게도 같은것이 하나도 없이 전부 다르다는 한국춘란.... 그 희귀성이 구매욕구에 부채질을 해 대는것인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의연하게 잘 버티고 있습니다. 사실, 난 한 분을 구입하면 그 난의 금액에 따라 몇 개월간은 거지처럼 살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금전적으로 무리를 했다면 당연히 채무도 발생을 하고 갚아 나가려면 IMF보다 더한 내핍생활을 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난실에 위탁하고 있는 제 난들이 제법 여러 대의 꽃대를 올리고 춘삼월에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제가 이제사 철이 들었는지 견물생심의 마음을 버리고, 지금 제가 가지고있는 난이라도 잘 키워서 그 난 본연의 성질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굳어가는것을 느낍니다. 금년 봄이 지나면 이곳에 자랑스럽게..."금년에는 단 한촉도 구입하지 않았답니다~~~"라고 알려드릴 수 있게 되기를 굳게 다짐해 보겠습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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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a 2004-02-10 0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병이군요^^ 잘못하면 몇개월을 거지로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니...하지만, 이미 여러가지 병(난병보다는 더 잡스런 병이지만)을 앓아본 저로서는 수수께끼님 심정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비로그인 2004-02-10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유가 무엇이든 열병을 앓을 수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 분야에 그만큼의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있기에 생기는 마니아적 질환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다행히도 스밀라님께서 제 증상에 대해 이해를 해 주신다니...고맙습니다...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고통이 얼마만큼이나 심한지 아시겠죠?? 꿀같은 달콤함을 한번 버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