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F가 된다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1
모리 히로시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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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추억은 전부를 기억하고 있지만, 기억은 전부를 추억하지 못해."

                                                                                       -p.281-

 

이런 명언을 추리소설에서 읽을 줄이야..... 20대 꽃다운 나이에 도서관을 들락거리며 수많은 책들을 읽었지만, 이 책은 보여도 왠지 손이 가지 않았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제목자체에 괴리감을 느껴서일까.... 아마도 그런 이유가 컸던 것 같다. 제목이 매우 찝찝하기 때문이다. 매우 어려운 고난이도의 추리라는 선입견이 생겨서.. 

 

뭐 어쨌든, 늦게나마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고등학교 다닐때는 이 세상의 모든 책을 읽어보겠다는 야심으로 가득찼었는데, 그 후에는 그게 녹록치 않음을 깨닫게 되었고 내가 읽은 책은 마치 사람처럼 나와 인연이 닿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말하자면 이 책과 내 인연은 늦게나마 닿은 듯 하다.

 

많은 일본 추리소설을 읽었지만 이 책은 나름 독특함을 겸비했다. 책의 말미에 담겨있는 추천사에서 작가가 작가이기 전에 대학 공학부 교수로 몸 담고 있었다고 하는 만큼, 밀실 살인사건의 해결 과정과 배경이 매우 과학적이다. 매우 놀라웠던 점은 1998년에 출간된 소설이기에 묘사되는 몇몇 기술들이 현재는 흔하게 쓰여진다는 점에서 과학 기술의 발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VR은 지금에서야 보편화되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선견지명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비록 소설 속에서 다루어진 것 처럼 현실의 인물이 가상현실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지만, 어쩌면 이런 시대가 언젠가는 도래하지 않을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 작품이 제1회 메피스토 상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소설의 내용이 매우 탄탄하다. 허를 찌를 정도의 긴박한 추리 서사는 일본 소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배경 전환이 밀실이라는 것에 한정되어 있긴하지만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만큼 박진감 넘친다.

 

검색해보니 2005년의 초판은 절판되고 새로 찍혀져 나온게 2015년 버전인데, 모리 히로시의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출간하기 위해서 개정한 것 같다. 재미도 재미지만 울림이 큰 명언은 그의 학자로서의 내공이 한 몫 하는 것 같다. 다음 편이 기대된다. 고급스러운 시리즈를 만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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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텨요 청춘 - 비행기 옆자리에 앉았던, 그 남자의 일탈 그리고 사랑 이야기
최전호 지음 / 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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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같은 연휴의 시작에 마카오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계속 여행이 고파지는건 내 역마살 때문일까? 왜 여행은 해도 해도 또 하고 싶은걸까? 연휴의 중간에는 여행을 못 가는 대신 늘 그렇듯이 여행 책으로 허기짐을 달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여행을 하고 싶은 독자를 위한다기보다는 센티멘탈한 느낌을 갖고 싶을 때 어울리는 책이랄까. 커피한잔과 음악에 참 어울리는 책이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말하자면 여행을 가서 읽기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행은 늘 기대했던 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다. 느낀 바, 최대한 기대했던대로 되기 위해서는 일단 돈이 많아야 한다. 내 기대는 늘 편안하고 안락한 여행이기 때문에 그만큼 지출이 늘면 최대한 편안한 호텔에서 맛있고 깨끗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물가가 저렴한 나라를 선호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지출로 그만큼의 호사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 지친 내 여행은 사실 고군분투하며 부딪치는 여행이라기보다는 힐링에 가까운 여행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관광지보다는 휴양지가 더 좋고, 다녀와서도 늘 아쉬워진다.

 

어쨌든, 이 책에 대해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아쉬운 점이 있는데 책 제목말이다. 너무 별로이지 않은가? 무슨 자기 계발서도 아니고 이딴 제목에 어울리지 않은 감성만 한 가득 넣었단 말이지? 아무리 봐도 여행에세이로서 제목이 전혀 매치가 되지 않고, 다 읽고 나서는 더욱 그런 생각이 강해진다.

 

그런 아쉬움을 상쇄할 만큼 공감되는 무언가가 많기도 했다. 책을 덮고 가장 크게 깨달은 게 있는데, 여행은 아무리 좋은 곳으로 간다고 해도 내게 의미있고 좋은 사람과 함께이지 않은 이상, 그 즐거움은 커질 수 없다는 것. 습관처럼 떠나는 삶에 슬럼프를 느낀 저자의 글을 읽고 다시 한 번 느낀 점이다.

 

여행은 정말이지 딱히 정의내릴 수 없는 '액체'와 같다고나 할까. 흐물흐물하고 유동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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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인도 - 세 번째 인도 그리고 첫사랑, Travel Library 02
강래우 지음 / 에디터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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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지만 가고 싶지 않은 나라가 몇 곳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인도다. 비위생적이고 타락한 치안 때문에 누군가 인도를 여행하고 왔다고 하면 더 없이 대단해 보인다. 지구상의 수많은 나라를 다녀보고 싶지만, 이런 곳은 사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설령 간다고 해도 제대로 즐길 수가 있으랴.

 

엄청 옛날에 쓰여진 책이다. 고전이 아니면 사실 오래 된 책은 지양하는 편이지만 여행책은 늘 재미있기 때문에 읽었다. 젊은 남자가 인도 땅에 떨어진 후 공항에서 양아치와 거지들의 무리로 부터 겨우 탈출해서 목적지에 도달하였으나, 믿었던 인도인 친구에게 200만원 가량 되는 카메라를 도둑 맞은 에피소드를 읽으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읽은면서 내내 '이건 여행이 아니야, 이렇게 스트레스 받을거면 뭐하러 이런 나라를 가는 거냐' 라는 생각만 줄곧 했다. 나도 영국에 있을 때 노트북을 도둑 맞은 후로 그 나라에 대한 정내미가 다 떨어졌는데, 저자는 오죽하랴. 그럼에도 인도의 매력에 빠져서 몇 번씩이나 다시 찾는다는 그를 보면 내가 생각하는 인도의 모습보다 어쩌면 더 매력이 있는 나라인건가 싶기도 하다.

 

사진을 보면 이 책이 얼마나 옛날에 쓰여졌는지 알 수 있으며 더불어 요즘 나오는 여행책들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대충 찍은 듯한 사진과 마구잡이식으로 쓰여진 에피소드들을 보면 어떻게 이 책이 책으로 출간된건가 싶다.

 

요즘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은데 여행 책 읽으며 스트레스 받기는 처음이다. 'my friend'라며 다가와서 고가의 카메라를 훔쳐가는 인간들이 득시글거리는 나라에 간다는 건.... 스트레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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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모양처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4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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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행복하다. 해미시 맥베스가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일상에 찌들어있고 지쳐있는 나의 유일한 낙이 바로 이 작은 책 한 권이다. 리뷰 마다 쓰는 거지만 정말 책 사이즈가 포켓 사이즈라서 마음에 쏙 든다. 늘 한숨만 푹푹 쉬면서 살고 있는 내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게 해 주는 아름다운 순경 해미시 맥베스!

 

스코틀랜드는 사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춥고 우중충한 잿빛 하늘이 이상하게도 먼저 떠오른다. 스코틀랜드의 로흐두 마을이라는 시골 마을의 순경인 해미시는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을 사랑하는 야심이라곤 없는 사람이다. 그와 애정전선을 그리고 있는 여인인 프리실라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고, 사람이란 야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해미시에 대한 애정은 있지만 그를 이해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는 이 둘의 애정이 마치 바이탈 사인을 그리듯 기복이 심했다. 이번 편에서는 그런 그들 사이가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여서 독자로서 마음이 아프다. 왠지 더 다음 편이 기대되어지게 하는 것은 이 시리즈가 추리보다는 마치 로맨스에 초점이 기울어진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오묘한 맛이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번 편 또한 로흐두 마을에 찾아온 외지인의 죽음을 다루었다. 마치 불청객 처럼 찾아온 이들은 꼭 뜻하지 않게 죽음을 당하게 된다. 이번에는 영국에서 이사 온 한 부부 이야기인데, 부인이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골동품을 반 강제적으로 가져가서 비싼 값에 판다. 주부로서는 일등이라고 할 만할 정도로 살림꾼인데 마을 사람들은 이 여자를 아주 좋아하거나 아주 싫어하는 두 부류로 나눠진다.

 

이번 편에서는 해미시의 활약을 따라가며 살인사건을 해결할 때의 개연성에 많은 의문이 들었다. 뭔가 찝찝한 이유와 찝찝한 느낌이랄까. 역시 이 시리즈는 추리라기 보다는 그저 스코틀랜드의 분위기를 느끼며 그 배경 안에서 사랑이야기가 어울리는 로맨스에 더 적합한 시리즈인걸까?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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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3
M. C. 비턴 지음, 문은실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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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즐거움은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를 읽는 즐거움이랄까. 시리즈에 목말라 있던 중에 아주 재미난 작품을 발견해 낸 기분이다.

 

이 시리즈는 스코틀랜드의 음울한 날씨와 불친절한 사람들이 배경이다보니 늘 우울한 줄거리가 먼저 떠오른다. 이번 편에서는 해미시가 다른 지역인 시노선으로 삼 개월간 떠나게 된다. 이 곳은 외지인에 대해서는 더없이 배타적이고 불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서 가엾은 해미시에게 마구 텃세를 부린다. (아, 잠깐 텃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조직에 새로 입성을 하게 되면 텃세를 부리는 미개한 인간들이 있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내 옆에 앉는 정말 재수없기 이루 말할 수 없는 미개한 족속 같은... 텃세라는 것은 생물학에서나 나오는 명칭이다. 즉 짐승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늘 나는 그 인간을 보면 인간의 탈을 쓴 미개한 짐승이라는 생각 밖에는 안 든다.)

 

어쨌든, 원래 상주하던 지역 경찰의 부재로 삼 개월간 머물게 된 해미시 또한 정 없는 사람들에게 정을 주기 싫어한다. 그러던 중 그의 관심을 돌리게 만든 사건이 터진다. 늘 그렇듯 예기치 못한 인물의 살인사건. 그리고 또 한 명이 더 죽는다. 구성은 늘 이렇다. 항상 두 명이 죽는다. 그리고 해미시가 짜자잔 하고 나타나서 갑자기 사건을 해결한다. 사건이 막 터지고 나면 해미시를 싫어하는 경감이 마을로 와서 사건을 해결하고자 한다. 그 또한 텃세가 심한 미개한 잡종이라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이런식으로 구성은 뻔하다. 그럼에도 내가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가, 해미시의 러브라인 때문이다. 전 편까지만 해도 해미시와 프리실라의 러브라인이 공고해졌었는데, 불현듯 그녀가 떠나버리고 해미시 또한 외지로 떠나게 되어서 둘은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이번 편에서 해미시의 마음을 빼앗은 여인이 나타나 버렸으니....

 

다음 편에서는 러브라인이 어떻게 전개될까. 추리 소설에서 추리 외적인 부부에 이렇게 기대가 되는 건 처음이다. 바꿔 말하자면, 앞서 말했듯이 추리의 구성이 지나치게 뻔한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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