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
엠마 후퍼 지음, 노진선 옮김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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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난다. 바다를 보기 위해서. 남편에게 쪽지 한 장을 남기고 떠난다. 그리고 무작정 걷는다. 땅 끝으로....

 

이야기로 풀어내자면 매우 간단하거나 매우 길거나....

 

아직 이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어려움이 느껴진다. 내가 깊이 공감이 가지 않았던 것 같다. 혹은 딱 떨어지는 서사를 원했거나 줄거리가 좀 더 드라마틱하거나 쉬웠으면 하는 아쉬움 때문일지도...

 

내가 좀 더 나이가 좀 더 들어서 이 책을 다시 읽게 되면 다르게 읽힐 수도 있을 것 같다. 즉 에타가 이해될 것 같다. 작품 속 에타는 나이가 여든이 넘은, 이제 인생의 황혼이 지나고 있는 나이이기에...

 

때로는 내 인생의 사랑이든 추억이든 그 무엇이든 지난날을 가만히 떠올려보며 에타처럼 무작정 혼자 걷는 여행을 떠나는 건 어떨까? 사실 내게 지난날의 기억들은 달콤함보다는 쓴 기억이 더 많아서 잘 모르겠다. 여행이 고행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기에.. 그리고 지금까지 숱한 날들을 나는 일상에서 걷거나, 먹거나, 운전하거나 그 어떤 행동을 하면서도 지난 날들을 다시금 떠올렸다. 나의 나쁜 습관일테지. 언제부터인가 앞으로를 향한 마음보다는 과거에 얽매여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이런 내가 답답하다.

 

잔잔하고 유려한 작품 이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큰 일에도 크게 동요되지 않음을 뜻하는 것 같다. 지난 날의 에타가 사랑에 가슴 앓고 뜨거웠던 마음이 노년의 그녀에게는 담담하게 느껴지는 추억으로 다가오듯 말이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고, 인간이란 그런 존재일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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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날개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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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뭐랄까..... <백야행>과 <레몬>의 임펙트가 그 후의 작품들에서는 좀처럼 찾기가 힘들다. 내가 정말 경멸해 마지 않는 억지 신파, 억지 교훈, 억지 메세지를 추리라는 이름으로 전해주고 있어서 매우 실망스럽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해야 더 적합할 지경...

실망이 점점 커지다보니 이제는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도 하지 않게 되고, 언제부터인가 삼류 소설 작가였구나 싶다.

 

<기린의 날개> 역시 억지스러움을 버리지 않았다. 시작은 흥미로운 살인사건으로 시작하지만, 실마리의 해결은 역시나 쥐어짜기이다. 이 작품의 쥐어짜기 교훈은 '스스로를 속이지 말기'라고나 할까. 고등학생들에게 앞으로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살아라고 전해주기에는 적합한 책이다.

 

쥐어짜기만큼이나 책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느낀 것은 사건의 실마리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살해 된 두 명 중 나머지 한 인물의 죽음에 대해서 의문이 남는다. 어떻게 팩트가 아닌 넌팩트 소설에서 이렇게 명확하지 않은 끝을 제시할 수 있을까?

추리소설로서 자격이 없다고 해도 심한말이 아닌 듯 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랄까... 혹은 다작하는 작가에게 브레이크가 필요한 걸까. 내가 배우 황정민을 싫어하는 것 처럼 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턱대고 다작하는 부류 중 하나에 오른 것 같다. 작품들의 떨어지는 완성도에 독자들이 왜 만 원 이상의 돈을 투자해야 하는 걸까. 이건 독자에 대한 농락이다. 진정한 프로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장인 정신을 가진 이들이다. 직업을 막론하고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런 프로정신을 가진 것 같지는 않다.

 

실망이 연속적이다보니 이제는 그게 당연하게 느껴진다.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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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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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 소설은 흡인력이 굉장하다. 그러나 계속 읽다보면 음울한 잿빛 분위기를 지닌 서사성에 질려버린다. 처음에 <빅픽처>를 접하고, 책 표지에 매료되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처럼 동일 작가가 펴낸 소설이 쏟아져 나와도 어떤 책은 양장이고 어떤 책은 페이퍼북이다. 일관성이 없다. 그런데 더글라스 케네디는 동일 출판사에서 독점적으로 출간해서인지 나름의 책 표지 디자인의 일러스트에 일관성이 있다. 일러스트 또한 독자를 매료시킬 정도로 예뻐서 그의 작품이 나오면 꼭 손이 가게된다.

 

그런데 <데드 하트>를 읽고 난 후에는 글쎼다 싶다. 이번 작품이 회색빛이 가장 심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우울하고 극단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건 무슨 하드보일드도 아니고 호러물도 아닌 것이 내용이 황당하다. 삼류 소설 작가가 써도 된다고 싶을만큼 이번 작품은 정말 별로 였다.

 

인생을 살며 희망이라곤 가져보지 않은 채 시간 가는 대로 사는 미국인 신문기자가 느닷없이 여행차 호주로 떠나게 된다. 정처 없이 다니던 중 한 여자를 알게 되고, 이 여자가 살고 있는 마을에 강제로 끌려가서 여자와 결혼한다. 그 후 탈출을 감행한다.

 

내용은 매우 단순하다. 호주의 찌는 태양과 불모지가 책의 표지 느낌과 잘 어울린다. 

 

이제 더글라스 케네디의 색을 알 것 같다. 좋은 곳과 좋은 것이 아닌 더럽고 추악한 것과 그것을 배경으로 하는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컨셉이랄까. 어쨌든 <데드 하트>는 그만의 색을 잘 살렸으나 너무나도 부족함을 보여줬기에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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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PD의 여행수다 - 세계로 가는 여행 뒷담화
탁재형 외 지음 / 김영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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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표가 여행을 가보지 않은 나라도 마치 여행을 해 봤다고 느낄 정도로 여행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많이라고 하기보다 '전부 다'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이유인즉, 여행을 하기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유럽이라도 여행할라치면 긴 휴가는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막막하다. 젊으니까 돈이야 없다가도 생기는 것이니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고 치더라도 모처럼(?) 다니게 된 직장을 또 다시 여행 때문에 때려치는 것은 무모하다. 이런 내가 그나마 해소하는 방안이 바로 '독서'다. 여행을 다녀 본 이들이 글과 사진으로 엮은 작품을 읽는 것 말이다. 여행책은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그런데 많이 읽다보면 몇몇 책 속의 내용이 어딘가 진솔하지 못하고 거품이 가득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다독의 부작용이자 장점이랄까....

 

이 책을 읽고 수다형식의 구성에 신선함을 느꼈다. 물론 탁PD의 팟캐스트 방송을 그대로 책으로 엮은 것에 불과하지만, 색다른 시도였고 전혀 거품과 가식을 느낄 수 없었기에 재미있었다. 보통의 여행책처럼 저자 한 명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여행에 대한 수다를 책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신나는 일 아닌가?

 

브라질, 인도, 제주, 페루, 호주, 영국, 파키스탄, 이탈리아, 인도차이나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뉴질랜드를 주제로 각각의 방송을 책 한 권으로 엮었다. 가장 인상적인 나라는 바로 '뉴질랜드'. 사실 뉴질랜드에 대한 여행책은 읽어본 기억이 없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나라도 아니고, 잘 알지도 못하고 잘 알고 싶지도 않은 나라라서.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뉴질랜드의 수다를 책으로 읽으니, 얼마나 자연환경이 경이로운 나라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인구 밀도가 낮고 도시보다는 자연적인 환경이 대부분이지만 심심할 수 없는 매력적인 곳. 어쩌면 내가 원하는 이상향은 이런 곳은 아닐까....

 

또 영국에서 10개월 간 살면서 내가 느꼈던 부분을 영국 수다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문화적으로는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으나, 고정방식화 되어 있는 영국인의 젠틀함은 사실 전혀 느낄 수 없고 우리나라와는 상반되는 답답한 A/S문화... 누군가 영국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으면 당최 이해할 수 없었던 나 자신이 이상한 게 아님을 이 책으로 영국에서 다년간 살아온 사람의 말을 통해서 확인했다. 잠깐 여행하기에는 좋은 나라지만, 살기에는 전혀 매력을 느낄 수 없는 나라라고 말이다.

 

책이 시리즈가 아니라서 이 한 권이 전부라는 게 너무 아쉽다. 좀 더 많은 나라를 수다로 접해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바로 내가 원하던 스타일의 여행책을 오랜만에 만나게 되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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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 - 덴마크 행복의 원천
마이크 비킹 지음, 정여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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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다닐 때 야자가 너무 하기 싫었다. 야밤에 정신병원 처럼 생긴 건물 안에서 다들 미친듯이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지옥에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물론 내가 공부를 잘 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고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격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정확히 나는 그 때 부터 한국과 나는 어딘가 맞지 않음을 느꼈다. 다들 병신처럼 앉아서 시키는대로 하고 있는 걸 보면 내가 이상한걸까 싶었다. 그런 내게 가장 행복한 시간은 집에 와서 내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는 시간이었다. 인터넷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그 어떤 것이든 말이다. 6시에 정규 수업 시간이 끝나고 해가 질 무렵 집에 와서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자유시간을 갖는 것... 그것이 그 때는 그렇게나 어려웠다. 늘 학교에서는 담임선생에게 어떤 핑계를 대고 야자를 빠질까 그런 생각뿐이었다. 특히 겨울에는 짧아진 해와 추운 날씨에 더욱 집이 그리웠다.

 

3년 을 버티고 대학생이 된 후, 자유가 주어졌다. 오롯이 내가 주도할 수 있는 삶이 내게 주어졌다. 말 잘 듣던 병신들은 좋은 대학 가서 떵떵거리며 살겠지만 그딴 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매니지 할 수 있는 내 삶을 다시 태어나서 보답받게 된 느낌이었다. 수업이 끝나면 내가 향한 곳은 늘 '집'과 '도서관'이었다. 당시 책을 일 년에 백 권 가량 읽은 내게 책은 '선물'과 같은 존재였고, 도서관은 '놀이터'였다. 그러던 중 일 년 가량 영국으로 연수를 떠났다. 그 때 찍은 사진들을 보면 한국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내 표정을 보게 되었다. 활짝 웃는 표정을 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꾸준히 하지 못했다. 직장 또한 내가 십대때 느꼈던 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밤 10시까지 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나름의 스트레스가 있었다. 정시퇴근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졌고, 여기저기 '눈치'를 보는 삶을 살게 되었다. 물론 한 달에 한 번 '월급'이 들어왔지만, 내 소중한 시간과 이딴 푼돈은 교환할 가치가 없다고 여겨졌다. 또 다시 방황이 시작되었다. 또 한 번 느꼈다. '도대체 왜 이 지구상에는 이런 불행한 삶을 강요하는 나라가 있으며, 나는 왜 하필 이런 곳에 태어났을까?'

 

어쨌거나, 방황의 끝에 다시 한 번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나름 삶의 질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환경의 회사를 다니고는 있지만, 나만의 휘게를 찾기는 너무 힘든다. 자연을 정말 사랑하는 내게 일주일의 5일을 탁한 공기와 각박한 분위기의 사무실에서 희생되어야 하는 건 정말이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

 

고등학생 때의 하교 후 '집'과 대학생 때의 '도서관' 그리고 '산 속의 펜션'과 같은 나만의 휘게를 나는 왜 이렇게도 누리기 힘들까? 삼십년을 돌이켜보면 내 삶은 그저 '버티는 삶'이었다. 유럽에 있었을 때 내가 느꼈던 것은 '아 바로 내가 여기서 태어났었어야 했는데'이다. 돌아보면 공원이 있고 또 그 근처에는 늘 도서관이 있었다. 사람들은 여유가 있으며, 인생을 즐길 줄 알았다. 그것이 어쩌면 즐기는 삶이 아니라 '인간답게 사는 삶'은 아닐까 싶었다. 내게 휘게는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다. 앞서 말한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이며 편안함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끼는 무엇이다.

 

책에 대해서 말하자면, 한 때 이런 지옥같은 국내에 북유럽의 파라다이스를 찾으려는 이들 사이에 유행이 되었었는데 이에 편승하여 마무리가 부실한 채 출간된 걸로 짐작된다. 곳곳의 오타가 이를 입증하는 듯 하다. 선척적으로 국내의 지옥같은 분위기와 제도에 쉽게 동화되기 어려웠던 나는 남들이 북유럽에 관심을 가지기 전부터 동경했던 곳이기에 북유럽 관련 책을 늘 찾고 탐독해왔었다. 그런데 이 책은 퀄리티로 보자면 그저 유행에 따른 껍데기로밖에는 보이지가 않아서 아쉽다. 그렇지만 '휘게 (hygge)'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고, 정확히 북유럽인들에게 이것이 어떤 존재인지와 행복과의 관계를 알게 된 것은 만족한다.

 

언제쯤이면 휘게를 마음껏 느낄 수 있을까? 이제 더 이상 버티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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