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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바바라 쿠니 그림, 웬디 케셀만 글, 강연숙 옮김 / 느림보 / 2004년 2월
평점 :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 속의 할머니가 두 분 계십니다.
루핀 부인(미스 럼피우스)과 엠마 할머니.
두 분은 공교롭게도 바바라 쿠니의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외모도 성격도 많이 다릅니다.
루핀 부인은 깡마른 체구에 약해보이지만 오히려 더 씩씩하게 온세상을 여행하고 그리고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한다는 대단한 목표가 있어서 사람들이 자신을 미쳤다고 말하는 것을 개의치 않는 할머니이고
엠마 할머니는 뚱뚱하고 작은 체구, 소박한 것을 좋아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배려하기 위해 작은 부분까지도 신경쓰는 그런 마음의 소유자...
어느것이 더 낫다고 결코 비교할 수 없이 둘 다 제가 이다음에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해졌을 때 되고 싶은 그런 모습입니다.
어느날 문득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할머니...
이 나이에 무슨....이렇게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그 용기가 참 아름답습니다. 사실...우리가 살면서 제일 중요한 것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걸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거 같아요.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그 다음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할 수 있으니까요.
소박한 것을 좋아하는 엠마 할머니..
창문 턱까지 눈이 쌓이는 것을 바라보기 좋아하고, 앉아서 고향인 산 너머 작은 마을을 생각하기 좋아하는 할머니...
그렇지만 할머니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가족들은 웃으며 말합니다.
“불쌍한 할머니, 이젠 정말 늙으셨어”
하지만 어느날 조용히 가서 그림을 그리는 도구들을 구입을 하여 자신이 진짜 그리워하는... 보고 싶어하는 마음 속의 것들을 그리기 시작하는 엠마 할머니..
할머니는 그렇게 그림을 그리면서 빙긋이 웃고 행복해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생각해주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이런 행복을 꼭꼭 숨겨두지요.
하지만 진심을 다해 행복한 마음으로 그린 엠마 할머니의 그림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전해주었고 할머니는 그래서 더 많이 행복해집니다.
바바라 쿠니의 그림인지라 주저하지 않고 구입을 했습니다.
서정적인 바바라 쿠니의 그림은 엠마 할머니 이야기를 잔잔하게 들려줍니다.
엠마 스턴이라는 실재 인물의 실재 작품들을 바탕으로 해서 그려낸 그림들은 엠마할머니가 그리워하는 고향마을의 정겨움이 물씬물씬 풍겨납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과 단순한 내용은 자뭇 심심하고 밍숭맹숭한 맛을 주지만 바바라 쿠니의 섬세하고 화사한 그림만으로도 멋진 그림책입니다.
실재 원본 그림을 보고 싶어서 언젠가 열심히 검색을 해보았는데 엠마 스턴이라는 분이 유태인이거나 혹은 유태계라는 것, 대가족이라는 것만 간신히 알아냈을 뿐입니다.
그녀의 그림은 인터넷 어디에도 있지 않아서 정말 아쉬웠습니다.
일흔두살의 할머니가 되었을 때..
정말 가족들이 웃더라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서 해가 질 때까지 열심히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렸던 엠마할머니처럼 말이죠.
근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뭘까.... 배부른 돼지가 되어버린 밀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