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내 똥 어때?
하타 고시로 그림, 야마와키 쿄 글, 전경빈 옮김 / 창해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똥이야기만큼 아이들을 집중시킬 소재는....아마 없을 거예요.
똥은 아이가 커오면서 너무나도 익숙하게 들어오는 말이고
다소 비밀스러우면서도 자랑스럽고 더러운 거 같은데도 무지하게 칭찬받는 그런 것이니 정말 재미있는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똥이야기가 나오는 그림책으로 실패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 어떤 똥이야기든 읽어주면 깔깔깔 뒤로 넘어가며 신나라~~ 좋아라~~하거든요.

얼마전 언어세상에서 나온 요시다 다카코의 [먹는 건 즐거워]를 읽은 이후에는 허구헌날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멘트가
"엄마~~ 나 바나나똥 쌌어~~~"였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더 심해졌습니다.
"엄마~~~ 내 똥 어때~~~?"

이제는 화장실 변기 속에 들어앉은 똥을 보면서 되지도 않는 노래를 불러줘야 합니다.
"호야는 어디에서 똥을 쌀까요?
 호야의 똥은 길어요~~
 호야의 똥은 노래요~~~" 등등등...
(우웩이라굽쇼? 냄새나는 변기에 얼굴 쳐박고 노래하는 저는 어떻겠습니까?)

[음~~ 내 똥 어때?]는 얼마전 이야기했다시피 정말 일본그림책스럽습니다.
장난기어린 주인공의 표정, 적당히 교훈적이고 적당히 지식탐구를 갈망하는..
그러면서도 배꼽 잡고 웃게 만드는 유머....
이야기가 끝났는가 싶은데 한번더 웃기고야 마는 그 마지막 처리까지 말입니다.

고미 타로의 [누구나 눈다]와 울프 에를브루흐 그림,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의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는 그 제목 그대로 어느 누구나 똥을 눈다..똥을 누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똥마다 제각각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준다면
이 책은 동물마다 똥을 누는 장소와 그 특징, 그리고 그 똥의 쓰임에 대해 아주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 특징들이 노래로 되어있는데 이게 말입니다.
엄마가 마음대로 곡조를 붙여서 노래해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동시에 저같은 엄마에게는 상당히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도 있어요, 정말.

저 또한 이 책을 읽고나서 고릴라의 둥지와 똥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새롭게 알았으니 정말 유아들에게 재미나게 지식을 주는 책으로 참 좋네요.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책에 분리될 수 있는 겉표지가 있는데 그게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늘 저렇게 끼워놓고 보자니 덜렁덜렁 너줄너줄되는 거 싫고...
할 수 없이 비닐가져다가 겉표지까지 한꺼번에 싸줘야 하는 그런 아쉬움이 있습니다.
평상시 제가 늘 해오던 것처럼 그냥 휙 버리면 안되는 중~~대한 이유가 있거든요.
그거이 궁금하시옵니까?
그럼 직접 눈으로 확인하소서 ㅎㅎㅎ

아주 어린 유아들도 재미나게 볼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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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 2004-05-29 0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쪽 보기 보세요 ^^
재미있겠죠?

반딧불,, 2004-05-29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도서보수용 테잎 있는디..ㅎㅎㅎ

밀키웨이 2004-05-30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사는 일만 남았네요, 반디각시 ㅎㅎ
 
할아버지 양복 입고 있어요? 위드북스 13
아멜리에 프리드 지음, 약키 글라익 그림, 유혜자 옮김 / 삼성당아이(여명미디어)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할아버지의 빨간 손수건]에 이어 계속되는 할아버지와의 이별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아멜리에 프리드와 약키 글라익이 함께 만든 책으로 이들이 같이 만든 다른 책으로는 이혼한 엄마의 새로운 사랑찾기에 받아들이기 힘든 아이의 눈으로 본 동화 [아빠는 내 눈에만 보여요]가 있습니다. 이 두 책만 보아도 이들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언지 알 수 있는 거 같아요.
쉽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는 그런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고 여겨지네요.

[할아버지 양복 입고 있어요]는 도저히 할아버지의 죽음이 무언지 알 수 없는 아주 어린 꼬마 브루노의 이야기입니다.
브루노가 보기에 할아버지는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그냥 자고 있을 뿐입니다. 또 장례식에 가고 싶은 이유도 다만 사람이 땅에 묻히면 흙이 된다고 하니 그게 참 신기하여 그 자리에 꼭 있고 싶다는 그것일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묘지로 가는 동안 브루노는 우스운 광경을 보고 큰소리로 웃기도 합니다.

저 어렸을 때 엄마가 돌아가셨습니다. 오랜 시간 자리에 누워계셨던 엄마로 인해 늘 모든 것이 조심스럽기만 했던 집에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와 떠들썩해지고 음식하는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고... 아주 어린 꼬마도 아니었건만 저는 그게 너무나 신기하고 마냥 신이 났더랬습니다.
물론 엄마가 돌아가셨다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오시는 친척마다 우리를 안으시며 아이고...이 어린 것들을 두고 어찌....그러시며 우셨으니까요. 하지만 당장은 죽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윗층에서 우리끼리 신나게 놀아도 아무도 뭐라고 안하고 내일이면 차를 타고 할아버지 산소에도 간다고 하니 그게 소풍이라도 가는 양 정말 신이 났던 기억이 참...마음을 씁쓸하게 합니다.
어려서 그랬지....하면서도 말입니다.

어린 브루노가 느끼는 어리둥절함이 고스란히 제게는 예전의 제 모습과 오버랩되었습니다.
겨자빵을 먹어도 뭐라고 하지 않는 그 상황....그때 저도 그랬답니다.
방에 이불을 펴 논 상태에서 음식을 먹으면 안된다고 했는데 그날은 부엌에만 가면 음식이 잔뜩 있고 또 음식이 담긴 접시를 들고 나가도 아무도 뭐라고 안하고.. 그 접시를 방으로 가지고 가서 키득거리며 웃던 생각이 납니다.

이제 더 이상 할아버지가 계시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씩 느껴가는 브루노...
전에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나 할아버지에게 달려가 물어보곤 했는데 이제는 할아버지도 안계시고 어디에 계신지 물어봐도 제대로 말해주는 사람도 없고... 브루노는 혼란스럽습니다. 그래서 자꾸자꾸 엄마에게 물어보지요. 설명만 잘 해주면 이해할 수 있다고 소리치지만 정말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주시겠다고 약속해놓고 어떻게 그걸 지키지 않은 채 돌아가신 걸까? 영원히 낚시를 배우지 못할 것만 같고 할아버지만이 할 수 있었던 즐거운 일들이 생각나면서 이해할 수 없는 그 상황에 화가 나다가 그러다가 갑자기 참기 어려운 슬픔이 가슴 속에 밀려오면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처음으로 눈물을 흘립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이 무엇인지 브루노에게 이제야 실감이 온 것이지요.

사람의 부재가 당장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죽음 뿐 만이 아니라 우리가 연애를 할 때도 말입니다.
너무너무 사랑했던 연인일지라도...헤어지면 당장 죽을 것만 같았기에 차마 헤어지자는 말을 못했지요. 하지만 결국은 그렇게 헤어지고 다음날 되니 멀쩡히 아침에 눈을 뜨고 밥을 먹고....
그렇게 생활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 너무너무 신기했습니다. 드라마에서 보듯이 몇날며칠 죽을 듯이 열이 나고 아파야 하는데 왜 나는 이리도 멀쩡한 것이냐....내가 그를 사랑했던 것이 맞는가....그게 정말정말 이상했는데 그와 나누었던 시간들의 부분들이 어떤 자극점마다 아프게 살아나서 참 미칠 것 같고 힘들고 그러지 않던가요?
헤어졌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으니 그렇게 멀쩡하게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생생하게 현실로 다가오게 되는 그 순간이 있는 거지요.

그렇게 처음에는 가슴을 찌르는 것처럼 아프고 몸 속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줄어들게 되고 점차 브루노는 할아버지가 지금 있는 곳에서 행복하다면 자신도 조금은 행복하게 지내도 될 것 같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영원히 잊지 않을께요...라고 약속을 할 때마다 할아버지가 멀리서 쳐다보며 빙그레 웃고 있는 것만 같구요.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마지막 맺는 이야기입니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사건과 맞물려지는 그 마무리에 대해 마지막 맺는 말까지 읽게 되면 아! 하는 탄성과 함께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답니다. 그래...그렇지...맞아..라는 말이 절로 입밖으로 새어나오면서 브루노의 정말정말 아이다움에 웃게 되고 그렇게 이야기를 맺는 작가에 대해 감탄하게 되더군요.
할아버지를 영원히 기억할께요...와 같은 평범하고도 식상한 마무리가 아닌 그 유쾌함에 대해서 말이지요.

또 죽음과 영혼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에 대해서도 브루노를 통해 이야기해볼 수도 있어서 생각꺼리가 많아집니다.
"내가 할아버지를 좋아했던 건 할아버지의 영혼 때문이었어요?"
"하늘이 (영혼들로) 꽉 차면 그때는 어떻게 돼요?" 와 같은 브루노의 말이 참 기억에 남습니다.
자신은 언제 죽냐고 묻는 질문에 아빠가 말해주는 인디언속담 "매일매일을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살아라"라는 말도 멋지구요.

초등학생 정도는 되어야 맛깔스럽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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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6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할아버지의 빨간 손수건 위드북스 29
하르멘 반 스트라튼 그림, 베터 베스트라 글, 조수경 옮김 / 삼성당아이(여명미디어)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안 갈래요. 여기, 할아버지 옆에 있을 거예요" 라는 말로 시작되는 이야기.
"안돼.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어. 우리 모두 할아버지를 보내 드려야 한단다." 처음부터 강하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이미 돌아가셨다고...그 관이 저기 놓여있다고 처음부터 드러내놓고 시작하고 있습니다.

여태껏 죽음에 관한 그림책을 보기는 했습니다.
[위층 할머니 아랫층 할머니],  [우리 할아버지]- 존 버닝햄, [우리 할아버지]- 릴리스 노만, [오소리 아저씨의 소중한 선물] 등.......

하지만 이렇게 처음부터 죽음을 전제로 시작된 이야기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읽어주는 저도, 듣는 아이도 숨을 죽이며 조심조심 이야기 속으로 들어갑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방안, 할아버지의 의자에 앉아있는 요스트에게 엄마가 내미시는 빨간 손수건..
손수건을 통해 이야기는 요스트와 할아버지의 추억 속으로 들어갑니다.

아주 아기였을 때 까꿍놀이하던 거,  말이 된 할아버지를 타고 카우보이놀이하던 거, 해적이 되어 아빠의 돈을 빼앗아 감자튀김을 사먹던 거,어느 여름 일요일 오후 할아버지와 떠났던 아주아주 신났던 여행, 그리고...그리고...그리고...

그렇게 늘 요스트와 함께 하셨던 할아버지의 죽음을 요스트는 인정을 할 수가 없습니다.
바로 얼마전 놀러갔던 바닷가에서처럼 벌떡 일어나 모래를 털어내시듯 그렇게 할아버지께서 일어나실 것만 같은데...

하지만 이제 네 것이라고 엄마가 주시는 빨간 손수건을 받으면서 요스트는 깨닫습니다.
삶과 죽음의 차이를...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한 우리 마음에 살아있다는 것을 많지 않은 말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끼는 사람의 죽음을 당한 어린 아이의 마음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 이야기에 하르멘 반 스트라튼은 브라운톤의 배경에 오로지 손수건만 빨간 원색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금 요스트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하듯 말이죠.

특이한 것은 아멜리에 프리드 글/ 약키 글라익 그림의 [할아버지 양복 입고 있어요?]  이 책도 할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인데  이 책의 주 색조 역시 브라운이고 주인공인 브루노의 머리와 옷만 빨간 색으로 강조하고 있거든요?

뭔지 정확하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그런 슬픔에 대한 유럽인들의 색감이 이런 건가...싶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웃어 보인 요스트처럼 눈물은 났지만 따뜻해오는 가슴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어서 참 좋았던 책입니다. 그리고 아멜리에 프리드의 [할아버지 양복 입고 있어요?]와 같이 읽으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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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 2004-05-24 0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엊그제 사고친 위드북스 시리즈 중의 하나입니다.
[할아버지 양복 입고 있어요?] 역시 마찬가지구요(이 책은 내일 한숨 자고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음냐음냐...)

전 이 책 둘 다 무지하게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우연히 이 책이 같은 날, 다른 서점에서 주문한 책들과 함께 선물로 들어왔습니다 (개인서점은 이렇게 콩고물이 떨어져서 좋아좋아 ^_________^)

선물로 들어온 것은 삼성당i로 출판사 이름이 바뀌기 전의 (주)여명미디어로 되어 있는데 책 겉표지에 빨간 손수건이 보너스로 달려 있더라구요. 새로 나온 것에는 없구요..
또 여명미디어로 나온 구판은 표지가 무광인데 이번에 새로 나온 것은 반짝반짝 광이 나는 유광코팅되어 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무광표지를 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예전 것이 더 마음에 들더군요.

그리고 아쉬운 거 하나는 표지의 텍스트에 관련된 것인데 제목 글자크기가 너무 큰데다가 제목의 "빨간"을 빨간색 글자로 했는데 이게 영 눈에 거슬려요.바로 아래에 있는 빨간 손수건까지 빨간색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기도 하구요.
거기에다가 수상경력까지 동그랗게 해서 눈에 잘 보이는 위치에 놓음으로써 전체적인 표지의 느낌을 구기고 있답니다. 우리나라책에는 왜이리 수상경력을 강조하는지...쩝.

정말 이런 작은 부분까지 신경써주시면 참 고마울텐데 말이죠.

같은 책을 독일어판과 프랑스판으로 나온 것과 비교해보시면 더 느낌이 팍 옵니다.








밀키웨이 2004-05-24 0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멘트가 왜 이리 기누...하실 분...계십니까?
그냥 또다른 책이야기방으로 옮길까...말까...에구구...

반딧불,, 2004-05-24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비교해서 보니 더욱 좋습니다.

그러나..뭐..옮기셔도 할 말이야 없지요..대박이라더니 이래 리뷰가 마구마구 올라오는건가요?? ^________^
 
실베스트르
에릭 바튀 글 그림, 함정임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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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뭇잎들이 제법 실하게 매달렸습니다.
아파트 일층인 저희집 소파에 누워서 베란다 창밖을 내다보면 화단의 나뭇잎들 흔들리는 것을 볼 수가 있어요. 그걸 보고 있노라면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절로 생각되어 집니다.

요즘은 그린라이프다 웰빙이다 해서 관심이 많아졌기에 도심에서도 그린공간을 가꾸기 위한 노력들이 많이 보여서 참 좋아요. 나뭇잎들이 바람에 살랑거리고 빨갛고 노란 꽃들이 햇살 아래 뽐내는...그런 걸 싫어하시는 분은 없으시지요?

그렇게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주는 나무들..
그 나무를 누가 키울까~~~요?

바로바로바로~~ 실베스트르와 토토로가 키웁니다. 히히히
일본에 토토로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실베스트르가 있다고 외치는 에릭 바튀의 잔잔하고 아름다운 그림책 [실베스트르]

실베스트르는 땅에 작은 씨앗을 심기만 하면 금새 커다란 나무로 자라게 하는 놀라운 재주를 가졌습니다.
자신의 정원 끝에 전나무 한그루를 심은 실베스트르는 뭔가 할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도시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깜짝 놀랍니다.
꾸미고 멋을 부리기 위한 꽃들이 전부인 회색의 도시...
하지만 실베스트르는 꿈의 씨앗을 뿌리듯 밤새 도시 구석구석을 다니며 나무를 심고 사람들은 그에게 고마워하고 앞으로도 계속 나무를 심겠다고 약속을 하지요.

이렇게 이야기가 맺음지어진다면...너무 뻔하지 않나요? ^^

알록달록 옷을 입고 두볼이 빨간 실베스트르...
그와 대조되는 검은 양복을 입고 검은 선글래스를 낀 도시의 사람들.

회색의 도시를 밝은 초록색으로 바꾸어준 실베스트르에게 감사의 표시로 파티를 여는 하는 사람들이 시장과 시청 직원이라는 데서 뭔가 냄새가 나지 않으세요?

할일을 다한 기쁨을 안고 자신의 정원으로 되돌아온 실베스트르를 맞이해준 것은 씁쓸함이었겠지만 눈을 감고 꿈을 꿉니다.
“만약 그 꿈이 이루어진다면......”으로 마지막 의문을 남겨주며 이 아름다운 동화는 말을 맺습니다.

구어체로 나지막하게 아이에게 속삭이는듯한 간결한 문장과 짝을 이룬 그림은 너무나도 에릭 바튀다와요. 법학을 전공한 그림책 작가라는 게 좀 특이하게 보여지더군요 ^^   등장인물은 작게,  배경을 넓게 그리는 그의 특징과 더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살아가기라는 것을 강조라도 하는 듯한 그의 그림을 보면 그의 이런 이력이 작용한 것인가 싶거든요.

<내 나무 아래에서>, <새들의 아이, 미나>, <특별한 손님><새똥과 전쟁> 등에서 자연의 소중함과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무엇인가, 인간이 어떻게 사는 것이 아름다운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에뤽 바튀의 그림책들은 아이들이 보기에는 큰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철학적이고도 아름다운 주제를 단순하고도 힘있는 그림에 실어서 어른들이 보고 더 감동합니다.
세상사는 게 왜이리 짜증난다니...... 하시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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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5-21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제가 기억할 책이군요..
이런 류 책 좋아하는 것을 어찌 아시고..ㅎㅎㅎ
보관함으로 갑니다..쓩~~

반딧불,, 2004-05-21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뚜벅이님 서재에 님을 위한 음악이 오른 것을 아시려나??

밀키웨이 2004-05-21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그렇습니까? 쓍~~~
 
엠마
바바라 쿠니 그림, 웬디 케셀만 글, 강연숙 옮김 / 느림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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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그림책 속의 할머니가 두 분 계십니다.

루핀 부인(미스 럼피우스)과 엠마 할머니.

두 분은 공교롭게도 바바라 쿠니의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외모도 성격도 많이 다릅니다.

루핀 부인은 깡마른 체구에 약해보이지만 오히려 더 씩씩하게 온세상을 여행하고 그리고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한다는 대단한 목표가 있어서 사람들이 자신을 미쳤다고 말하는 것을 개의치 않는 할머니이고

엠마 할머니는 뚱뚱하고 작은 체구, 소박한 것을 좋아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배려하기 위해 작은 부분까지도 신경쓰는 그런 마음의 소유자...


어느것이 더 낫다고 결코 비교할 수 없이 둘 다 제가 이다음에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해졌을 때 되고 싶은 그런 모습입니다.


어느날 문득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할머니...

이 나이에 무슨....이렇게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그 용기가 참 아름답습니다. 사실...우리가 살면서 제일 중요한 것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걸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거 같아요.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그 다음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할 수 있으니까요.


소박한 것을 좋아하는 엠마 할머니..

창문 턱까지 눈이 쌓이는 것을 바라보기 좋아하고, 앉아서 고향인 산 너머 작은 마을을 생각하기 좋아하는 할머니...

그렇지만 할머니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가족들은 웃으며 말합니다.

“불쌍한 할머니, 이젠 정말 늙으셨어”


하지만 어느날 조용히 가서 그림을 그리는 도구들을 구입을 하여 자신이 진짜 그리워하는... 보고 싶어하는 마음 속의 것들을 그리기 시작하는 엠마 할머니..

할머니는 그렇게 그림을 그리면서 빙긋이 웃고 행복해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생각해주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이런 행복을 꼭꼭 숨겨두지요.

하지만 진심을 다해 행복한 마음으로 그린 엠마 할머니의 그림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전해주었고 할머니는 그래서 더 많이 행복해집니다.


바바라 쿠니의 그림인지라 주저하지 않고 구입을 했습니다.

서정적인 바바라 쿠니의 그림은 엠마 할머니 이야기를 잔잔하게 들려줍니다.

엠마 스턴이라는 실재 인물의 실재 작품들을 바탕으로 해서 그려낸 그림들은 엠마할머니가 그리워하는 고향마을의 정겨움이 물씬물씬 풍겨납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과 단순한 내용은 자뭇 심심하고 밍숭맹숭한 맛을 주지만 바바라 쿠니의 섬세하고 화사한 그림만으로도 멋진 그림책입니다.


실재 원본 그림을 보고 싶어서 언젠가 열심히 검색을 해보았는데 엠마 스턴이라는 분이 유태인이거나 혹은 유태계라는 것, 대가족이라는 것만 간신히 알아냈을 뿐입니다.

그녀의 그림은 인터넷 어디에도 있지 않아서 정말 아쉬웠습니다.


일흔두살의 할머니가 되었을 때..

정말 가족들이 웃더라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서 해가 질 때까지 열심히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렸던 엠마할머니처럼 말이죠.


근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뭘까.... 배부른 돼지가 되어버린 밀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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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5-20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빨리 발견하는 사람이 제일 성공한 사람이라 감히 말하는 사람이고..늦었다고 생각될 때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기에..
스스로를 알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끝도 없으리란 생각도 하기에...도전하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습니다...존경스럽지요??

밀키웨이 2004-05-20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정말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어요.
<사랑을 선택하는....>에서 자아존중감이 약한 사람일수록 하고 싶은 게 뭔지 명확하게 모른다고 했던 거 같아요. 그거 읽으면서 끄덕끄덕....했거든요.
내년이 오기 전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확실하게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이면 수아도 유치원에 들어가니까 오전시간에 뭔가 배우거나 할 수 있지 않을까...기대하고 있거든요 ^^

반디각시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뭐세요?

반딧불,, 2004-05-20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카운셀링을 배우고 싶어요..수다수준의 심리상담말이예요.
그런 쪽으로 더욱 공부하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심리학이라는 것..
들어준다는 것...아니면 어떤 것을 끄집어내는 것...특히 아줌마들의 그런 것을 끌어내고 싶어요..사실은 정말 힘든 것이지만...이런 쪽으로 나가고 싶습니다..
아이들 가르치는 것도 좋구요....오년 전에만 알았어도 인생을 달라졌을텐데..이제사 알게 되었네요...이런 쪽이 정말 끌린다는 것을요.
감히 작가까지는 아니라도 언젠가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작은 선물로
작은 책도 주고 싶구요..

2004-05-20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4-05-20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님..글을 쓰세요..동화를요..어른들을 위한...아이들을 위한..상처받고 큰 사실은 어른이 아닌 어른이 못된 어른 들을 위한 동화말이예요.
아마 잘 쓰실거예요..얼마나 글을 공감가게 잘 쓰시는지..


언제나 느낄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생각합니다.

starrysky 2004-05-20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 다 멋지세요. 아이들 정성껏 잘 키우시면서 또 자기만의 새로운 꿈을 향해 걸어가시려는 모습. 아무 힘도 못 되어드리는 미천한 스타리지만, 뒤에서 열심히 박수 치며 성원하겠습니다. 짝짝짝. ^^
절대 늦었다 생각지 마시고(요새는 수명이 원체 길어져서 5,60대에 새 일을 시작하시는 분도 많잖아요) 꼬옥 하고픈 일을 찾으세요. 두 분 다 글 쓰시는 일 하심 정말 잘하실 것 같은데.. ^^

밀키웨이 2004-05-21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반디각시.
어릴 적에 칭찬을 많이 듣고 자란 아이가 자아존중감이 높다는 말은 정말 맞습니다.
그러니 제 자신의 일은 둘째치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차력형제 호야와 수아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어야 하는데
먹어본 놈이 맛도 안다고 칭찬보다는 늘 엄격함이 먼저가 되니 참 그게 어렵네요.

심리상담학..반디각시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됩니다.
늘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시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아요.
제가 임상실험의 피실험자가 되어 드릴 수 있으니 꼭 저 해주세요, 아셨지요? ^^

글고 글 쓰는 일이라고라.... ^^;;


밀키웨이 2004-05-21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
님의 응원이 힘이 되네요. 으쌰으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