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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수 윌리 ㅣ 웅진 세계그림책 26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3년 9월
평점 :
고릴라를 좋아하는 앤서니 브라운이 탄생시킨 또하나의 주인공 윌리.
윌리는 덩치가 크고 씩씩해보이는 고릴라들 틈에서 눈치를 보는 그런 소심하고 왜소한 아이입니다.
축구를 좋아해서 매주 열심히 축구연습을 하러 가지만 아무도 윌리에게는 패스를 해주지 않아 한번도 시합에 나가지 못했죠.
윌리 생각엔 열심히 뛰고 쫓아다니고 악착같이 달라붙는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윌리의 생각일 뿐 축구연습을 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윌리는 저만치 떨어져 자신감없는 표정으로 서있을 뿐입니다.
이런 윌리의 성격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윌리는 셔츠의 제일 위까지 단추를 채워서 입고 절대로 보도블럭의 금을 밟지 않으며 매일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하는 일의 순서를 똑같이 지킵니다. 아침에는 그 반대로 하고 말이죠.
윌리가 양치질 하는 장면을 보면 정확히 4분간 하기 위해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한답니다 ^^
또 머리는 가운데로 딱 반을 갈라 얼마나 정성스럽게 빗었는지...^^
보도블럭의 금을 밟지 않는다니....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가 단박에 떠오르더군요.
잭 니컬슨이 연기했던 그 강박증 작가아저씨 이야기.
보도블럭의 금을 절대로 밟으면 안되고 식당에서도 꼭 같은 자리에 앉아야 하고 길을 걸어갈 때나 언제나 다른 사람과 부딪치지 않으려 뒤뚱대고 늘 자신만의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던 그 멜빈 말여요.
아직까지 전 이런 강박증을 가진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지만...아니 누구에게나 강박증은 있겠죠.
다만 그것이 다른 이들의 눈에 잘 띄지 않게 꼭꼭 여며져 있을 뿐이지 않을까..싶네요.
어느날 우연처럼 만나게 된 낯선인물.
그는 윌리에게 낡은 축구화를 선물합니다.
그가 누구인지는 끝내 이야기되지 않아요, 다만 아빠가 입었던 옷과 똑같았다는 윌리의 기억을 이야기해주고 또 그 인물이 뿌옇게 환영처럼 보이는 설정으로 음....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겨줄 뿐이지요.
윌리는 그 낡은 축구화를 가져다가 새것처럼 보일 때까지 닦고 또 닦아요.
그리고 다음 축구연습에 들어가기 전 그 축구화를 신는 윌리의 얼굴엔 지긋한 미소가 어려있습니다.
물론 그 옆에서 바라다보는 동료의 웃음은 뭐..그런 거 가지고...가소로와하는 듯한 웃음이지만 말예요.
그날 윌리에게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지요. 축구화의 마법 덕분이라고 윌리는 생각하지요.
여기까지 하고 이야기가 맺어졌더라도 환타지물로 재미있었겠지만 아직 아니죠 ^^
앤서니 브라운은 열일곱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추억하기를
"고릴라를 닮은 나의 아버지는 스포츠를 좋아하고 건강한 육체를 지닌 점잖고 무서운 사람"이라고 말했어요.
이 말 그대로 아마도 그의 아버지는 자상하고 부드러운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아버지는 아니었을 거 같지만 - [고릴라], [돼지책] [행복한 미술관]에 나오는 그런 아버지처럼 - 그래도 정신적으로 아주 든든한 버팀목이지 않았나 싶어요.
소심하고 나약한 윌리에게 나타나 마법처럼 축구화를 건네준다든가 [윌리와 휴]에서처럼 어느날 나타난 든든한 친구 휴 제이프처럼 말예요.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의 가장 큰 특징은 그 이야기 구조에도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그림보는 맛이 아닐까 싶어요.
그림 구석구석 숨겨놓은 갖가지 숨은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은지..
축구를 좋아하는 윌리이기에 축구공의 이미지가 곳곳에 숨어있고 윌리를 자상하게 내려다보는 듯한 달님의 이미지가 어떻게 바뀌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또 축구경기에 빼놓을 수 없는 심판은 어디에 숨어있을까요?
시합을 앞두고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 윌리의 표정은 유명한 뭉크의 절규를 닮았어요.
일명 스크림형상이라고도 하죠. 호호호
한창 자아가 싹트는 시기의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엄마와 함께 읽으면 일단 흥미진진한 축구이야기이기 때문에 재미있을 거예요. 또 구석구석 그림 찾아내는 재미도 있구요.
비록 입 밖으로 확실하게 내어놓지는 않겠지만 아이의 마음 속에 나도 윌리처럼 자신이 없을 때가 있는데...그치만...이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아들 호야의 경우...뭐가 제일 재미있었냐고 물으니까...윌리에게 축구화를 빌려준 친구가 누구냐고 그러네요. 낯선 사람이 준 그 축구화가 아니라 나중에 시합장에 나갔을 때 빌려준 축구화가 있거든요. 다 고릴라인데 어떻게 신발이 맞냐고......ㅠㅠ
아...정말 이 녀석은 왜 중심이야기에 집중하지 않고 늘 이렇게 엉뚱한 이야기만 하는지...^^;;;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윌리의 백넘버를 보시면 그 번호가 11번이잖아요?
이게 또 재미있는 건데 지금이야 많이 그런 기존관념이 깨어지긴 했지만 전통적인 축구선수들의 백넘버를 보면요, 엔트리가 11명이므로 골키퍼에서부터 최전방 공격수까지 차례로 번호를 매겼었어요.
그래서 골키퍼는 1번, 수비는 2번~ 5번, 미드필더는 6번~8번, 윙 플레이어와 스트라이커는 9번~11번.
그러니까 최전방 공격수로서 화려한 골을 많이 넣는 주공격수들은 9번 10번 11번인거죠.
축구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펠레가 10번의 백넘버를 달음으로써 10번은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최고의 번호로 꼽히고 있죠. 최근에 10번을 단 가장 유명한 선수는 바로 프랑스의 아트사커의 대명사 지네딘 지단.
이번 유로2004에서 지단의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정말 그 백넘버를 기억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습니다.
9번 같은 경우 제일 유명한 선수가 바로 브라질의 호나우도이죠.
11번 역시 스트라이커의 백넘버로 널리 알려졌는데 우리나라에선 이회택, 차범근, 서정원 선수가 11번을 달았답니다.
이상 그림책과는 별 상관이 없어보이지만 놓치기 아까운 그런 팁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