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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저녁 식사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3
마이클 갈랜드 글 그림, 이경혜 옮김 / 보림 / 2003년 4월
평점 :
이 책은 표지의 그림으로 인해 눈길을 끕니다.
얼굴에 사과가 그려진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아는 사람은 반가움으로 눈에 뜨일 것이고 저처럼 르네 마그리트가 누구인지 몰랐던 사람들은 허! 희한하네? 그런 마음으로 집어 들테니까요.
여름이면 주말을 보내기 위해 파리에서 시골별장에 오는 피에르네 가족. 그러나 그곳엔 할 일도 없고 친구도 없고...하지만 엄마아빠는 묵묵히 돌처럼 앉아계시기만 하고.
이야기의 첫부분부터 마그리트의 그림이 군데군데 보여지고 있는데 눈을 크게 뜨지 않으면 찾을 수가 없어요. 아이들도 처음엔 그냥 예사롭게 넘어갈 거예요. 그러다가 다 읽고나면 어? 하는 외침과 함께 다시 앞부분을 보게 되고....한번 읽었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다가 두번 세번 반복해서 읽는 동안...와~~ 여기도 있었네? 하게 될 숨은그림찾기..
그러고 보니 마이클 갈런드는 이렇게 그림 속의 숨은 그림 찾기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작가인가 봅니다. 풀빛아이에서 나온 <수수께끼 대저택>은 그야말로 찾아낼 숨은 그림찾기가 무궁무진한 책이잖요.
아직까지 끌고 다니는 강아지 장난감을 손에 들고 있는 피에르에게 있어서 마그리트 저택에서의 저녁식사는 신기함과 놀라움으로 가득차 있지만 아이다운 순수함으로 그 신기함을 그냥 재미있어 할 뿐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림을 그리지. 하지만 나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그리는 게 좋단다. 내가 꿈꾸는 걸 그리는 거야. 그래야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볼 때 내 마음 속에 있는 걸 볼 수 있잖니?" 라는 마르리트 아저씨의 말은 어른들에게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편견을 갖게 하지만 피에르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사물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피에르처럼 턱에 손을 대고 짐짓 심각한 얼굴로 으음...하고 바라보면서 말이죠.
그러고 보면 이 책에서 피에르의 부모님이 상징하는 것은 기존의 선입관..또는 고정관념...또는 자신의 일밖에 모르는 그런 개인주의...그런 건가봐요.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자리나 생각에서 물러섬이 없이 꿋꿋하게 버티고 서있는 그런 기득권의 단단함 같기도 하구요. 그 반대로 마그리트나 달리, 그리고 그들에게 초대되어 즐거운 시간을 갖는 피에르는 보다 새롭고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상상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열린 마음을 뜻하고 말이죠. 그래서 세상의 보다 다른 면을 느끼며 살 수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피에르가 자주 와서 놀던 숲인데도 나무들이 전혀 다르게 느껴졌던 것처럼 말이예요
책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이런 생각은 못했었는데 글을 쓰다보니 오오...이런 면도 있었네? 싶은 생각이 떠오르네요. 이게 바로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데서 얻게 되는 부가가치인 건가요? 히히히 하지만 대체적으로 제가 말장난을 즐기는 그런 소피스트적인 면이 있어서 말을 늘이고 늘이다보니 그런거 같아요.
하여간...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인용되어진 그림들은 아이들에게 책장을 넘기는 순간순간마다 눈을 반짝반짝이게 만들어요. 그러면서 엄마도 미처 찾아내지 못하는 것들...예를 들면 창문 한쪽은 나뭇잎이 푸릇푸릇한데 다른 쪽은 겨울인 유리창이라든가...액자에서 빠져나와 날아가는 새라든가...그런 걸 찾아내며 즐거워하지요.
지금은 그냥 이렇게 신기한 그림을 보면서 낄낄대고 웃고 신기하다고 감탄하지만 나중에 어느 순간 아이가 르네 마그리트와 달리를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의 그림이 낯설거나 기괴하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초현실주의자들이 진정으로 나타내고 싶었던 그런 자유로움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 책은 정말로 그 역할을 멋지게 해낸 것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마이클 갈런드 아저씨는 요렇게 생기셨네요. 왠지 너무나도 미국적으로 생겼다고느껴지네요 ^^
이 그림책을 아내인 페기에게 헌정했다는 것이 참..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