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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기리 아주머니께 - 왈왈 복종학교에서 착한 아이크가 보내는 편지
마크 티그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달리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누구든 내 말을 들어줄 친구에게
한 번이라도 부당하게 벌 받아 본 적 있니? 방에 갇혀 본 적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못 먹게 된 적은 있니? 그런 경험이 있다면 내가 왈왈 복종학교에 갇혀 겪고 있는 고통과 두려움을 너도 잘 알 거야.
이런 서문으로 시작되는 그림책.
거기다가 또 추신이 두개나 달려있네요.
추신 : 이 책에 있는 알록달록한 컬러 그림에 속으면 안 돼. 흑백 그림이 바로 복종학교의 진짜 모습이라고!
추추신 :이렇게 끔찍한 옷을 입고 있어도 난 여전히 멋있어.
큭큭큭..웃음이 나옵니다. 엇쭈구리!! 그런 생각이 들면서 말이죠. 웃을 준비를 잔뜩 하고서 책장을 넘겨봅니다.
킁킁시 마을신문에 실린 기사...아이크가 너무 버릇이 없어져서 복종학교에 보낸다는 길기리부인의 인터뷰로부터 내용이 시작됩니다.
책장을 한장씩 넘겨보면 아이크가 자신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편지가 죽 이어지는데 편지의 내용에 걸맞는 그림은 흑백으로, 그와는 전혀 다른 내용의 그림은 칼라로 나타내어져 어느 게 진짜야?? 잠시 헷갈리게 만들어요.
하지만 신문기사 두개와 나중에 아이크의 용감한 행동이 칼라로 나타내어진 것으로 보아을 때?
.......
그렇다면 아이크, 이 녀석.
완전 허풍쟁이에 엄살쟁이에 못말리는 거짓말쟁이입니다.
사우나에다가 고급 식당에 타자기,라디오 등 각종 편의시설로 중무장된 왈왈 복종학교가 아이크에게는 정말 끔찍한 감옥으로 묘사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반면에 얼마나 독서광인지 늘 책을 옆에 끼고 사는 아이크. 타자기를 빼앗겨 직접 손으로 쓴 편지도 글씨를 얼마나 또박또박 썼는지 ^^
지적이고 우아한데다가 꼼꼼하기까지한 정말 못말리게 사랑스러운 캐릭터입니다.
본인은 말썽꾸러기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누명을 써서 억울한 아이크는 탈출을 결심합니다. 책 겉표지에도 보면 50가지 위대한 탈출법이란 두꺼운 책이 있는 게 보이네요, 빠삐용의 후손이 되기라도 하려는 듯 말이죠 ^^
아이크의 편지를 읽다보면 웃음이 나오면서도 잠시 숨을 가다듬으며 다시 읽어보게 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아이들이 늘 하는 그런 말들이 그 속에 있기 때문이예요
길을 건널 때 길기리 부인을 막 잡아당겨서 최고급 낙타털 외투를 찢어버린 것은 그녀가 좌우를 살피지 않고 길을 건너는 나쁜 버릇이 있는데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였고
닭고기 파이 때문에 그렇게 화나셨다면 왜 진작 말씀하시지 않으셨냐고 항변하고,
희빈 아주머니네 고양이사건에 관련하여서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그런 깜찍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걔네들은 아주머니가 생각하듯 그렇게 천사가 아니라는 말을 하면서요.
왈왈 복종학교의 간수들은 죄다 "착한 개, 나쁜 개" 그 두가지 밖에 모르는데 여기서 늘 제 아이들에게 "말 잘 들으면 착한 애, 말 잘 안 들으면 나쁜 애" 이렇게 두가지의 잣대만을 적용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네요 ...-_-;;;
저도 아이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걸 먼저 짚어볼 생각은 않고 무조건 일의 결과만 놓고 야단치고 소리치고...그렇게 아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이 많거든요.
어떤 때는 딴에는 엄마를 도와준답시고 해놓은 일이 더 엉망이 되었을 때, 누가 너보고 엄마 도와달라고 했느냐..가만히 있는게 도와주는 거다..그렇게 길기리(^^) 날뛰면서 애를 잡은 적도 많지요...
여하튼 왈왈 복종학교를 무사히 탈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길기리 부인에게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아이크.
그 이유는...길기리 부인에 대한 걱정 때문인데 킁킁市로 돌아오자마자 아이크는 또다시 대형사건의 주역이 됨으로써 킁킁시 마을신문에 세번째로 실립니다. 와~ 정말 극적인 결말이네요^^
등장하는 이름들이 모두 너무 재미있어요.
한번만 딱 들어도 그 이미지가 절로 연상되는 킁킁市, 길기리부인, 왈왈복종학교, 목청타 교도소장, 위노래 의사선생님, 랄라 믹서기,...와 같은 이름들이며...
편지 말미에 자신을 나타내는 "누명 쓴 정직한 아이크, 충직한 아이크, 어딘가에서 슬픈 아이크, 진가를 인정받지 못한 당신의 친구 아이크..."와 같은 재치있는 말들이 시종일관 미소를 지어내게 만듭니다.
이 책의 저자인 마크 티그가 자신들의 형제가 키우던 개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하는데 2003년 북센스상, 크리스토펴상에다가 미국 도서관 협회 선정 '주목할 만한 책'으로 꼽혔네요.
이 사람이 제인 욜렌과 함께 만든 [아이, 졸려1 아기공룡의 밤인사]라는 책도 정말 궁금해지네요...
유머러스한 글이며 구석구석 그림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아이크가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알카트라즈의 새인간]이라니...ㅋㅋㅋ 이런 책을 읽는 강아지, 한 마리 키우고 싶지 않으세요?
('알카트라즈'라면 니콜라스 케이지하고 숀 코네리가 나왔던 영화 '더 록'에 나오는 그 유명한 감옥 아닌가요? 아무도 탈출할 수 없다는 그 무시무시한 감옥 말예요. 아이고...아이크의 오바...정말 못 말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