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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빨간 손수건 ㅣ 위드북스 29
하르멘 반 스트라튼 그림, 베터 베스트라 글, 조수경 옮김 / 삼성당아이(여명미디어)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안 갈래요. 여기, 할아버지 옆에 있을 거예요" 라는 말로 시작되는 이야기.
"안돼.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어. 우리 모두 할아버지를 보내 드려야 한단다." 처음부터 강하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이미 돌아가셨다고...그 관이 저기 놓여있다고 처음부터 드러내놓고 시작하고 있습니다.
여태껏 죽음에 관한 그림책을 보기는 했습니다.
[위층 할머니 아랫층 할머니], [우리 할아버지]- 존 버닝햄, [우리 할아버지]- 릴리스 노만, [오소리 아저씨의 소중한 선물] 등.......
하지만 이렇게 처음부터 죽음을 전제로 시작된 이야기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읽어주는 저도, 듣는 아이도 숨을 죽이며 조심조심 이야기 속으로 들어갑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방안, 할아버지의 의자에 앉아있는 요스트에게 엄마가 내미시는 빨간 손수건..
손수건을 통해 이야기는 요스트와 할아버지의 추억 속으로 들어갑니다.
아주 아기였을 때 까꿍놀이하던 거, 말이 된 할아버지를 타고 카우보이놀이하던 거, 해적이 되어 아빠의 돈을 빼앗아 감자튀김을 사먹던 거,어느 여름 일요일 오후 할아버지와 떠났던 아주아주 신났던 여행, 그리고...그리고...그리고...
그렇게 늘 요스트와 함께 하셨던 할아버지의 죽음을 요스트는 인정을 할 수가 없습니다.
바로 얼마전 놀러갔던 바닷가에서처럼 벌떡 일어나 모래를 털어내시듯 그렇게 할아버지께서 일어나실 것만 같은데...
하지만 이제 네 것이라고 엄마가 주시는 빨간 손수건을 받으면서 요스트는 깨닫습니다.
삶과 죽음의 차이를...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한 우리 마음에 살아있다는 것을 많지 않은 말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끼는 사람의 죽음을 당한 어린 아이의 마음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 이야기에 하르멘 반 스트라튼은 브라운톤의 배경에 오로지 손수건만 빨간 원색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금 요스트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하듯 말이죠.
특이한 것은 아멜리에 프리드 글/ 약키 글라익 그림의 [할아버지 양복 입고 있어요?] 이 책도 할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인데 이 책의 주 색조 역시 브라운이고 주인공인 브루노의 머리와 옷만 빨간 색으로 강조하고 있거든요?
뭔지 정확하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그런 슬픔에 대한 유럽인들의 색감이 이런 건가...싶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웃어 보인 요스트처럼 눈물은 났지만 따뜻해오는 가슴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어서 참 좋았던 책입니다. 그리고 아멜리에 프리드의 [할아버지 양복 입고 있어요?]와 같이 읽으시길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