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당신의 추천 도서는?

심심한데, 테마가 걸려있다. 나도 참여해볼까나? 무료한 시간을 떼우기는 괜찮을것같다.

여름이라면, 역시 으스스한 공포소설이나,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이 제격!! 장마에 우중충한 살인사건 이야기를 읽고 있다보면, 기분이 매우 그럴듯해지지만, 장마는 지났으니, 길고 긴 열대야의 밤에도 그런 이야기들은 효력이 있으리라.세상의 수많은 추리소설 가운데, 더위도 잊고, 시간도 잊을수 있는, 흥미진진한 책들을 모아보았다.

올해 읽은 아주 우중충하니 좋았던 추리소설들. 내 취향은 좀 우중충하고 우울한 편이라, 스펙터클이나 숨쉴틈없는 스릴보다는, 으스스하고 울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설들을 참 좋아한다. 올 상반기에 읽었던 책들은 그런대로 재미는 있었으나, 압도적으로 나를 잡아끄는 소설들은 그닥 없었는데, 하반기 들어서야 그런 소설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 소설들은 올해 읽었던 우울한 분위기가 좋았던 소설들.

최근에 읽은 <저주받은 피>는 강간당한 여자들의 불합리한 수치심과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 가슴절절하게 나타났던 소설이었는데, 트릭이라던가 범죄의 구조보다는 축축하고 구슬픈 분위기때문에 무척 마음에 들었었다 .

기이하지만, 한편으로 쓸쓸함으로 가득차있는 오츠이치의 <Zoo>역시 최근에 발견한 보석. 이처럼 마음에 드는 작가는 오랜만이어서 무척 반갑다. 소설들 전체를 덮고 있는 공허한 이미지가 너무나 마음에 들고, 여타 다른 공포소설들과는 뭔가 차별을 두고 싶은 소설이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재밌었으나, 사람들 관심에는 좀 밀려있는 듯한 <사체의 증언> 역시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듯한 우울한 분위기가 몹시 좋았었다. (물론 이책을 읽고 한동안 밥맛을 잃었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기리노 나쓰오 여사의 <잔학기> 역시 무서울 정도로 심리를 째집고 들어가는 올해 최고의 수확중 하나. <잔학기>로 오랜만에 기리노나쓰오에 다시 한번 빠져서 다른 소설들을 다시 읽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가끔씩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을 읽고 있다보면 내가 자학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이것이 고품격 페이지터너소설이닷!!! 더디게 흘러가는 시간을 잊을수 있는 소설들이다. 잠이오지 않아 한밤중에 폈다가는 책읽느라 잠들지 못하게 될수 있으니 조심하시길.

 

<핑거스미스>는 내게는 작년 최고의 소설이다. 워낙 고딕문학을 좋아하는 데다가, 거의 로망이라고까지 말할수 있는 빅토리아 시대라니. 게다가 독특하게도 레즈비언 소설이기 까지?!! 무엇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게 없었던 내게는 완벽한 소설. 한번 피는 순간 쑥 빠져들어서 모든 것을 잊고 잠도 자지 않고 보았던 멋진 소설이다. 남들에게 추천해주면, 다들 너무 두껍다고 싫어한다.(사실 나도 다시한번 읽고 싶은데 너무 두꺼워서 펴기가 무섭다.....)

<점성술 살인사건>은 명성 그대로의 재미만점 추리소설. 읽으면서 어릴때 종종 읽곤했던 탐정 수수께끼 풀이집같은 걸 읽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어서, 이 알수없는 게임에 동참하며 열심히 열심히 읽었었다.

<죽음의 키스>는 읽은지 꽤 되었으나, 내 평생 읽어보았던 소설들중 최고로 스릴만점이었던 소설이었다. 이 책을 내게 빌려 읽은 내 친구는 퇴근전에 잠깐 읽다가 자기도 모르게 야근까지 하게되었다는 믿지 못할 사연이..........

지루한 여름밤에 읽기에 교고쿠도 시리즈만한 것이 있을까. 두껍지, 궁금하지, 으스스하지, 사건 풀이 신기하지! 이만한 여름소설도 없다. 그중에 최고는 역시 <우부메의 여름>이었다.

이번에는 실화의 미스테리에 빠져보자. 이 책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나, 또는 그냥 실화를 다룬 범죄심리학서들이다. (나는 또, 범죄심리학서 엄청 좋아라 한다.)

오늘 읽은 <빌리 밀리건>은 스물네개의인격을 가진 다중인격 장애를 가진 빌리 밀리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엘저논에게 꽃을>로 내게 거대한 감동을 주었던 다니엘 키스의 소설로, 강간범이자, 다중인격 정신장애자인 빌리 밀리건의 인생으로 뛰어들어, 진짜 다중인격이냐, 아니면 범죄자의 거짓말이냐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올 초에 읽었던 <잔혹과 매혹>은 주인모녀를 살해한 파팽자매 사건을 다룬 책들이다. 범행을 저지르고 입을 다물어버린 레아 파팽과 크리스틴 파팽은 대체 왜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까. 그들의 범행전 상황들과 그들의 대체적인 인생,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는 이 사건에 열광하는 많은 예술가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 책을 보고나서, 책에 나와있는 작품들을 찾아보고싶었지만, 볼수 있는 건 거의 없고, <시스터 마이 시스터>라는 영화를 어렵사리 구해서 봤었는데, 미치도록 불안정해서 음울한 정말 너무 너무 마음에 드는 영화였었다.

<인 콜드 블러드>는 어느날 멀쩡한 가정에 침입해서 얼마 안되는 돈을 훔치고 온 가족을 말살해버린 두 범죄자 딕과 페리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이코패스와 정신분열증 환자의 절묘한 콤비. 이 사건이 섬뜩한 것은 피해자들이 아무 잘못이 없다는 점이고, 작가 트루먼 카포티의 딕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느낄수 있어서 정말 재밌는 소설이다.

엠마뉘엘 카레르의 <적> 역시,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평생을 거짓말만 해오던 남자가 그 거짓말이 들킬까 무서워 자신의 가족들을 전부 살해한다. 겉으로는 아무문제 없던, 그러나 친족을 모두 살해해버린 알수 없는 남자의 인생속으로 들어간다. 감정이 배재된 문체는 이 소설을 더할 나위 없이 리얼하게 느끼게 한다.

헤럴드 셰터의 <연쇄살인범 파일>은 이걸 읽고 있는 것 자체가 죄인 것처럼 느껴졌을 정도로 참혹하고 잔인하다. 주로 영미권에서 일어났던 연쇄살인들과 살인범들의 유형들을 다루고 있는데, 어떤 소설도 이보다 무섭지 않을 것이다. 정말 세상은 지옥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는데, 정말 재밌게 읽었던 것을 보면, 역시 감추고 싶은 치욕스러운 부분일수록 흥미를 자아내기는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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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8-1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 읽는다고 해놓고 까먹었었어요 ㅜ.ㅜ

Apple 2007-08-11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헷...읽어보세요오..^^

비로그인 2007-08-11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학기 정말 좋게 읽었어요 :)

Apple 2007-08-11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비로그인 2007-08-13 0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책들을 무더기로 모아 놓으셨네요.ㅎㅎ

Apple 2007-08-13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세요..후회없는 선택..^^

쥬베이 2007-08-1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체의 증언하고 저주받은 피 보고 싶어요~
시즈님 책소개를 너무 잘 하셔ㅋㅋㅋ
 
빌리 밀리건 - 스물네 개의 인격을 가진 사나이
다니엘 키스 지음, 박현주 옮김 / 황금부엉이 / 200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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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심리학자들은 '신들린 사람'들을 지칭하여 해리성정체장애 얘기를 하곤한다.
나 홀로 생각해보건데, '신들린 사람'과 일명 '다중인격'이라 불뤼는 해리성정체장애자들과의 차이점은
그들에게 다중 인격 이상의 다른 능력-예언을 한다던가, 타인을 꿰뚫어본다던가 하는 능력의 유무라고 생각하는데,  타인의 마음속에 들어가 들여다 보지 않는 이상, 그것이 정신의 문제인지, 외부적인 신들림이 존재하는 것인지는 아무도 알수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믿음의 차이이다.
신들린 사람들의 자신안에 귀신이 존재한다는 말을 믿거나, 또는 그것이 다중인격이라 믿는 것이나-
초자연적이던, 현실적이던, 그것의 진실여부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은 믿음의 차이에 달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말을 얼마나 믿을수 있는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24개의 인격(자신은 그것을 '인격'이 아닌 '사람'으로 지칭해주기를 바라지만-)을 지닌 빌리 밀리건이
진짜 해리성정체장애로 고생하는 정신병자인지, 천재적인 연기력을 가진 사기꾼인지 확실히 알수 있는 방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주장하는 어린 시절 의붓아버지로부터의 폭행이 존재했는지 아닌지에 대한 점 역시
당사자들이 아닌 이상 정확히 알수 없다.
사람의 말을 얼마나 믿을수 있는가, 내가 사람의 말을 얼마나 믿는 사람인가.
나는 과연, 빌리 밀리건의 말을 믿고 있는가. 단지 동정심으로 그를 믿어보려 하는 것은 아닐까.
세상사람들이 모두 손들어주는 진실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여러가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래도 책을 보는 내내, 빌리 밀리건의 말에 집중을 할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우리가 미쳤다고 할 거예요. 이 일은 점점 손쓸 수 없게 되어가고 있어요.
우리는 빌리가 학교 지붕에서 뛰어내리려고 한 이후로 계속 그애가 살아있을수 있도록 해왔습니다."
(-p68)

 
시작은 어쩌면 평범했다.
놀아줄 사람이 없던 외로운 어린 아이가 상상속의 친구를 만난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빌리에게는 크리스틴이라는 3살짜리 여자아이의 인격이 생겨난다.
크리스틴은 주로, 빌리의 시간을 빼앗아 갓난아기 동생을 예뻐해준다.
부모님이나 어른들에게 혼날 적에는 "숀"이라는 4살짜리 남자아이가 나타난다.
숀은 귀머거리에다가 집중력이 없는 꼬마아이로, 어른들에게 받은 충격으로부터 빌리를 보호해주는 역활을 한다.
엄마의 세번째 남자, 새아버지 챌머 밀리건이 나타난후, 빌리의 내면에는 점점 많은 인격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의붓아버지로부터 폭행, 고문 및 성폭행을 당하는 순간, 빌리의 마음은 24개로 쪼개어지고, 기회만 생기면 자살을 시도하는 나약하고 우유부단한 빌리 자신은 잠들어버린다.

빌리 밀리건의 스물네개의 인격들은 방어기재로써의 저마다의 역활을 책임지고 있다.
이성적인 영국인 아서, 힘쎄고 다혈질이나 정의로운 유고슬라비아인 레이건, 유쾌하고 말솜씨가 뛰어난 앨런, 반항적인 타미, 겁많은 대니, 고통받는 아이 데이비드, 순종적인 아이들 크리스틴과 크리스토퍼 남매, 다정하지만, 늘 사랑을 갈구하는 레즈비언 에이들라나-
열개의 중심인격들과 타인에게 해를 끼치기 때문에 열개의 인격들이 불량자라 지칭하고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열네개의 인격들.
보통 사람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이라던가, "내가 낯설어지는" 현상같은 것과 다른 점은 기억상실이다.
스물 네개의 인격들은 모두 한사람안에 존재하면서도, 다른 인격이 저지른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한 인격이 공과금을 내기 위해 돈을 구해놓고, 다른 인격이 그 돈으로 놀러다니고, 다시 다른 인격으로 돌아와 공과금이 없다고 화를 내는 사건이 생기는 것이다.
 
각기 다른 특성과 출신, 억양, 성격을 가진 스물네개의 인격을 한 사람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까.
게다가, 미국을 떠나 살아본적없는 빌리가 영국식 억양으로 말을 한다던가,
유고슬라비아어나, 아랍어 등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점 같은 것은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어떤 인격은 IQ가 63인데비해, 어떤 인격은 IQ가 130이다.
동양에 왔으면 분명 신들린 사람이라 말해졌을 사람, 그가 빌리 밀리건이다.
때로는 정의감이 넘치고, 때로는 오만할 정도로 지적이고, 때로는 바보이며, 때로는 겁많고, 때로는 위협적이다.
빌리는 원한다면 누구라도 될수 있었다.
고통받고 무기력한  "빌리 밀리건" 자신만 아니라면.
 
빌리 밀리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스물네개의 인격 중 하나가 성폭행 사건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문제가 될수 있는 성적인 접촉을 피해자는 인격들 사이의 약속을 어긴 사람은 레즈비언인 에이들라나였다.
빌리 밀리건은 다중인격 정신 장애로 법적인 처벌을 받지는 않았지만, 정신병원으로 호송되어 치료받기 시작했고, 세상은 빌리 밀리건을 주시하기 시작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다중인격 성폭행범"이라 비웃고, 어떤 사람들은 범죄자의 교활한 수법이라 탓했지만, 빌리를 치료한 의사나 그의 주위 사람들은 그를 좋아했다.
예술가적인 기질을 타고 났던 빌리는 주위의 보호를 받으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살았으나, 간혹 일으키곤했던 정신적인 문제 탓에 그의 정신적인 문제를 믿고, 그를 좋아했던 사람들과 떨어져 좀더 규제가 심한 리마 주립병원으로 옮겨진다.
환자를 구속하고 멸시하며, 학대하는 병원에서 지내는 동안 치료를 통해 통합되어가던
빌리 밀리건의 스물네개의 인격은 다시 산산히 부숴지기 시작한다.

"가끔 전 생각해요. 정말 난 회복되고 싶은 것일까?
이 모든 고통,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구질구질한 일들이 가치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저기 뇌 한 쪽 구석 뒤에 자기 자신을 묻고 잊어버려야 할까?" (p512)

 
 
자기자신이 희미한 나머지, 좀더 정체성강한 인격들로 자신을 묻어버리고 보호한 빌리 밀리건의 이야기를 보면서,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든다.
여러가지 인격이 자기 정체성이 분명한 점을 보면, 그의 해리성정체장애는 당연한 것이고,
자신의 행위를 부인하는 그의 의붓아버지 챌머 밀리건의 주장이나, 갑자기 나타나 모든 것을 설명하는 통합 인격 "선생"의 등장이 늦었던 점을 보면, 빌리의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모두 믿음의 문제이다. 어느 쪽의 말을 믿건,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
저자 다니엘 키스는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여러가지 의견들을 책속에 실어넣었다.
다중인격으로 고생하고 있는 빌리는 물론이고, 그의 변덕스러운 행동에 의아해했던 그의 가족들, 빌리 밀리건을 정신병자가 아닌, 범죄자로 도장찍고, 끝없이 그의 행적을 쫓으며 고발했던 언론과 정치가들.
그들의 의견들을 통해 우리는 또다시 믿음의 갈래길에 봉착하게 된다.
어느 쪽의 말을 믿을 것인가는 자신에게 달렸지만, 책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위험해져가는 빌리 밀리건이 안타까운 것은 내가 빌리 밀리건의 말을 믿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을 소설처럼 쓴 책이다.
따라서 소설이라기 보다는 소설처럼 쓰여진 정신분석 보고서를 보고있는 느낌을 준다.
(트루먼 카포티의 "인콜드블러드"같은 소설이라 생각하면 정확할 것이다.)
나약하고 무기력한 자신만 아니라면 누구라도 될수 있었던 이 안타까운 사내의 이야기를 보는 내내 비가 내렸고, 마음속에 씁쓸한 우울함과 깊은 연민이 맴돌았다.
나는 빌리 밀리건을 믿는다.
외로운 그를 믿고, 꽃과 나비를 사랑하는 그를 믿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림을 그려 선물하는 그를 믿고, 상처받고 고통받는 그를 믿는다.
다분이 감정적이고 주관적이라 해도-.


스물 세살, 빌리 밀리건은 성폭행범으로 기소된다.
그의 안에 존재하는 인격이었던 <레이건>은 공과금을 내기 위해
강도짓을 하기로 결정하고, 강도짓을 하는 도중에 위험한 인격인 <필립>으로 바뀌기도 하며, 애정이 필요한 레즈비언 <에이들라나>로 바뀌기도 한다.
그리고 성폭행의 주범은 <에이들라나>였다.
그녀는 피해자의 옆에 누워 "사랑받는게 어떤 기분인지 알아요?"라고 부드럽게 물어보았다고 한다.
책을 보지 않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듣거나 뉴스에서 전해들었더라면, 분명 나 역시 쇼한다고 비웃었을지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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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망치- 2005년 일본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기시 유스케 지음, 육은숙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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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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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외 8인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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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밀리건- 스물네 개의 인격을 가진 사나이
다니엘 키스 지음, 박현주 옮김 / 황금부엉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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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프레더릭 포사이드의 소설은 <베테랑>밖에 읽어보지 않아서,
그가 한때 로이터 통신 특파원이었던 사실은 처음 알았고, 그래서 이런 류의 이야기에 정통해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다.
(물론 <베테랑>은 이와 많이 다른 소설이었으니 알리가 없다.)
국내 정치도 알고싶어하지 않는 내가, 국제정치라던가, 전쟁, 테러에 대한 이야기를 알수 없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 내가 이 소설을 다 읽는데는 뼈를 깍는 고통(쫌 오버)을 수반할수 밖에 없었다.
개인적인 정보 부족으로 책을 읽으면서 초반 100페이지 가량은 엄청나게 헤매면서 읽었는데,
그럼에도 끝까지 놓치않게 하는 뭔가 있는 소설이다.
물론 다 읽고나서도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했지만, 이견은 없다.
이 책은 분명 대단히 잘 쓰여진 소설이다.
 
정말 절묘한 시기에 읽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최근의 피랍사건을 자주 떠올리게 될수 밖에 없었다.
최근 아프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탈레반에 의해 피랍된 뉴스를 전해 듣고,
솔직히 말해 나는 다른 무엇보다도, "그러게 가지 말라는데 왜 가!"하는 원망부터 든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여기에도, 가지 말아야할 곳에 간 젊은이가 또 있다.
 
억만장자인 외할아버지를 두고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서 자라난 미국 젊은이 리키 콜렌소는
보스니아 내전의 참상에 충격을 받고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인종청소가 이루어지고 있는 위험천만한 보스니아로 봉사를 떠나고, 실종이 된다.
엄청난 재력가인 외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동원해 손자를 찾아나서지만, 쉽게 찾을수 있을리가 없다.
결국 6년후에 젊은이는 보스니아에서 다 썩어진 채 발견이 되고,
이에 분노한 그의 가족들은 그를 죽인 테러리스트 조란 질리치를 잡아 복수하고자 한다.

"어벤저 구함. 진지한 제의. 가격불문. 연락바람"
어느 날 구인구직란에 올라온 광고. 이에 고용된 암호명 "어벤저" 캘빈 덱스터.
베트남전에서 활약해 엄청난 훈장들을 받고 돌아와 변호사가 되었으나,
하나뿐인 딸을 라틴계 인신매매범들에게 잃고 그의 인생은 변한다.
딸의 죽음과 이혼을 겪으면서, 그에게는 변호사와 어벤저-두가지의 삶이 공존하게 된다.
완벽하고 철두철미한 이성적인 어벤저, 그는 이 사건에 뛰어 들어 행적 모호한 조란 질리치를 뒤쫓는다.
 
 
2차대전부터 베트남전, 보스니아 내전부터 중동의 테러리스트까지, 갖가지 전쟁이 등장하는 통에 정신 못차리고 읽었으나, "복수전"이라는 명목하에 무척이나 명료한 소설이다.
모든 주인공들의 행위에는 정확한 동기가 부여되어 있고, 그들은 오차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 나간다.
놀라울 정도로 논리정연하고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인지 구별해나갈수 없을 정도로 리얼하다.
장황한 묘사나 군더더기 없이 날렵하게 이야기를 풀어놓는 솜씨 또한 대단하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쫓는 자를 또 쫓는 자, 이 숨막히는 추격전, 완전한 악인도 선인도 없는 건조한 세상.
작가의 눈으로 본 세계 전쟁 지도를 보는것 같은 소설이었다.
 
테러리스트를 잡기 위해 또다른 테러리스트와 결탁하는 CIA의 모습은 우매한 나로써는 달리 해결책을
생각해볼 수도 없는 일이라, 또다른 세상의 모순에 봉착한 것같은 혼란스러움마저 준다.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위해 조란질리치와 결탁한 CIA, 그리고 어벤저가 조란 질리치를 잡아 넘긴 날은
2001년 9월 10일. 어디서 많이 본 날짜 아닌가.
바로 다음 날, 세계 무역센터가 폭파당한다.
아아, 혼란스럽다.

개인적인 취향이 이런 소설과는 방향이 아주 다르고, 따라서 개인적인 정보의 부족으로 소설의 재미를 70%밖에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 무척 아쉽다. 더 알고 봤더라면, 이 소설은 정말 끝내주는 소설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앞으로도 정치나 전쟁에 관심가지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소설에 등장하는 영국 스파이의  대사를 삽입하고자 한다.
워낙 객관성을 유지하는 소설이라, 나타났다 사라지는 등장인물의 의견을 굳이 작가의 의견이라 생각하게 되지는 않지만, 꽤 마음에 들지 않는 생각이라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답답한 친구. 미국이 허약하다면 미움 받은 일도 없다네.
또 미국이 가난하다면 미움 받을 건더기도 없지. 미국이 1조 달러나 원조를 했는데도 미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 1조 달러 때문에 미움을 받고 있는거라고.
미국에 대해 증오심을 품는 것은 미국이 그들의 나라를 공격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증오심이 그들의 나라를 안전하게 지켜주기 때문이야.
인기를 추구하지 말게. 우월감을 갖거나 사랑을 받을수는 있지만, 그 둘을 모두 누릴 순 없어.
미국에 대한 그들의 감정은 10퍼센트의 진정한 반대, 나머지 90퍼센트는 질투란 말야.
두가지를 절대 잊지 말게. 자기 보호자를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은인에게 느끼는 혐오감보다 더 강렬한 혐오감은 없다는 것." (-p295)
 
프레더릭 포사이드, 당신은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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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촌토성 2007-08-09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설마요. 포사이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다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0.0000001퍼센트의 인간이 있다는 걸 알고 있고, 그들이 항상 주도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겠죠. 그리고 애플님은 이쪽 방면이 취향도 아니고 아는 것도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어벤저를 아주 훌륭하게 이해하신 것 같군요. ^^

물만두 2007-08-09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사이드가 아닌 정치가나 다른 이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지적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Apple 2007-08-09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아니겠죠? 읽으면서 저부분에서 살짝 눈살이 찌푸려졌다는...^^;
 
저주받은 피 블랙 캣(Black Cat) 13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전주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슬란드라고 하면 내가 떠올릴수 있는 것들은 뷰욕과 시규어로스 정도랄까.
몇몇 유명한 가수들 이외에는 전혀 모르기에 신비롭고 얼음같은 이름덕에 더더욱 신비로운 나라.
아이슬란드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 것 같은데, 그래서 낯설면서도
어딘가 우리의 정서와도 일맥상통하는 점을 찾아서 매우 공감하면서 읽었다.
 
소설 표지처럼 비가 내리는 이미지, 끈적한 장마비같은 묵직하고 질퍽한 우울함을 남기는 소설 <저주받은 피>.
스칸디나비아의 추리소설상 '유리열쇄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한 노인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자택에서 재떨이에 머리를 맞은 채 한 노인이 죽어있고, 현장에 도착한 형사 에를렌두르는
이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집에서 발견된 아이의 무덤 사진을 발견하게 되고,
죽은 노인이 한때 강간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음을 알게된다.
4살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나버린 여자아이, 딸의 죽음 이후 상심이 큰 나머지 자살한 어머니-
한때 그가 강간했던 여인과 그녀의 딸, 그녀의 일생은 이렇게 허망하게 사그러져갔고,
죽은 노인의 과거를 철저하게 따라올라가면서, 이 살인사건의 배후를 추적한다.

<저주받은 피>는 여러가지 과거사건들을 하나씩 발견해나가면서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는 소설인데,
범죄자체와 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과거가 속속들이 등장해 옥수수가 팝콘으로 튀겨지듯이
사건이 사방으로 부풀어져만 가서 읽는 내내 '이게 대체 살인사건과 무슨 상관이야?'라는 의문을
지울수가 없었던 소설이다.
결국은 그의 죽음에 이 모든 과거가 이어져있다는 결론에 도달할수 있었지만,
뜬금없이 부풀어져만 가는 수사의 모습때문에 꽤 당황하면서 읽었고,
동시에 과거에서, 더 먼과거로 까지 거슬러 올라가, 죽은 노인의 행적을 조사하는 과정의 끈적한 집착이몹시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피해자가 가해자였음이 드러나고, 사건 뒤에 왕년에 나쁜 짓만 골라 하고 돌아다니던  죽은 노인의 범인이 가슴아픈 사연이 있을까봐 두려웠으면서도 그런 슬픈 사연이 있기를 바라기도 했던 것 같다.
(차라리 수사를 그만두었으면 하는 바램도 해봤다. 죽은 노인이 그야말로 짐승같은 인간이기에.
죽어 마땅하며 누가 왜 죽었는지 알아뭣하리 하는 감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전혀 생소한 이름들이 등장해 새로웠고, (아이슬란드에서는 이름에 성을 쓰지 않는다는 놀라운 사실!!
성이 없어도 사람이 추적 가능하다는 게 더 신기하다.) 익숙하지 않은 지명도 기억하기에는 꽤 어려웠으나, 이 책에서 나는 우리나라의 "한"이라는 개념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물론 어느 나라에 사는 여자이든, 강간이라는 것은 평생 잊을수 없는 치욕이 되는 건 당연하겠지만,주위 시선이 두려워 제대로 신고 조치도 제대로 취하지도 못하고, 평생 자기만 아는 비밀로 간직하고 그렇게 낳은 자식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어머니-어린 딸의 죽음에 결국 목숨도 놓아버린 어머니의 모습이 생소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이런 감정들이 지나치게 감정적이라 느끼기기보다는 진심으로 마음 쓰라리게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비교적 여권신장으로는 동양쪽보다는 나을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유럽에서도 이런 비합리적이고 여성비하적인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니 같은 여자로써 피가 끓어오르게된다.
우울하고 축 쳐져있는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 또한 이런 감정을 극도화시키며,
비참하게 보이기마저 하는 형사 에를렌두르의 가정사와 일상 역시 마음을 짠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인구 30만의 단일 민족이며 타 민족과의 결합도 그닥 없기 때문에 유전학 연구의 산 실험실같다는 아이슬란드. 아마 다른 나라였다면 이런 추리는 가능하지 않았으리라.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라스 폰 트리에의 <어둠속의 댄서>를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장마비처럼 무겁고 축축하다. 음침할 정도로 슬프다.
지금까지 읽어본 <블랙캣 시리즈>중에서는 가장 내 취향과 잘 맞았던 소설이었다.
아흑...가슴 아파라....
 
p.s.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제목은 좀 촌스럽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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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07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랙캣 시리즈는 레이븐 블랙이란 책밖에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요즘의 추리소설과는 그 분위기가 많은 차이가 나지만 독특한 맛이 있더라고요. 저주받은 피에서도 그런 독특함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궁금증이 커지는 군요.ㅎㅎ

Apple 2007-08-07 14:23   좋아요 0 | URL
둘다 재밌는데, 저는 이 책이 더 재밌더군요..^^꼭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