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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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진정한 사랑은 단 한 번 있는 거다, 훌리안. 비록 그걸 깨닫지 못한다고 해도 말야."
 
세속에 찌들어 살아가는 내게, 세상에 사랑은 딱 한번 있다는 말은 뜬구름잡는 몽상가의 말이나 다름없다.
첫사랑도 사랑이었고, 마지막 사랑도 사랑이었을 텐데, 대체 어떻게 한 인간이 한 세월동안 단 한명의 사람만을 사랑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그러기를 바란다.
일생에 단 한명만을 사랑하고 영원히 함께 할수 있기를. 비록 그게 꿈일지라도.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지만, 삶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리는 다른 곳에서 그런 우직한 낭만을 찾기를 바란다.
책에서, 그림에서, 스크린에서, TV에서.
예술작품이 존재하고 오랜 세월동안 다른 형태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어쩌면,
사람은 사라져가도, 작품은 길이 남는, 유한한 인생을 사는 인간에게 주어진
얼마 안되는 영원불멸의 존재이기 때문일지도 모르리라.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는 꼬마 다니엘이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이름마저 황홀한 "잊혀진 책들의 묘지"에 다다르고, 그곳에서 잊혀진 작가의 작품을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어째서인지 세상에 단 한권뿐인 책 훌리안 카락스의 <바람의 그림자>.
다니엘에게 그 책은 친구였고 환상이었고, 추적해야할 미스테리였다.
<바람의 그림자>의 저자 훌리안 카락스의 인생을 뒤쫓으면서, 다니엘은 알수 없는 위협을 느끼게 되고 자신의 생각보다 더더욱 거대한 미스테리에 봉착하게 된다.
잊혀진 사람, 잊혀진 책, 그리고 잊혀진 사랑.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다니엘과 베아트리체의 사랑은 그 옛날, 책 밖에서 이제는 잊혀진 한 사랑 얘기와 겹쳐지며,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라틴어권 소설들이 그렇듯, 수려한 문체와 우수어린 분위기를 자아내며 단지 글만으로도 황홀한 <바람의 그림자>는 읽는데 꽤 오래걸린 작품이지만, 다 읽고 났을때 다시한번 들춰봐야할 필요성을 느낄만큼 매혹적인 작품이다.
잊혀진 무언가를 찾는 것은 어찌나 황홀하도록 매력적인지,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숨가쁘게 비극적이고 아름다운, 그 사랑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또다른 비극에 빠지고 모든 것이 파탄나 버려도 여전히 남아있는, 사랑과 사랑이야기.
이야기가 거듭되어 잊혀진 사랑의 실체들이 서서히 드러났을 때 이미 나는 책속의 사랑이야기에 빠져 시간 가는줄을 몰랐다.

운명의 장난이란 이런 것이리라.
하나의 사랑이 더 많은 비극을 낳게 되는 이 이야기속의 모든 사람들의 감정이
섬세하게 표현되어서 버리고 싶은 사람 하나 없이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순수한 청년 다니엘과 그가 사랑하는 친구의 누나 베아트리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모성애만큼이나 부성애 역시 애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니엘의 훌륭한 아버지, 다니엘의 절친한 친구 재간둥이 페르민(누가 이 사내를 사랑하지 않을수 있을까!),
고독을 몸에 세겨넣은 채 살아가는 잊혀진 작가 훌리안 카락스, 그가 사랑하는 페넬로페,
훌리안 카락스를 사랑하게 되고 끝까지 그를 지키려고 애를 쓰는 어쩌면 가장 비극적인 여인 누리아,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여자를 사랑하면서 그녀의 다른 사랑을 지켜주려 애쓰는 미켈,
비극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삶이 증오를 들이마시고 내뿜으며 살아가는 악마 푸메로...
비록 이 소설이 안개에 쌓여있는 폐허같은 느낌을 주는 소설일지라도,
주인공 하나하나가 뇌리에 박힐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와 그들을 사랑하고 또 증오하게 만들수 있는 힘은 아무 작가에게서 나오는 힘은 아닐 것이다.

이 이야기는 내게있어, 안개 끼인 쓸쓸한 거리를 아버지와 함께 손을 잡고 걷는 아이가 인쇄된 이 책의 표지와 딱 알맞는 우수 어리고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중 하나가 될 것이다.
비극적인 사랑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애증의 대서사시와 거의 마술과도 가까운 수려한 명문장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할 걸작이다.
순문학과 추리소설, 고딕소설을 아우르는 이 우아한 소설을 사다놓은지 거의 1년이 지나서야 읽어버렸지만, 근래에 이렇게 가슴벅찬 경험을 책에서 찾기 힘들었던 가운데 이 책을 읽을수 있어서, 그리고 이런 작가가 아직도 존재한다는 사실에 세상에 감사하게 되었다.

안개와 오래된 책의 냄새, 운명적인 비극에 봉착한 연인들, 잊혀진 역사.
사람은 유한하고, 세월은 잔인하게도 정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 생애에서
무언가 남기고 떠나는 것이 있게 마련인 가보다.
무너진 바르셀로나의 회색 거리 그 안쪽의 잊혀진 책들의 묘지로, 내 발걸음도 사라져갔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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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7-11-16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유명한 <바람의 그림자>네요. 그냥 이름만 들었는데, 시즈님 서평 보니 읽고 싶어요^^
와~ 수려한 문체와 우수어린 분위기...기대 됩니다.

Apple 2007-11-16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쥬베이님도 즐겁게 읽으실듯..^^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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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얼음, 겨울과 관련된 차가운 것들을 뜻하는 한자중에 얼음 빙(氷)자의 모양은 어쩐지 그 뜻처럼 차갑다.물 수자에 점을 하나 찍은 모양. 어딘지 비어있고, 그래서 공허하다.
책을 다 읽는데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페터회의 초장편 소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의 느낌을 이보다 더 잘 나타낼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빙. 얼음. 차갑고 깨끗한, 이국적인 풍미마저 느껴지는 차가움의 결정체-
스밀라는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하늘에서 소복소복 떨어지는 눈이 아닌, 단단히 맺혀서 물위를 부유하는 빙하처럼 종잡을수 없는 방랑자에 냉소적인 차가움, 먼 나라에서 온 신비로운 이국의 여자.
 
스밀라는 그린란드 출신 덴마크인이다.
네셔널 지오그래픽에서나 가끔 볼까 말까한 생소한 나라 그린란드, 스밀라는 그런 곳에서 태어나 인간을 알기 전에 야생을 먼저 알았다.
때때로 그녀는 그린란드를 추억한다. 그 곳에서의 생활과 강인한 북극곰같은 어머니를 추억한다.
기계과 건물이 지배하고 있는 것같은 덴마크에서 살아가는 것이 지칠때 쯤에는 때때로.
냉혹한 현실의 세계, 그녀를 전반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꿈의 차가운 유년의 세계.
스밀라는 덴마크와 그린란드, 두 나라에 걸쳐있으면서도 어디에도 속해있지 못한다.
덴마크에서 살기에는 차가운 야생에 길들여져 있고, 그린란드로 돌아가기에는 삭막한 현실에 발이 묶여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나, 어디에나 다 속하는 여자 스밀라는 책에서 그녀 자신이 언급하듯이,
폐배주의에 찌든 사람들에게 정을 느낀다.
불쌍한 사람, 낙오된 사람, 성장하지 못하는 사람, 소속감이 부족한 사람- 그것은 그녀가 자신을 그렇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부유물처럼.
모든 것에서 떨어져 관조하기를 좋아하는 그녀가 이웃집 소년 이사야의 의문의 죽음에 반기를 들고 뛰어든 이유는이사야 역시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자식을 방치해두는 매정한 어머니에게서 낙오된 채, 불완전하게 세계에 섞이지 못하는 꼬마아이 였기때문에. 이 삭막한 세상에서 그나마 정을 붙일수 있는 자신과 닮은 낙오자의 죽음에 깊이 한탄한 것은 아닐지.
스밀라는 지붕에서 떨어져 죽은 이사야의 죽음을 파해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그래본적 없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그것은 "희망"을 보기위해서가 아니라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밀라에게 있어 세상은 희망이나 사랑, 인간애따위로 대변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열망과 차가운 관조와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대변되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언제나 혼자 존재하면서, 모두가 혼자이기 때문에 끌어안을수 있다.
스밀라가 이사야를 끌어안아 서로의 고독을 핥아주었듯이...
 
스밀라의 기나긴 여정이 도시를 두번 거쳐 바다를 지나 진실을 알게되는 얼음에 도달하고 나서야, 우리는 진실에 가까운 무엇에 도달하게 되지만, 스밀라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한다. 마치 세상은 쉬이 결론나지 않고, 확실하지 않은 무언가로 꽉 체워진 얼음같은 세계 같다고 말하듯이....
그녀가 파해친 아이의 죽음과 더 깊고 찐득한 세상의 거대한 비밀들.
세상에 사랑이나 동정심같은 것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결국은 포기하지 않는 인간애를 보여주는 스밀라.
그 모든 것이 다 차갑게 느껴지기는 해도, 사실 우리는 모두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세상은 암흑이고, 두려움이고, 냉혹함의 연속이라고 해도, 결국 그 안의 인간은 타인의 온기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그녀의 여정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내내 서늘한 기운을 느끼다가 불현듯이 손끝이 차가워진다.
스밀라를 지배하는 얼음, 눈, 빙하, 차가움- 온갖 차가운 것들을 바라보며, 인간이 혹독한 겨울을 이겨낼수 있는 것은 인간 자신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차가운 손끝을 나눌수 있는 또다른 고독한 누군가가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는 모두가 외롭다. 하지만 외로운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가끔은 위로가 될때도 있지 않을까.
스밀라의 눈과 얼음의 세계에 온기를 나눠주기를 갈망하는 소년이 제멋대로 처들어 왔듯이,
늘 혼자라고 느껴도, 누구나 혼자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결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스밀라의 말처럼, 어쩌면 인생은 과정을 거쳐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과정을 위한 과정을 반복하는 성장일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결정나지 않을 인생에서, 지치고 차가워진 손을 잡아주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분명 아주 멋진 일일 것이다.

"나는 서른일곱 살이다. 50년 전 툴레에서 그나이는 평생 수명에 해당했다.
하지만 나는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 나는 혼자 걷는 데 전혀 익숙해지지 않았다.
어딘가 마음 깊은 곳에서 여전히 누군가 내 뒤에 나타나 따귀를 때려주기를 바라고있는 것이다.
어머니가, 모리츠가, 무언가 외부의 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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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7-11-13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산지는 꽤 됐는데, 아직까지 못읽고 있답니다-_-
시즈님 서평을 보니 얼른 읽어야겠어요~

Apple 2007-11-13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러고보니 저도 산지 1년 반이 넘어서야 읽었군요.
 
빅토리아의 발레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김의석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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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잊을수 없는 한 장면,
당시 초미소녀였던 제니퍼 코넬리가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던 장면을 창밖에서 소년이 몰래 훔쳐보는 장면.
워낙 어릴적에 본 영화라 그 영화의 상세한 줄거리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 머릿속에 뚜렷히 각인되고 있는 그 장면 덕분에 나는 그 영화를 그 장면으로 기억하곤 한다.
평화롭고, 아름답고, 나약하고 어딘지 무척 그리워지는 첫사랑의 애달픈 설레임같은-내 마음속의 명장면.
이 소설을 고르게된 계기는 표지에서나 제목에서나 그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시네마 천국>에서 토토가 사랑하던 첫사랑 소녀의 이야기같은, 그런 느낌을 받기를 원했는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기도 했고, 또는 아니기도 했다.
 
말을 훔친 댓가로 5년을 감옥에서 보내야했던 앙헬 산티아고는 잘생긴 죄(?)로
감옥에서 윤간과 괴롭힘에 시달리던 청년이다. 대통령 특별 감면으로 출옥하게 되고,
자신을 괴롭히던 간수 산토로를 반드시 죽이리라 엄포를 놓고 세상에 나오게 된다.
겁에 질린 산토로는 살인마 리고베르토에게 앙헬을 제거하도록 사주하고,
나름대로의 알찬 포부-크게 한탕해서 떵떵거리고 살리라는-를 가지고 세상에 나온 앙헬은
발레리나를 꿈꾸는 소녀 빅토리아를 만나게 된다.
낙제생에다가, 돈이 없어 발레 교습소비도 못내고 있는 불쌍한 소녀 빅토리아.
청춘의 불장난처럼 보이던 앙헬과 빅토리아의 사랑은 내 생각보다 훨씬 깊고 단단한 것이었다.
 
앙헬이 출옥하던 날, 니콜라스 베르가라 그레이 역시 출옥한다.
칠레에 사는 사람이 그의 이름을 알지 않고는 간첩일정도로 유명한 그는 대(大)도둑이었다.
천재적인 절도범으로 세상에 알려졌으나, 감옥에서 썩어가는 동안 그는 나이를 먹었고, 변했다.
크게 한탕하고 나서 그가 얻은 것은 감옥에서의 공허하고 외로운 생활 뿐이었다.
범죄자인 남편에게 질려 사랑하는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떠나버렸고,
훔친 돈 역시 친구라 믿었던 자에게 홀랑 털려버렸다.
돈도 없고, 가족도 없고, 사랑도 없이, 베르가라 그레이는 허름한 여관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해가는데,
그의 앞에 젊은 청년 앙헬이 나타나 감옥에서 난쟁이가 알려준 대로 함께 크게 한탕하기를 제안하지만,
감옥에서 세상의 냉험한 이치를 깨달은 60의 노인 베르가라 그레이는 거절해버린다.

<빅토리아의 발레>를 이끌어나가는 힘은 사랑이다.
남녀간의 사랑, 그리고 인간과 인간과의 끈끈한 정.
도둑질할 목적으로 만난 사이지만, 베르가라 그레이는 낯선 청년 앙헬이 돈 좀 빌려달라는 말에도
욕하거나 의심하지 않고 돈을 내어주고, 앙헬 역시 그런 베르가라 그레이를 따른다.
우울한 현실을 탈피하고자 발레리나를 꿈꾸던 보잘것 없는 소녀 빅토리아를 구하기위해 그들은 온 힘을 다 쏟는다.
모두 거리에서 만난 인생들, 마냥 순수하지는 않은 가난하고 초라하고 갈곳없는 처지들인데도,
그들에게는 인간과 인간사이에 가장 중요한 "믿음"이 있다.
풍부한 문체, 통속적이면서도 낭만을 잊지 않는 여유- 라틴어권소설에서 갖추어야할 것들은 모두 갖춘
삶에 녹아든 열정과 가난에의 낭만을 지닌 소설이었다.
딱 이브라함 페레의 목소리같은 느낌의 그런 소설.
 
영화 <일포스티노>의 원작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는 영화는 보았지만, 책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
같은 작가의 소설이라니 어딘지 비슷한 느낌을 받을수가 있었다.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 역시 위시리스트에 달아놓아야겠다.
여유를 느껴보고 싶을 때, 삭막한 소설들에 지칠 때쯤에 꺼내볼수 있도록...
 
p.s 표지와 띠지의 더할 나위 없는 조화!!!! 책이 너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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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철학
티에리 타옹 지음, 김병욱 옮김 / 개마고원 / 2007년 10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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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합본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상수 옮김, 배미정 그림 / 신세계북스 / 2007년 5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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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2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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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도는 미끄럼틀
나카무라 코우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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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컬렉터 1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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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커라임 시리즈를 거꾸로 읽었다. 아마도 <본콜렉터>를 영화로 보았다는 사소한 자만심때문이었으리라.<본 콜렉터>를 마저 읽으면서, <코핀댄서>보다 늦게 보았다는 것에 후회하게 되었다.
적어도 시리즈물에서는 캐릭터의 매력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내게는 이 시리즈를 꺼꾸로 읽었다는 것,그래서 캐릭터를 완전히 이해하기도 전에 이미 익숙해진 캐릭터를 접한다는 것은 분명 바보같은 짓이었다.
이성적으로는 <코핀댄서>쪽이 훨씬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본콜렉터> 후반부의 반전들은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나는 <본콜렉터>가 <코핀댄서>보다 더 재밌었다.
사람을 알아가는 기쁨 같은 것, 아마도 그런 느낌과 비슷할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책 초반부터 주인공 링컨라임이 죽을 결심을 한다.
약지손가락 하나와 목 윗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마비된채 살아가는 것은 분명 가혹한 일이리라. 가장 사소한 것에서부터 인간을 지치게 만드는 일상적인 좌절감에 빠진 채,
1년이 될지, 40년이 될지도 모르는 남은 인생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매일같이 무기력감을 느끼고,앞으로 더 좋아질 희망조차 없다는 것은 죽어있느니만 못한 삶이라, 그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두뇌가 있다. 누구보다 꼼꼼하며, 누구보다 빠르게 돌아가는 두뇌가.
그리고 그런 그의 눈부신 재능을 믿는 동료들이 있다.
그래서 그는 안락한 죽음의 손길로부터 추잡하고 더러운 삶의 강렬한 호기심에 의해 현실로 끌어올려진다.

또다른 주인공 아멜리아 색스.
아름답고 강인한 외모, 누구나 미녀라고 생각할만한 여자이지만, 불안장애에 시달린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때문에 언제나 피가 맺혀있는 뭉툭하고 못생긴 손톱, 거리의 범죄자들에게 인정을 베풀던 아버지같은 경찰이 되고 싶어해서, 그녀는 잔혹한 살인사건에 연류되기 꺼려한다.
마음먹으면 언제든 남자를 꼬실수 있는 매력적인 여인이지만, 그녀의 내면은 불안하고 우울하며, 외모에 맞는 자신감을 갖추지 못해 이렇다할 인기가 있는 것도, 뭔가 대단한 연애를 했던 것도 아니며, 사람을 시체이며 증거물로 봐야하는 냉철한 업무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인정많고 마음약한 사람이다.
 
두 사람은 하나는 머리가, 하나는 몸이 되어 잔혹한 살인마를 맞서는 파트너로 일하게 된다.
냉철한 링컨라임에게 아멜리아 색스는 혐오감과 짜증을 내기를 꺼려하지 않고,
불안장애가 있는 여자에게 피해자의 시체에서 손목을 잘라오라 요구하는 링컨라임은 새디스트처럼 보인다.
그러면서도 일상적으로 부딪혀오는 좌절감에서 서로 마음이 통하는 두사람이 서로에게 친밀함을 느끼게 되고, 결국은 파트너로 일하게되는 과정까지가 참 매력적인 책이었다.
 
책 자체의 밀도를 보자면, 분명 <코핀댄서>쪽이 훨씬 설득력 있고 박진감 넘치지만,
캐릭터의 매력이 100% 살아있어서 그들의 매력에 흠뻑 취하게 되었던 <본 콜렉터>.
음울하고 잔혹한 살인사건이라 더욱 집중하면서 보게되었고, 시니컬한 링컨라임의 말투라던가
사건을 진행해가는 방식의 속도감 또한 좋았다.
후반부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재반전을 노린 과도한 반전 집착이 책의 완성도를 조금 흐려놓았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또 읽고 싶은 시리즈소설이 되어버렸다.시리즈별로 쟁여놓고 차근차근 무료하고 심심할 때마다 읽는 시리즈 소설이 될것같다.

역자후기에, 지금은 구시대적으로 되어버렸을지도 모르는 안락의자형 탐정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는데, 다른 법의학 시리즈보다 이 시리즈가 유독 마음에 드는 이유는 아마도 움직일수 없는 탐정이라 안락의자형 탐정이 될수밖에 없다는 발상이 재밌어서 이기도 할 것이다.
세상이 더 정교해지고, 똑똑해져서 현장감식, 증거물, 지문, 혈흔만으로도 사건을 짐작할수 있다고 해도,발로 뛰고 머리로 추적하는 추리소설만큼 즐거운 건 없다는 것이 옛 추리소설에 더 정을 느끼는 나의 취향.
최근의 법의학 추리물 트랜드와 옛추리소설의 안락의자형 탐정의 매력을 적절히 배합한 매력적인 스릴러, 시간이 나는대로 천천히 이 시리즈를 독파해야겠다는 작은 욕심도 생긴다.
 
p.s 영화를 미리 보아서 읽는데 좀 시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는데,
이미 너무 오래전에 본 영화라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은게 천만다행이다.
아멜리아 색스로 등장했던 안젤리나 졸리는 미인이지만,
어둡고 불안정한 아멜리아 색스다운 이미지여서 캐릭터에 무척 잘 부합했다는 느낌이 드는데,
링컨 라임역을 덴젤 워싱턴이 연기했다는건 에러!
백인인 링컨라임을 흑인인 덴젤워싱턴이 해서가 아니라,
덴젤 워싱턴의 순하고 신사적인 이미지가 신경질적이고 시니컬한 링컨 라임을 연기하기에는
이미지 만으로도 어울리지 않는다.
<코핀댄서>에서인가, 링컨 라임을 묘사하면서 톰크루즈를 언급한적이 있는데,
톰크루즈라면 딱 어울릴만한 역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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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7-10-30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그 유명한 법의학 시리즈, 스카페타 시리즈인가요??
저도 나중에 읽어봐야 겠어요^^

Apple 2007-10-30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링컨라임시리즈요..^^
개인적으로는 스카페타 시리즈는 별로 맞지 않는데, 요건 재밌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