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컬렉터 1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링커라임 시리즈를 거꾸로 읽었다. 아마도 <본콜렉터>를 영화로 보았다는 사소한 자만심때문이었으리라.<본 콜렉터>를 마저 읽으면서, <코핀댄서>보다 늦게 보았다는 것에 후회하게 되었다.
적어도 시리즈물에서는 캐릭터의 매력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내게는 이 시리즈를 꺼꾸로 읽었다는 것,그래서 캐릭터를 완전히 이해하기도 전에 이미 익숙해진 캐릭터를 접한다는 것은 분명 바보같은 짓이었다.
이성적으로는 <코핀댄서>쪽이 훨씬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본콜렉터> 후반부의 반전들은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나는 <본콜렉터>가 <코핀댄서>보다 더 재밌었다.
사람을 알아가는 기쁨 같은 것, 아마도 그런 느낌과 비슷할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책 초반부터 주인공 링컨라임이 죽을 결심을 한다.
약지손가락 하나와 목 윗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마비된채 살아가는 것은 분명 가혹한 일이리라. 가장 사소한 것에서부터 인간을 지치게 만드는 일상적인 좌절감에 빠진 채,
1년이 될지, 40년이 될지도 모르는 남은 인생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매일같이 무기력감을 느끼고,앞으로 더 좋아질 희망조차 없다는 것은 죽어있느니만 못한 삶이라, 그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두뇌가 있다. 누구보다 꼼꼼하며, 누구보다 빠르게 돌아가는 두뇌가.
그리고 그런 그의 눈부신 재능을 믿는 동료들이 있다.
그래서 그는 안락한 죽음의 손길로부터 추잡하고 더러운 삶의 강렬한 호기심에 의해 현실로 끌어올려진다.

또다른 주인공 아멜리아 색스.
아름답고 강인한 외모, 누구나 미녀라고 생각할만한 여자이지만, 불안장애에 시달린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때문에 언제나 피가 맺혀있는 뭉툭하고 못생긴 손톱, 거리의 범죄자들에게 인정을 베풀던 아버지같은 경찰이 되고 싶어해서, 그녀는 잔혹한 살인사건에 연류되기 꺼려한다.
마음먹으면 언제든 남자를 꼬실수 있는 매력적인 여인이지만, 그녀의 내면은 불안하고 우울하며, 외모에 맞는 자신감을 갖추지 못해 이렇다할 인기가 있는 것도, 뭔가 대단한 연애를 했던 것도 아니며, 사람을 시체이며 증거물로 봐야하는 냉철한 업무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인정많고 마음약한 사람이다.
 
두 사람은 하나는 머리가, 하나는 몸이 되어 잔혹한 살인마를 맞서는 파트너로 일하게 된다.
냉철한 링컨라임에게 아멜리아 색스는 혐오감과 짜증을 내기를 꺼려하지 않고,
불안장애가 있는 여자에게 피해자의 시체에서 손목을 잘라오라 요구하는 링컨라임은 새디스트처럼 보인다.
그러면서도 일상적으로 부딪혀오는 좌절감에서 서로 마음이 통하는 두사람이 서로에게 친밀함을 느끼게 되고, 결국은 파트너로 일하게되는 과정까지가 참 매력적인 책이었다.
 
책 자체의 밀도를 보자면, 분명 <코핀댄서>쪽이 훨씬 설득력 있고 박진감 넘치지만,
캐릭터의 매력이 100% 살아있어서 그들의 매력에 흠뻑 취하게 되었던 <본 콜렉터>.
음울하고 잔혹한 살인사건이라 더욱 집중하면서 보게되었고, 시니컬한 링컨라임의 말투라던가
사건을 진행해가는 방식의 속도감 또한 좋았다.
후반부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재반전을 노린 과도한 반전 집착이 책의 완성도를 조금 흐려놓았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또 읽고 싶은 시리즈소설이 되어버렸다.시리즈별로 쟁여놓고 차근차근 무료하고 심심할 때마다 읽는 시리즈 소설이 될것같다.

역자후기에, 지금은 구시대적으로 되어버렸을지도 모르는 안락의자형 탐정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는데, 다른 법의학 시리즈보다 이 시리즈가 유독 마음에 드는 이유는 아마도 움직일수 없는 탐정이라 안락의자형 탐정이 될수밖에 없다는 발상이 재밌어서 이기도 할 것이다.
세상이 더 정교해지고, 똑똑해져서 현장감식, 증거물, 지문, 혈흔만으로도 사건을 짐작할수 있다고 해도,발로 뛰고 머리로 추적하는 추리소설만큼 즐거운 건 없다는 것이 옛 추리소설에 더 정을 느끼는 나의 취향.
최근의 법의학 추리물 트랜드와 옛추리소설의 안락의자형 탐정의 매력을 적절히 배합한 매력적인 스릴러, 시간이 나는대로 천천히 이 시리즈를 독파해야겠다는 작은 욕심도 생긴다.
 
p.s 영화를 미리 보아서 읽는데 좀 시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는데,
이미 너무 오래전에 본 영화라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은게 천만다행이다.
아멜리아 색스로 등장했던 안젤리나 졸리는 미인이지만,
어둡고 불안정한 아멜리아 색스다운 이미지여서 캐릭터에 무척 잘 부합했다는 느낌이 드는데,
링컨 라임역을 덴젤 워싱턴이 연기했다는건 에러!
백인인 링컨라임을 흑인인 덴젤워싱턴이 해서가 아니라,
덴젤 워싱턴의 순하고 신사적인 이미지가 신경질적이고 시니컬한 링컨 라임을 연기하기에는
이미지 만으로도 어울리지 않는다.
<코핀댄서>에서인가, 링컨 라임을 묘사하면서 톰크루즈를 언급한적이 있는데,
톰크루즈라면 딱 어울릴만한 역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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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7-10-30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그 유명한 법의학 시리즈, 스카페타 시리즈인가요??
저도 나중에 읽어봐야 겠어요^^

Apple 2007-10-30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링컨라임시리즈요..^^
개인적으로는 스카페타 시리즈는 별로 맞지 않는데, 요건 재밌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