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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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기 위해, 소설 백야행을 뒤늦게 보았고, 드라마 백야행도 뒤늦게 보았다.
바로 얼마전에 보았기 때문에 원작의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여러모로 이것저것 비교하면서 보게되었다.
소설 백야행, 드라마 백야행, 그리고 영화 백야행. 모두 같은 얘기면서도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소설에서 드라마, 영화로 가면서 점점 내 취향과는 멀어졌다. 그리고 이 영화 백야행, 소설을 어떻게 요약한 건지 머리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내가 보기엔 꽤 중요한 에피소드가 과감히 생략되고, 빼먹어도 될 만한 에피소드는 삽입되어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원작으로 삼고있는 것이 소설 <백야행>이었는지, 드라마 <백야행>이었는지 참으로 헷갈리더라. 어디선가 원작에 가깝게 각색했다고 들었는데, 원작의 느낌보다도 드라마 <백야행>에 등장하는 씬들이 많이 겹치는 것을 보니 분명 드라마를 보지 않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보기 힘들 정도인데, 왜 소설쪽으로 비중을 둔 것처럼 말했을까.
내가 보기엔 소설과 드라마를 비등비등하게 섞어놓은 에피소드들이 많은데 말이다.
그리고 선입견인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와 영화, 둘다 영상물인 관계로 이렇게 비슷한 에피소드와 소품을 넣는다는 것이 고무적인 일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텍스트를 영상으로 옮기면서 당연히 거쳐야할 각색과정에서 다른 영상물의 이미지와 에피소드를 가져 온다는 것은 참으로 안일한 행동이 아닐까.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만 있을 뿐, 가장 중요한 "어떻게"라는 과정의 부분이 생략되어서 전체적으로 스토리를 끌어가기 급급했던 영화였다. 물론 원작이 꽤나 긴 얘기이고, 드라마로도 11부작으로 만들어진 복잡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2시간동안 다 풀어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영화 <백야행>은 이 소설이 풍기고 있는 멜로드라마+스릴러 적인 요소가 이상하게 배합되어버렸다.
범인을 모두 가르쳐 주고, 반전같은 것이 중요하지 않은 원작인지라 오히려 감정을 고조시키는 편이 훨씬 나았을텐데 일어난 사건들만 쭉 나열하다가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을 낭비해버린 느낌이다.
감정적 고조가 없다보니, 고수는 손예진에게 무조건 충성하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손예진은 동정할 가치없이 고수를 이용하기만 하는 캐릭터가 되어버린다.
모든 인물에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고, 그에 따라서 주인공들의 행동도 설득력을 잃는다.
또, 원작을 읽고 보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영화가 무척 불친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회상씬과 현재씬의 구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섞여 있기 때문에, 관객으로써는 그것이 헷갈릴수도 있지 않을까.

드라마에 비해서 영화쪽이 비주얼은 훨씬 원작과 잘 어울리긴 했었다.
고수, 손예진, 두 배우 다 원작의 캐릭터들과 이미지가 무척 흡사했으니까.
그러나 몇몇 조연들의 쓸데없고 난감한 등장과 발연기가 거슬리기도 했고, 문어체같은 대사들은 소설에서 보면 모를까 영화에서보기엔 손발이 조금 오그라 들더라.
그렇다고 보기 짜증날 정도로 이상한 영화는 아니었는데, 그리고 원작보다 못하다는 것은 이미 예상하고 갔는데도,
이런 여러가지 점들이 살짝씩 신경이 쓰이긴 했다.
영화관에서 보낸 시간이 아깝다며 이 영화를 본 걸 후회하게 될 정도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아마 두번 보라면 안 보는 게 나을거고, 누군가 물어보면 별로 추천은 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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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2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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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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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사각- 201호실의 여자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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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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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1주

생각해보니, 집에서 거의 영화를 보지 않는다.
아무리 암흑의 경로의 손을 빌어 다운받아도, 아무리 소장하고 싶은 DVD를 사놔도
절대 보지 않는다.
왜 일까? 집에 있으면 딱히 하는 것도 없으면서 시간이 더 없다.-_-;
그러니 영화는 왠만하면 극장에서. 언젠가 언젠가...하고 미루지 말고 그때 그때 잊지 말고!
그나저나 12월. 재밌어 보이는 영화 많네. 마감인데 어쩌지...;;;
12월에 보고싶은 영화들이 많아서, 다 극장에서 본다면 아마 등에 욕창 생길지도 몰라...;;;;
  

 브로큰 임브레이스 


가질 수 없기에 더 아름다운 사랑...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백만장자 어니스토의 정부로 살고 있지만 여배우가 되고 싶은 꿈을 버리지 않는 레나(페넬로페 크루즈)는 실력있는 감독 마테오를 만나 오디션을 본다. 레나의 신선한 매력을 눈여겨 본 마테오는 그녀를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레나는 뛸듯이 기뻐하지만 그녀의 연인인 어니스토는 그녀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신경쓰인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자신이 꿈꾸던 세계를 만난 레나와 그녀의 매력에 사로잡힌 마테오는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어니스토의 눈을 피해 사랑을 나눈다. 레나의 변화를 직감한 어니스토는 그녀를 감시하지만, 어니스토의 집착이 심해질수록 레나와 마테오의 격정적인 사랑은 더욱 더 깊어진다. 서로에게 운명 같은 진실한 사랑을 확인하게 된 레나는 어니스토에게 결별을 통보하고 마테오과 몰래 떠나기로 결심하지만, 어니스토는 그녀를 쉽게 놔주지 않는데…


진짜 오랜만에 보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이다.
알모도바르는 적어도 평작수준은 되었으니까 그럭저럭은 볼수 있을게다.
언제 보러가나...강변 CGV에서 하던데 혼자 가서 보고 올까.
아참. 나 마감중이지...=_=;


백야행 
 

그날 이후, 14년의 기다림과 슬픈 살인이 시작됐다

출소한 지 얼마 안된 한 남자가 잔인하게 살해 당한다. 이 사건이 14년 전 발생한 한 살인사건과 연관되어 있음을 안 수사팀은 담당형사였던 동수(한석규 분)를 찾아가고, 그는 본능적으로 당시 피해자의 아들이었던 요한(고수 분)이 연루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한편, 재벌총수 승조의 비서실장 시영(이민정 분)은 승조를 위해 그의 약혼녀 미호(손예진 분)의 뒤를 쫓는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미호. 하지만 비현실적일 만큼 완벽했던 미호에게 석연치 않은 과거의 흔적이 발견되면서, 그녀 곁에 그림자처럼 맴돌고 있는 존재를 발견하게 된다.

 서로 다른 대상을 쫓다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된 시영과 동수. 그들은 요한과 미호의 과거에 관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14년 전 발생했던 사건의 살인용의자가 미호의 엄마, 피살자가 요한의 아빠였으며,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미호와 달리 요한은 여전히 어둠 속에 갇혀 살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빛과 그림자처럼…… 14년 전, 그리고 현재까지 계속되는 미스터리한 살인사건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 미리 소설을 읽은 건데, 소설 읽고 드라마도 다 보았는데, 영화는 아직도 안봤다. 이번 주에는 보러가야지. 몇주동안 백야행 홀릭이겠다.;;;
개인적으로는 유키호 역에는 일본 드라마 주인공보다 손예진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급스러운 청순가련형에, 왠지 냉정한 인상까지 같이 가지고 있는 손예진에게 딱 어울리는 역활.
물론 다른 배우들 캐스팅도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드레드

공포에 관한 잔혹한 실험 | 두려움이 커질 수록 자극도 강해진다!

세 명의 대학생들이 인간들은 어떤 것에 공포를 느끼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시작한다. 별다른 흥미거리를 찾지 못하던 중 그들 스스로가 느끼는 공포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호러의 대가 클라이브 바커의 단편소설이 원작.

 3명의 대학원생이 ‘드레드’란 제목의 연구를 준비한다. 'Fear Study'란 공고를 내고 실험 대상을 모집한 3인조는 대상들을 카메라 앞에 세우고 내면 깊숙한 곳의 두려움에 대해 터놓게 만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뚜렷한 성과가 없자 팀 내에는 분열이 생기고 연구에 대한 집착으로 서로를 위험에 빠트린다.

 소설가이자 영화 감독 클라이브 바커의 동명 소설 영화화. 내면에 잠재된 공포의 실체를 탐구하려는 세 명의 대학생이 벌이는 혼란과 광기의 이야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사전예매에서 일찍이 매진된 작품. 

북 오브 블러드

죽은 자들의 이야기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수 년간 초자연적인 현상을 연구해 온 매리 박사는 자신의 이론을 증명할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다. 그녀는 연구를 위해 과거의 경험을 통해 영매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제자 사이몬을 연구에 참여시킨다. 그러나 연구가 진행될수록 매리 박사는 아름다운 사이몬에게 사적인 마음을 품게 되고 점차 알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이 커져가는데…

 <드레드>와 함께 공포 소설의 대가 클라이브 바커의 대표작을 영화화한 작품. 산 자와 죽은 자가 소통하는 공간에서 영매가 된 한 남자의 몸에 죽은 자들의 이야기가 새겨져 나가고, 남자는 ‘피의 책’이 된다. 죽은 자들의 이야기와 그 고통을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그려냈다. 


어므...이게 왠 떡이야. 이번주에 클라이브 바커 원작 영화가 두편이나 개봉한다.
<드레드>와 <북 오브 브러드> 두편.
두편 이어서 볼수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아흣~대박이야♥ 근데 이번주 개봉이라면서 극장 정보는 왜 안뜨니.....
 

 에반게리온-파

2015년 현재, ‘세컨드 임팩트’의 충격으로 인류의 절반이 사라진 이 곳에 정체불명의 사도들이 다시 공격해 오기 시작한다. 특무기관 네르프 소속의 14세 파일럿들은 각자의 에반게리온을 타고 사도의 위협에 맞서 싸운다. 자신이 왜 타야 하는지도 모른 체 에반게리온을 타는 신지와 자신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레이. 그리고 에반게리온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표출하고 싶은 아스카까지! 같은 운명을 타고난 그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연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시각각 새로운 모습으로 그들에게 공격을 가해오는 사도들. 인류의 운명을 짊어진 그들 모두에게 견딜 수 없는 선택을 하게 하는 최고의 위험이 지금, 시작된다!

왜 자꾸 나와!!!!!
.............하면서도 은근히 자꾸 기대하되는 에반게리온의 놀라운 중독성.-_-
왠지 애증의 관계랄까. 한때 열렬히 봤기 때문에 은근히 기다려 지면서도, 이제 그만 좀 울겨먹어라 싶은 기분....
 

 

*지상최대로 영화보는 눈 없는 배우 사라 미쉘 겔러의 영화 두편이 개봉한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와 <더 리턴>. 둘다 평점이 형편없다.
가끔 출연할 영화를 누가 대신 골라줬으면 하는 배우들이 있는데, 사라 미쉘 겔러가 단연 톱이다.
(2위는 아마도 전지현.)

* 내년엔 소설을 재밌게 봤던 영화들이 몇편 개봉한다.
<살인자들의 섬>은 미국에서도 2월에 개봉한다니 적어도 3월에는 볼수 있겠고...
(원래 제목대로 "셔터 아일랜드"로 개봉할 것 같은데, "살인자들의 섬"이 어감상 더 좋지 않나?)
<더 로드>는 우리의 아라곤 비고모텐슨이 나오는데, 어쩐지 원작보다 밝은 분위기인 건 왜이지.
하긴 <더 로드>가 재밌었던 건 딱히 내용이라기보다는 코맥 맥카시의 후덜덜한 필력때문이기도 하지만....

*내년개봉작들도 슬쩍 훑어보았는데, <울프맨> 리메이크가 보이네. 옛날 영화 블록버스터금 리메이크인데,
주연이 무려 베니치오 델 토로이다!  언제 헐리우드로 왔니?
게다가 이 영화에는 죽은줄로만 알았던(?) 안소니 홉킨스도 나오고, 에밀리 블런트도 나오며,
우리의 스미스 요원이자, 반지의 제왕 요정 왕인 휴고위빙 아자씨도 나온다.
털많은 중년 브래드피트같은 베니치오 델 토로. 왠지 좀 험악하게 생겼는데, 왠지 좀 끌리는 남자.
고독하고 고집스러운 눈매에 바람소리 세는 것 같은 목소리가 좋아.
그러고 보니 늑대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전 우주를 통틀어 다크서클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 조니뎁은 꾸준히 영화 찍는다.
올해 두편 나왔고, 내년 초부터 한번 등장하겠구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우루이히~ 팀버튼+조니뎁은 기본은 해주지!

*네이버에서 뉴문 감상평을 보다가 보게된 글.
아, 이 남자 진짜 귀엽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ttp://movie.naver.com/movie/bi/mi/reviewread.nhn?code=51918&nid=210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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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12-0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쯤..극장가서 영화를 볼 수 있을런지...;;;;;

Apple 2009-12-03 00:29   좋아요 0 | URL
저는 극장에 가서 보지 않으면 집에서는 영화를 안보게 되더라고요.ㅠ ㅠ시간이 없어서...흐흑...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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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떤 술자리에서 어떤 친구는 사랑에 고통이 없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했다.
일부러 고통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고, 막연하게나마 동감할 수 밖에 없더라.
고통없이 다정함만이 넘쳐나는 관계가 있다면 그걸로 완벽할까.
자꾸 그 사람이 눈에 밟히고, 그 사람의 살아온 인생과 상처와 상실감이 신경쓰이면서, 타인들 보다 조금 더 마음쓰게 되고, 때로는 그 사람의 상처에 내가 데이고, 그러한 모든 힘겨운 점까지도 끌어안을수 밖에 없는게 사랑이 아닐까 싶다.
어떤 사람에게는 마냥 편안한 것이 사랑일지도 모르고, 어떤 사람에게는 때때로 불편해지는 것이 사랑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래왔던 것 같다.
마냥 편안하고 다정한 관계에서 정착은 할수 있되, 장기체류는 하기 힘들었었다.
김연수의 소설집 <세계의 끝 여자친구>에 실린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를 읽으면서, 꼭 이런 기분을 읽어낸 것 같았다. 일상의 어떤 순간, 이전에 했던 사랑을 다시 마주친 그녀의 입으로 비슷한 말을 마주하고서는 그냥 그렇게 인정하게 되어버렸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이 독특하고 미스테리한 제목을 보고 나는 이 제목을 "세계 끝의 여자친구"라고 잘 못 읽기도 했고, 하루키의 "세계의 끝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떠올리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작가의 말을 보고 나서야 이 제목이 일본밴드 World's End Girlfriend에서 따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World's End Girlfriend의 노래와 다르면서도 은근히 흡사한 부분들이 있다. 적어도 이 책에 실린 표제작 "세계의 끝 여자친구"라는 단편에서는 그랬다. 현실의 이야기이면서도 어딘지 아스라히 다가오는 무언가가 있다.
그런 느낌은 이 책에 수록된 9개의 단편 모두에서 읽어낼 수 있는데, 아마도 그 아스라한 느낌들은 내가 살아온 기억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뻔할지도 모르는 이야기.
이 책에 실려있는 이야기들은 내가 겪었고, 다른 사람이 겪었는데, 그런데도 완전히 내것같지는 않았던 이야기들이어서 낯선 기분과 정체모를 노스텔지아를 떠올리게 한다.
세계의 "끝"이기 때문에 절망적인 느낌을 줄수 있지만, 그 끝에는 또다른 시작이 있는 것처럼,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시간들과 기억들, 그 속에서 소통하고 때로는 소통하지 못하는 것들과 그 치유에 대한 이야기라고 이 책을 읽어냈다면 제대로 읽어낸 걸까.

온 인생을 완전히 홀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성장은, 성장통은 내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항상 타인에게서 튕겨져 나온다.
누군가를 좋아했고, 그 사람을 잃어가는 과정을 되풀이 하면서, 살아오면서 마주하고 스쳐지나갔던 모든 인연들이 나를 또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게 만든다. 그 모든 변한 모습들이 결국 나이면서, 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게 마련이지만, 이렇게 이기적인 개개인을 자신 아닌 상태로 변해가게 만드는 것 또한 사랑이라는 기적이 아닐까.
과거에도, 미래에도 만났고 만나게 될 모든 인연들이, 좋건 나쁘건 어떤 형식으로 나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이 커다란 세상에 내가 홀로 남겨져있지만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할 테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얼기설기 얽혀져있는 이 인연들 속에서도 때로 막막한 외로움에 시달릴 때가 있다.
왜냐면,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닮아있어도 타인은 결국 타인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아무리 나와 네가 한 몸인 것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메꿀수 없는 틈같은 것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 사랑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인생도 내 인생만큼이나 힘겨웠음을 알고 토닥여주는 연민이 있기 때문에, 결코 이해할수 없는 타인과 타의 틈조차 이해할수 있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를 또 무엇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이해하는 척 할 뿐이 아닐까.
여전히 이해할수 없는 부분들은 남아있겠지만, 그것을 못마땅히 여기기보다 이해해보려 노력하는 그 자체가 사랑이고 배려가 아닐까.
그래서 결국 중요한 건 소통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그리고 너를 이해한다 생색내는 거짓말보다는 내가 너를 이해하려고 한다는 "최선"이 훨씬 사랑스럽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이야기들이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이런 충돌같은 사랑과 사랑을 묶어두려던 노력과 이별까지 모두 합쳐서 우리는 성장하게 된다.
가끔 사는 건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를 버스를 타고 무작정 어디론가 가는 것같을 때가 있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내 옆으로 사람들이 오고, 또 떠나가고, 나는 막연한 목적지를 향해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별이 있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무언가가 계속 남는다는 것이다.
이 사람을 대할 때의 나와 저 사람을 대할 때의 나는 분명 다른 사람이지만, 결국 그 다른 모습들까지 나였다.
거울에 비춰진 여러가지 모습의 나. 그들이 남기고 간 그 여러가지 모습의 나는 그렇게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인 것만 같다.

<세상의 끝 여자친구>에 수록된 아홉가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일상의 균열들이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인생을 아주 약간씩 바꾸어나가듯이, 사랑이라는 충돌앞에서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되풀이하는 사람들. 비록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아름다운 사랑이었으리라.
끝이지만, 절망하지는 말기를. 애썼다면 그걸로 충분해.-라고 작가가 얘기해주는 것 같았다.
다소 쿨해보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촌스러운, 그리고 어쩔수 없는 것은 그대로 놓아두는 초연함 같은 것에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다.
어떤 때에는 레이먼드 카버를 읽는 것 같았고, 어떤 때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것 같았는데,
사실은 내 기억속 어떤 순간들을 읽어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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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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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안개가 껴있는 가상의 도시 무진시.
한 가족의 무능력한 아버지 강인호는 아내의 알선으로, 청각장애인 학교 자애학원의 임시교사로 채용되었다. 흐릿한 안개속에서 들리는 비명소리, 멍하게 과자를 먹으며 길을 묻는 목소리에 놀라 달아나던 여자아이. 어딘가 그로테스크하기마저한 자애학원의 첫인상은 교장의 말 한마디에 정체를 드러낸다.
채용된 교사에게 돈을 내라는 교장의 말에 순간적으로 역한 증오감이 몰려오면서도, 서울에 두고온 아내와 딸 생각에 섣불리 반항을 할 수도 없다.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는 그렇게 시작해서, 마무리도 그렇게 끝난다.
누가 봐도 분명한 죄와 들끓는 증오감은 여기에 있는데, 그 마음속의 진심과 진실들은 현실에 발이 묶여버리게 된다.
첫 시작과 더불어, 이 소설이 풀어놓고자하는 이야기들을 대충 눈치챘기 때문에 다소 차분하고 담담한 심상으로 읽어가려고 했다.
현실이라면 감정부터 앞설 일이지만, 물론 현실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기는 하나, 소설은 어디까지나 가상이라는 전제하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상황을 조금 더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말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에게 일어난 끔찍하게도 비인간적인 범죄들을 저지른 것은 학교의 교장과 행정실장과 교사였다.
그럼에도 이러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묵인되어 왔고, 또 앞으로도 묵인되어갈지도 모르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두 사람만이 죄를 저질렀을 뿐만이 아니라 관련된 인간 모두 죄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교회 사람이기 때문에, 지역의 유지이기 때문에,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내 동창이고, 내 고향 사람이고, 내 학교 선배이며 후배이기 때문에 명백한 죄앞에서도 "한번 봐주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리고 당장 집에 아픈 사람이 있고, 병원비는 턱도 없이 모자라고, 아이 하나만 희생해주면 가족의 미래가 어느정도 보장 되기 때문에. 위험한 사건에 휘말리는 것이 못견디게 싫은 아내의 투정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당장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묵인하면 내가 편하기 때문에.
방송국으로, 인터넷으로, 온 세상으로 퍼져버린 교육자들의 끔찍한 강간과 폭행들에 저마다 하나 둘씩의 이유로 발뺌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점점 세상에서의 존재감이 희미해져버린다.

이것을 전적으로 누구의 탓으로 돌려야 마음이 편해지는지 모르겠다.
조금씩 모두 죄를 저질렀고, 그 방관과 묵인의 죄들이 모이고 모여서 이런 커다란 죄를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불편한 이야기를 바라보면서 보고있기가 괴롭고 짜증나서 책장을 덮어버리는 것 또한 나 편하고자하는 어쩔수 없는 이기심인 동시에, 또다른 방관과 묵인의 죄를 저지르는 셈이 되는 것 아닐까.
이 세상은 나만이 존재하지 않고, 내가 방관한 모든 것이 언젠가 내게 또 돌아올지도 모를 일인데, 내가 그 장애인이 아니라고 안심하고, 내 주위에 그런 사람이 없어서 안심한다면 이런 일은 언제까지고 되풀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당장 내가 어쩔 수 없어도, 적어도 정확히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것부터가 이 개같은 세상을 조금 더 낫게 만드는 첫 걸음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드는데, 그것조차 외면해 버리는 사람은 이 세상을 욕할 자격마저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책을 보는 내내 적어도 내게는 상식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인간인 이유를 잊어가고 있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아주 기본적인 상식,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누구의 마음에나 다 있을 법한 양심같은 건 동화속에나 등장하는 건지, 분명하게 돈으로 귀결되는 현실앞에서 거의 모두가 무너져 내려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씁쓸하고 역겨워진다.
아이들에게 저질러진 죄는 그렇다치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주려는 노력조차 돈에 팔려가는 것이 과연 현실인지.
왜 이런 인간이 세상에 이렇게나 많고, 왜 이런 세상을 만든거냐고 물어봐도, 내게 신은 없기 때문에 대답해줄 사람이 없다.
금새 잊혀지고, 결국 돈많은 사람이 이겨버리는 세상에서 무엇을 바라고 살아야 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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