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소설 백야행을 뒤늦게 보았고, 드라마 백야행도 뒤늦게 보았다.
바로 얼마전에 보았기 때문에 원작의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여러모로 이것저것 비교하면서 보게되었다.
소설 백야행, 드라마 백야행, 그리고 영화 백야행. 모두 같은 얘기면서도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소설에서 드라마, 영화로 가면서 점점 내 취향과는 멀어졌다. 그리고 이 영화 백야행, 소설을 어떻게 요약한 건지 머리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내가 보기엔 꽤 중요한 에피소드가 과감히 생략되고, 빼먹어도 될 만한 에피소드는 삽입되어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원작으로 삼고있는 것이 소설 <백야행>이었는지, 드라마 <백야행>이었는지 참으로 헷갈리더라. 어디선가 원작에 가깝게 각색했다고 들었는데, 원작의 느낌보다도 드라마 <백야행>에 등장하는 씬들이 많이 겹치는 것을 보니 분명 드라마를 보지 않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보기 힘들 정도인데, 왜 소설쪽으로 비중을 둔 것처럼 말했을까.
내가 보기엔 소설과 드라마를 비등비등하게 섞어놓은 에피소드들이 많은데 말이다.
그리고 선입견인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와 영화, 둘다 영상물인 관계로 이렇게 비슷한 에피소드와 소품을 넣는다는 것이 고무적인 일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텍스트를 영상으로 옮기면서 당연히 거쳐야할 각색과정에서 다른 영상물의 이미지와 에피소드를 가져 온다는 것은 참으로 안일한 행동이 아닐까.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만 있을 뿐, 가장 중요한 "어떻게"라는 과정의 부분이 생략되어서 전체적으로 스토리를 끌어가기 급급했던 영화였다. 물론 원작이 꽤나 긴 얘기이고, 드라마로도 11부작으로 만들어진 복잡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2시간동안 다 풀어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영화 <백야행>은 이 소설이 풍기고 있는 멜로드라마+스릴러 적인 요소가 이상하게 배합되어버렸다.
범인을 모두 가르쳐 주고, 반전같은 것이 중요하지 않은 원작인지라 오히려 감정을 고조시키는 편이 훨씬 나았을텐데 일어난 사건들만 쭉 나열하다가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을 낭비해버린 느낌이다.
감정적 고조가 없다보니, 고수는 손예진에게 무조건 충성하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손예진은 동정할 가치없이 고수를 이용하기만 하는 캐릭터가 되어버린다.
모든 인물에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고, 그에 따라서 주인공들의 행동도 설득력을 잃는다.
또, 원작을 읽고 보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영화가 무척 불친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회상씬과 현재씬의 구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섞여 있기 때문에, 관객으로써는 그것이 헷갈릴수도 있지 않을까.

드라마에 비해서 영화쪽이 비주얼은 훨씬 원작과 잘 어울리긴 했었다.
고수, 손예진, 두 배우 다 원작의 캐릭터들과 이미지가 무척 흡사했으니까.
그러나 몇몇 조연들의 쓸데없고 난감한 등장과 발연기가 거슬리기도 했고, 문어체같은 대사들은 소설에서 보면 모를까 영화에서보기엔 손발이 조금 오그라 들더라.
그렇다고 보기 짜증날 정도로 이상한 영화는 아니었는데, 그리고 원작보다 못하다는 것은 이미 예상하고 갔는데도,
이런 여러가지 점들이 살짝씩 신경이 쓰이긴 했다.
영화관에서 보낸 시간이 아깝다며 이 영화를 본 걸 후회하게 될 정도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아마 두번 보라면 안 보는 게 나을거고, 누군가 물어보면 별로 추천은 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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