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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제2복음 1
주제 사라마구 지음 / 문학수첩 / 199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98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하고 로마교황청에서 항의했다는 이책은
기독교 쪽에서는 확실히 이단이라고 폄하할수 있는 책이지만,
어차피 나는 무교라서 이 책을 보면서 "아..이럴수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으로써의 예수라 아니라 인간으로써의 예수를 만날수 있는 책 "예수의 제 2복음"
대충 알고 있는 예수의 생애의 이야기와도 확연히 다른데다가
십자가를 지고 죽어가는 예수가 "하느님에게 속았다"라고 깨닫는 마지막씬만해도
충분히 이단이라는 말을 듣기 충분할 듯.
이 책에서의 예수의 모습을 잠시 설명해야겠다.
분명 보통사람들이 줏어들은 지식으로 알고 있는 예수의 모습과도 많이 다르다.
그는 인간으로 태어나, 태어난지 얼마 안되서 수십명의 아기를 죽음으로 이끌었고,
그의 아버지 요한은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아들 예수를 죽이는 꿈을 꾸고
죄없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는다.
소년 예수는 아버지의 죽음후에 아버지의 비열한 행동을 알게되어 아버지 요한을 증오해서 가출을 하고,
어머니 마리아와는 갓 청년이 된 예수가 하느님과 대화한 것을 믿지 않아
예수가 거의 죽을 때까지 그닥 사이가 좋지 않았고,
창녀로 살아온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와 사랑에 빠진 동거녀이고,
배신자의 대명사인 유다는, 배신을 하고자 한게 아니라 예수와의 합의하에 배신행위를 한 것이고,
예수는 하느님의 씨와 아버지 요한의 씨를 섞어 태어난 인간의 자식으로,
거의 죽을때까지 신으로써의 자각이나 확신이 없었다.
내가 보기에도 참 이단적인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기독교 자체에 대한 비아냥거림이나
억지로 예수를 망가뜨리고자하는 적의는 없다.
단지, 예수를 신이 아닌 인간으로써의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고,
하느님으로 대변되는 절대 권력을 가진 지배자의 무책임한 명령에 대한 분노가 남을 뿐이다.
하느님은 예수에게 그의 아들이기를 강요한다.
예수는 이를테면, 하느님의 필요에 의해 태어난 도구와 다름이 없고,
메시아로 그려지고 있지도 않다.
많은 모순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은 "내 맘이다"라는 식의 무절제한 의견을 예수에게 강요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예수는 아무리 병든 자를 고치고 앉은뱅이를 일어나게 해도
결국 그것은 피할수 없는 죽음을 잠시 눈가림하는 속임수나 다름없다는
하느님의 진리의 모순을 알아가면서 고뇌하고
죽어가며 모든 사람에게 "인류여, 하느님은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지 못하고 있으므로
그분을 용서하라"고 외친다.
결국 하느님이 바란 것은 자기 권력의 확대일뿐,
인류의 구원이나 속죄나 용서가 아니었다.
이 책에서 하느님은 자기말고도 다른 신이 있다는 것을 언급했는데,
다른 종교를 가진 나라에까지 자기 권력을 확대하기위한 수단으로 인간의 아들을 이용한 것이다.
역시 예수에게도 마찬가지로, 인류의 구원이나 그들의 죄를 용서받기 위한 희생이 없다.
이책에서의 예수는 메시아로써의 찬란하고 드라마틱한 인생을 산 "신"이 아니라,
감당하지 못할 운명을 타고나 평생을 고달픈 삶을 살아간 "인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예수는 인간의 아들로 태어나,
가끔은 아버지도 증오하고, 어머니도 미워하며,
때로는 의도되지 않은 말로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때로는 자기가 가진 신에 가까운 능력으로 다른 인간들의 앞에서 우월감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슬퍼하고, 때로는 기뻐하고, 때로는 사랑한다.
그게 인간이기 때문이다.
신성모독적인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조금 다른 식으로 예수를 볼수 있었는데,
당시의 보수적인 사회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예수라는 인간이 꽤 진보된 인간처럼 느껴졌다.
지금으로 말하면 생각이 깨어있는 새로운 세대같았다고나 할까.
하느님을 믿는것이 본능처럼 강요되는 사회안에서
예수는 다른 신을 믿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목자(후에는 마귀로 판명되지만,)와 별 문제없이 4년을 함께 살고,
모두가 지탄하는 창녀와 동거하고,
그것도 어머니뻘의 엄청난 연상녀였다.
예수가 정말 이런 사람이었다면,
당시로써는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비주류의 인간이 아니었을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처럼 가학적으로 예수의 십자가형만을 중점적으로 그리지 않고있고,
오히려 그부분은 시시하다 싶을 정도로 짧게 끝나버리고,
부활에 관한 언급 역시 없다.
다른 사람 리뷰를 읽어보니,
성경 구절에 대한 패러디가 촌철살인의 대사로 이어간다는데,
성경을 잘 알지 못하니 어느 부분이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히 성경을 자세히 알고 있다면 좀더 재밌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나도 성경을 좀 찾아봐야겠다.)
개인적으로 갓 청년이 된 예수가 처음으로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던 부분은
보다가 웃음이 나올정도로 웃겼다.
참을성없는 어린 아들과 가부장적인 마초아버지의 대화같았다고나 할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예수에게 하느님은 "거참 질문 되게 많은 놈이네.말좀 자르지 말아라."하고
짜증을 부린다.킥-
중간중간 별로 필요는 없는 이런 유머들이 종종 나오는데,
나는 주제 사라마구의 이런 유머들이 너무 귀엽다.
이 책은 진리가 아니다.
단지 소설일 뿐.
작가도 자기말이 진리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진실이 어찌했든간에, 이런 상상을 할수 있는 인간도 세상에는 있는거니까.
p.s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것은 잘 읽히지 않아서가 아니라
똑같은 이름이 너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무슨 놈의 요한과 마리아가 그리도 많이 등장하는지...
어릴때 내가 교회를 다닐적에는 성경에 나오는 마리아는 다 똑같은 마리아인줄 알았다.
동명이인이나 동명삼인같은건 생각도 못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