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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
마르탱 파즈 지음, 용경식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프랑스는 흔히들 문화의 나라라고 하지 않나.
그래서인지 프랑스 소설들 보면 좀 황당할정도로 엉뚱한 게 많은데,
이 소설도 마찬가지의 엉뚱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제목처럼, 주인공이 바보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그가 너무 지적이기 때문이다.
지적이라는 건 꽤 큰 재산인데도 불구하고
그가 지성이 자신에게 내려진 재난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의 지식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사회전반적인 문제에 대한 지성이 넘치는 사람들은 정치가나 사회봉사자가 되고,
문화쪽에서 지성이 넘치는 사람들은 예술가가 되거나 평론가가 되거나 할수도 있고,
학문에 지성이 넘치면 학자나 교수가 될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지성"은 어디 한군데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폭넓고 깊이 얕은" 지성이라,
어디에 붙여넣을수도 없는 하잘것 없는 지성이었던 것이다.
그는 생각이 너무 넘쳐나서 우울증에 걸려버렸고,
이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바보가 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
첫번째로는 알콜중독자 바보가 되려고 했으나,
안타깝게도 맥주 반잔에 실신해버려서 포기하고,
두번째로는 자살하는 바보가 되려고 자살강의를 들었더니,
오히려 자살하고 싶지 않아지고,
마지막 세번째로 택한 방법이 약에 의지하는 것이었다.
그는 친한 소아과 선생에게 약을 받아온다.
그 약은 그를 하루 종일 아무생각없는 기분좋은 상태에 머물게 하고,
그는 원하던 바대로 그를 세속에 물든 바보로 만들어버리게 되는데,
친구의 회사에 일하러 들어갔다가 유능한 딜러가 되는 바람에,
이전의 남루한 생활을 벗고, 그는 점점 부유하고 소위 "잘나가는" 인간이 되어간다.
생각많고 항상 우울하지만 다정했던 이전의 그는 사라지고,
그가 원하던 세속적이고 세상의 이치에 밝은 성공한 "바보"가 되어버렸지만,
그는 타인의 행복을 뒤쫓아갈 뿐 자기자신의 행복은 찾지 못한다.
그저 "남들이 그렇게 사니까 그걸로 만족"할뿐.
너무 비현실적으로 사람이 한순간에 성공한다는 점과,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는 결말을 빼고는 꽤 귀여운소설이었다.
자아를 발견하기 위해 현재에서 벗어나는 점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와 비슷하지만,
그것처럼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환타지는 아니라서 훨씬 보기 좋았다.
결말은 결국 자기자신에게도 돌아온 그를 표현하고자 했던것 같은데,
그 여자는 안나와도 되잖아..-_-;;
헐리우드 코믹 영화처럼 끝에 갑자기 사랑이 다가오는 암시를 주고 끝나는게
좀 어색했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
요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 소설 역시 거기에 대한 답을 확실하게 주지는 않는다.
소설에서는 확실히 "나 답고 개성있게 사는 것"이라는 답을 내놓고 있지만,
성공한 바보의 인생이 더 좋아보이는 것은 왜 일까.
맥도날드를 보면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을 하고,
옷을 하나 봐도 원산지가 어디이며 혹시 아이들을 노동자로 쓰고 있는게 아닐지
걱정하는 지성인의 고달픈 생활에 비해서는,
차라리 바보가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타인의 규정에 맞춰서 모든 것을 따라가려고 하는 것 역시 소심한 꼴불견이기도 하고...
무엇이 나에게 더 합당한 답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