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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1 ㅣ 밀리언셀러 클럽 19
엘러리 퀸 외 지음, 제프리 디버 엮음, 홍현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7월
평점 :
황태자 인형의 모험
사라진 13쪽
숨겨 갖고 들어가다
배트맨의 협력자들
주말 여행객
그 여자는 죽었어
원칙의 문제
힐러리 여사
이렇게 8편이 수록되어있는 단편집.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다지 재미는 없었다.
이책에 실린 단편들에 대한 내 생각은 아주 극단적으로 아주 재밌거나 아주 재미없거나 둘중에 하나였는데,
그래도 딱 한가지, 정말 마음에 드는 단편을 볼수 있어서 실망은 하지 않았다.
재밌게 읽었던 단편은 제프리 디버의 "주말 여행객"과 리사 스코토라인의 "숨겨갖고 들어가다."
프레드릭 브라운의 "그 여자는 죽었어"와 맥스 앨런 콜린스의 "원칙의 문제".
쌍동이의 아버지인 한 법조인이 아기보느라 미쳐가는 아내를 위해 하루 아기를 봐주겠다고 하고 법정으로 아기를 숨겨서 들어가는
"숨겨갖고 들어가다"는 단편소설다운 재기넘치는 치고 빠지는 조절과 재빠른 전개력이 아주 수려한
재치있는 단편이었다고 생각되는 반면, 사실 아기를 이렇게 학대해도 되는건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사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이 아버지가 혼나는 일이 생기길 바랬는데,
결국 그냥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아쉽다.
아내가 남편이 아기를 가방에 쑤셔넣고 종이로 기저귀를 만들고
몇시간동안 자게하기위해 유아용 타이레놀을 먹인 사실을 알았더라면 가만히 있었을까.
"그 여자는 죽었어"는 부유하게만 살아온 한 남자가 그가 가진 호사스러운 모든 것에의미를 찾지 못하고 인생의 활력도 없어져 버려
빈민가의 루저 생활을 하게되면서 시작된다.
그는 가장 천박한 거리의 가장 싼 직급에 만족하는 알콜중독자로 변해
완전히 망가진 삶자체를 즐긴다.
그러다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창녀가 죽게되고, 그가 죄를 뒤집어쓸지도 모르는 상태에 처하게 되면서 얘기가 진행되는데,
보는 사람이 속이 쓰릴 정도로 술을 들이붓는 주인공의 심리가 리얼하게 와닿는데다가
조분조분하나 몽환적인 전개력 또한 훌륭했는데,
솔직히 마지막은 조금 어이없었다.
"원칙의 문제"는 짧지만 굵은 단편이었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나는 "복수는 나의 것"을 상상했는데,
그 영화처럼,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상황이 뒤집히기 때문이었다.
복수하려는 남자는 유괴범들을 죽이고, 유괴된 아가씨를 구하지만, 이번에는 그가 유괴범이 되고 끝나버리는데,
짧지만, 반전이 아주 훌륭했다고 생각되는 단편으로 상당히 마음에 든다.
"주말 여행객"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으로 어쩐지 슬프기까지 했다.
인생이 제멋대로 맘껏 꼬여버린 두 남자가 편의점을 털기로 하는데,
바보같은 동료는 개념없이 사람을 몇명 죽여버리고 결국 조용히 편의점을 털지 못하고 경찰까지 동원되어버려서
결국은 인질을 한명 잡아서 도망쳐나온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버린 주인공이 동료를 죽여버리고 인질과 둘이 남게되는데,
세일즈왕인 인질은 수려한 말발로 주인공을 꼬득인다.
마지막 가서는 어쩐지 너무 치열한 느낌이라 슬픈 느낌이 들었다.
범죄자들을 볼 때에는 누구나 그들의 죄를 볼뿐 인생을 보지 않는다.
언제나 모든 것은 결과가 중요하니 그건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른다.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이 단편을 보면서 느낀 점은 그런 점이었다.
누구에게나 사정이 있고, 범죄를 저질러야 할수 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범죄라는 극단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끝나는 단편이었고, 오랫동안 생각날 것 같은 좋은 단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