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쉽게 중독되고 어렵게 빠져나온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내게는 너무도 슬프고 즐거운 3일이었다.
그래. 나는 중독됐다.

코넬 울리치에 완전히 중독되어버렸다.
머릿속에서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을 만큼,
이미 죽은 사람을 짝사랑 하듯, 또 코넬 울리치에게 중독되어버렸다.
아마도 요즘의 허무한 내 정신상태에 너무 강한 고독이 들어와버려서 인가보다.
그래서 현재 머릿속이 멍~하다.
완전히,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홀딱 빠져보았다.
내가 봐도 지금의 내 머릿속은 심하게 미쳐있는 것 같다.
아껴서 읽으려던 "상복의 랑데부"와 "죽은 자와의 결혼"을 너무 빨리 읽어버렸다.
ㅠ ㅠ아우 젠장...무슨 낙으로 살아...
 
그래서 코넬울리치의 소설을 살수 있는대로 다 질러버리기로 했다.
본 것 안본 것 가리지 않는다. 내가 수중에 가지고 있지 않으면 가지고 있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봤자 몇권 안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코넬 울리치의 소설이 50권쯤 나와있더라도 죽어도 샀을텐데...
코넬울리치 전집 좀 내주면 안되나. ㅠ ㅠ 쓴 책도 몇권 없더만...
이 중독에서는 어떻게 헤어나와야 할지 모르겠다.
저녁에 다 읽었던 상복의 랑데부를 또 읽고 있으니, 정말로 심각하게 중독되었다.
 
아쉬운 것은 이제 예스 24에서 뭘 사지 않는데, 예스 24에만 있는 책이 있다는 것이다.
누구한테 부탁을 해보나...누구 예스 24 쓰는 사람 없나?
오랜만의 나의 구매목록-.

코넬 울리치-밤 그리고 두려움

코넬울리치의 두권의 단편모음집.
몹시 읽고 싶었는데, 시기를 놓치고 못사고 친구에게 찔러서 사게 만들었다.
빌려 읽으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안되겠다.
그냥 내가 사서 가지고 있어야지.

 

윌리엄 아이리쉬-환상의 여인

고등학교때 내가 처음으로 접했던 코넬울리치의 소설 "환상의 여인".
빠지다 빠지다 못해 이것도 다시 보고싶어졌다.
떠올려보면, 내가 읽었던 버전도 해문 버전이었던듯 싶다.
다시 읽는 환상의 여인은 어떤 기분이 들지 모르겠다.
물론 그 시절에도 재밌었지만, 한창 빠져있는 지금 읽으면 완전히 눈물바다가 될지도....
코넬울리치의 소설은 여기까지 밖에 구할수 없다. 눈물나게 안타까운일이다.ㅠ ㅠ


레이먼드 챈들러-안녕, 내사랑

예전에 해문버전으로 밖에 없을때부터 위시리스트에 올려만 놓고 사지 않은 소설.
이번에는 꼭 읽어야지.
요즘은 고독한 느와르가 너무나 땡긴다.

 

 기리노 나츠오-아웃

그로테스크를 읽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기리노 나츠오를 다시 읽어야하나 말아야하나.
사실 너무 역겹고 생생해서 기리노 나츠오의 소설은 공포소설이 아님에도 어떤 공포소설보다 무서워서
겁이 날 정도로 다른 소설을 꺼리게 되는데, 재밌다니 그냥 사봐야겠다.
설마 그로테스크만 하겠어? 사실 그로테스크도 재밌긴 했지만...

미네트 월터스-폭스 이블

지난달에 갑자기 확 땡겨져 버린 소설인데,
지금 같은 정신상태로 똑똑한 추리소설이 머릿속에 들어올랑가 모르겠다.
어쨌거나 보고싶었던 책이니..뭐....

 

그리고 그 외에 보고싶은 소설들.
누군가에게 생일선물로 해달라고 찔러넣어야지.-_-*
아무도 안사주면....내가....사는거지 뭐.........................................
 
이언 매큐언-속죄
 

한번 꽂힌 작가의 소설은 왠만하면 읽는 편이라,
얼마전 시멘트 가든"을 매우 인상깊게 봐서
이언 매큐언의 다른 소설들도 조금씩 사보기로 했다.
또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뭐 1000페이지넘는 소설도 봤는데 이정도야..-_-;

주제 사라마구-돌뗏목

주제 사라마구 사마의 돌뗏목이 드디어 나왔다.ㅠ ㅠ
감동의 순간.
어차피 새책이라 조금 미뤄놓았다가 사도 괜찮을 듯싶어서 미뤄놨지만,
빨리 보고싶다.두근두근...
사랑해요 주제 아자씨....♥

아사구레 미쓰후미-돌속의 거미

우울한 제목에 끌려서 담아놓은 책.
책 역시 우울하단다. 아..이런 것도 조오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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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3-09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챈들러 시리즈는 북하우스로 시리즈 맨 처음부터 (빅슬립) 부터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딴건 몰라도, 리틀시스터와 기나긴이별은 앞의 네권 읽고 읽으시는게 나으실 꺼에요.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은 저의 베스트이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최고죠. '밤, 그리고 두려움' 에서는 울리치 특유의 서스펜스가 잘 드러납니다. 하권에 나오는 단편들은 '뉴욕 블루스' 때문인지, 더 시적이란 느낌입니다.
'폭스 이블'은 전 참 재미나게 본 책이었어요. 보고 나서 '전쟁론' 도 읽으면서( 책의 주인공이 여자 군인과 남자 변호인데 '전쟁론' 얘기가 많이 나와요) 그 여운에 한참 빠져 있었어요.

로스 맥도널드는 읽어보셨나요? 비교적 번역 많이 되어 나와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루아처 시리즈 중 첫편인 '움직이는 표적'이 제일 좋았구요,(해문에서 나온걸로 읽었어요) 동서에서 나온 '위철리 여자', '소름' , '지하인간' 이 있습니다. 그리고 로렌스 블록의 '백정들의 미사' 와 다들 경배해 마지 않는 '800만가지 죽는 방법' 이 있습니다. (전 '백정들의 미사'는 별로였어요. 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아쉬워하지 않으셔도 될듯^^)
그리고 전 콘웰의 스카페타도 충분히 하드보일드 하다고 생각한답니다.

Apple 2006-03-09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움직이는 표적이 소름이랑 같은 작가 였군요!!+_+
둘다 위시리스트에 있는데...호곡...
스카페타 시리즈는 하나봤는데, 제 취향은 아니더라고요..너무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아서인지...^^
 
상복의 랑데부 동서 미스터리 북스 54
코넬 울릿치 지음, 김종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흑백영화속의 두 남녀가 서로를 마주보고 서있다.
결코 걷히지 않을 안개에 휩쌓인채 서로에게 손을 뻗어보지만,
두 손은 서로에게 닿지 못하고 허공을 휘휘 저으며 안타까운 거리감을 유지한채 서로의 말소리 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조용히 어둠이 한겹씩 깔리기 시작하고 안타까움은 공포로 바뀌고 공포는 분노로,
그리고 결국은 슬픔으로 바뀌어버린다.
코넬 울리치의 문장력은 이런 안타깝고 쓸쓸한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
언제나 사랑, 하지만 언제나 닿지 못하고 베일에 가리워진 채 두려워하고 있는 고독한 정취.
코넬 울리치가 어째서 "윌리엄 아이리쉬"라는 가명과 "코넬 울리치"라는 본명을 함께 사용했는지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전혀 모르고 읽더라도 두 이름이 전혀 다른 작가라고 하더라도,
이 독특한 서정성을 잊기는 아마도 힘들지 않을까.
 
어쩌면 이렇게도 지독히 슬픈 소설이 있을까 계속 생각해보았다.
초반 20페이지부터 나를 울고싶게 만들고, 수도 없이 가슴아프게 만들어놓은 이 소설-
사랑의 아픔과 인생의 분노가 담겨있는 너무나도 좋은 소설이었다.
비행기에서 떨어진 병이 한순간 어느 여자를 죽여버리는 환상적인 트릭과,
그로인해 그의 연인이 미쳐버린 냉혹한 살인마가 되어가는 인간적인 심리를,
도회적인 분위기와 신파의 정서를 섞어놓으며,
이 소설은, 때로는 가슴 찢어지게 슬프기도, 때로는 통쾌하기도,
때로는 맨몸으로 얼음덩어리에 부딪히는 듯한 냉정한 고독을 건네준다.
 
너무나도 사랑했다.
조니 마는 연인 도로시를 너무나도 오랫동안 지극히도 사랑했다.
모든 풍경은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세상에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은 그녀 뿐.
열심히 일해 모은 돈으로 8살적부터 사랑한 이 여자와의 결혼을 준비했다.
그리고 세상은 냉정히도 그를 버린다.
가진 건 몸뚱아리 하나 밖에 없는 이 지극히 평범하고 나약한 인간을,
세상은 기가 막힌 우연으로 단 하나 남은 행복을 가져가 버렸다.

그는 그녀를 기다린다. 영원히 그러기라도 할 것처럼-
똑같은 장소, 똑같은 시간에 언제든지 그녀가 돌아오면 받아줄수 있도록..
누군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평생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조니 마는 살인마가 되어버린다.
아마도 그녀가 죽은 순간 그 역시 죽었겠지.
전혀 다른 사람, 냉혹하고 비열한 살인마가 되어서, 똑같은 방법으로 복수를 시작한다.
사랑하는 자를 빼앗기는 슬픔을, 세상이 안겨다주는 불합리한 불행에 대한 분노를,
그의 연인을 살해했을 무고한 사람들에게 안겨다주기 시작한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참을수 없이 억울하고 분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만약 그 분노가 사람을 향한 것이라면 어쩌면 치유할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어딘가에 미치도록 화가 나 있을 때, 어딘가에 미치도록 살의를 느끼고 싶었을 때,
그 정체가 무엇인지 확연히 알수 없을때,
그런때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 들지 않고, 상처가 되거나 또다른 분노를 낳는다.

이 처연하고 슬픈 살인마를 보면서, 그가 복수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사람이 아닌 세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진 것이 단하나가 있어도 빼앗아가는 냉정한 세상.
 
조니 마의 가진 것없는 자의 분노는 마지막 다섯번째 랑데뷰의 맹인 여주인공 마틴의 생각과는 다르다.
마틴은 맹인에,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지 못한 여자이다.
아름답지만, 자신의 얼굴을 볼수가 없다.
보이지 않지만, 귀로 들리며 손으로 만져지는 세상을 사랑하고,
무엇보다도, 그녀는 진심으로 절실하게 사랑받고 있다.
그것이 불륜이라 할지라도, 그 사랑은 진실하고 깊고 지극하다.
아마도 그래서 세상은, 그리고 인간은 불공평한지도 모르겠다.
누구는 장애인에 한 남자의 정부인데도 행복하고,
누구는 절절히 사랑하던 연인을 빼앗기고 세상 모든 것을 잃어버린 냥 죽어가버리니까 말이다.

 
세상에는 많은 사랑이 있다.
어떤 사랑은 순수하고, 어떤 사랑은 쉽게 변질되고, 어떤 사랑은 음탕하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진짜 사랑이 아니라고 할수 있을까.
그 순간 미친듯이 행복했더라면, 그것은 부정할 바 없는 사랑이 아니었을런지...
가끔씩 나는 지나친 연인들을 되돌이켜보고, 내가 정말로 사랑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찾아볼 때가 있다.
그리고 가끔씩은 그들 중 누구도 진심으로 사랑한 적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결론을 내릴 때도 있다.
어쩌면 조니 마의 사랑처럼 변질되지 않고 영원히 반짝일수 있는 사랑을,
세상에 아마도 그런 사랑이 내게는 찾아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바란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그들을 그 순간만은 사랑했는데도 말이다.
사람은 어느 순간에 변하기도 하고, 서서히 변해가기도 하지만,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쓸쓸하고 가슴아픈 결과를 초래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그런 변화조차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소설을 보면서 몇번을 울었는지 모르겠다.
처연하고 고독하고 슬픈 감수성은 기분을 늪에 빠뜨려 버리고 말았다.
어째서 이 소설을 이제야 읽게 되었을까 하고 후회가 된다.
그리고,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가끔씩 들쳐보면서 이 가슴아픈 쾌락을 즐기고 싶다.
하나하나 간단하게도 가슴을 파고들어서 생채기를 내버리는 문장력은 정말로 최고라고 생각한다.
 
누구나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코넬 울리치, 윌리엄 아이리쉬 최고의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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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시계 둘레에 꿀벌처럼 모여서서 각자 자기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룻 밤의 상대이든가, 매일 밤 같이 지낼 상대를.
여자를 기다리는 남자들,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들.
 
거의 다 젊었다.
그 중에는 조금 나이 많은 사람도 몇몇 섞여 있었으나 대부분이 젊음에 빛나고 있었다.
나이를 더 먹으면 그런 일은 외로워서 못하게 된다.
그러나 젊을 때는 하루하루의 밤이 마치 크리스마스 이브와 같다.
금방이라도 풀어볼 수 있는 큰 선물이 당신 옆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비록 풀어봐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더라도 조금도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내일 밤도 또 크리스마스 이브이고, 금방이라도 풀어볼 수 있는 다른 선물이 당신 곁으로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 선물이 오지 않게 되고 크리스마스 트리의 불이 꺼졌을 때
당신은 갑자기 나이먹은 것을 느끼게 된다.
 
<코넬 울리치-상복의 랑데부 中...>

 
 
눈을 부릎 뜨고 찾으려 하지 않아도, 코넬 울리치의 소설에는 명문장들이 너무나 많다.
그 중의 하나.
젊음을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표현한 그 말, 마음에 절절히 와닿는다.
 
나는 나이 먹는 것에 구애된 적도 없고, 그것을 슬프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어쩌면 내게는 내가 아직도 어린 아이처럼 느껴져서 인지도 모르겠다.
저 구절을 읽으면서, 어쩌면 저렇게 딱 들어맞는 구절이 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니,
역시 나도 나이를 들어가고 있긴 하나보다.
 
언제부터인가 감정의 동요는 점점 사라진다.
크게 기쁘지도 않듯이, 크게 화가 나지도 않고, 크게 슬퍼지지도 않는다.
문득 문득 무의식중에 처 들어오는 슬픔이라던가 분노는,
이 전처럼 큰 상처가 되지 않고 단지 담담히 쌓여갈 뿐이다.
언제 폭팔할런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폭팔하지 않고 내 안에 쌓여 썩어갈지도 모르겠다.
 
부패되고 마모되어가는 심성- 아마도 모든 것에 지치기 시작하면서 부터가 아닐까.
그래봤자 변하는 것도, 앞으로 달라질 것도 없다는 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아버렸기 때문에
그 들끓는 감정을 대치해버린 것은 아마도 체념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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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우정, 청춘의 우정.
밤은 깊어지고, 인파는 사라지고, 등불은 꺼졌다.
영화관은 끝나고, 다방은 문을 닫고
광장의 "마이크 가게"와 변두리의 조금 수상쩍어 보이는 "케리즈"술집은 문을 닫았다.
기티즈 잡화점은 벌써 오래전에 캄캄해졌고,
10센트 스토어는 그보다 먼저 가게문을 닫았다.
택시 기사는 차를 차고에 넣고 아내와 아이들 곁으로 돌아갔다.
야근하는 순찰 경관도 근무를 마쳤다.
고양이와 개 마저도 잠자리로 들어갔다.
 
교회의 시계가 한 번을 쳤다.
여전히 다섯 시간을 더 가고 있는 시계.
광장에는 이제 인적이 끊어지고 불빛도 다 꺼졌다.
그가 사라져가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자리를 뜰때 주면에는 아무도 없었다.
 
언제, 어떻게, 어디로 가버렸을까?
어쨌든 다음날 아침이 되어 광장의 잡화점 앞 그 장소에 햇빛이 들 무렵에는 아무도 그 자리에 서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에도 아무도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밤에도, 다음다음날 밤에도...
 
그날 밤에만 보였을 뿐 그는 다시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언덕위의 공동묘지 묘지기만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물어보지 않으므로 잠자코 있었다.
만일 누군가가 그에게 물어보았다면 다음날 아침-일요일아침- 그가 묘지를 한바퀴 돌았을 때
어떤 무덤 앞에 새로운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고 이야기 했을 것이다.
그 전날 밤 그가 묘지를 돌았을 때는 분명히 없었다.
그 꽃다발은 밤중에 어둠 속에서 누가 갖다놓고 간 것이다.
어딘지 모르게 우수와 슬픔이 담긴 따사로운 꽃다발,
꽃집에서 산 것이 아니라 들꽃을 꺽어모아 서투른 솜씨로 묶은 꽃다발이었다.
그리고 거의 잊혀졌던 그 묘석에 다음과 같이 씌어 있었다.
 
도로시
나는 기다리고 있소.
 
<코넬 울리치-상복의 랑데부 中..>
 
 
어쩜 이렇게 슬플수가!!!!!!!!!!!!!!!!!!!!!!!!!
ㅠ ㅠ
초반 20페이지부터 미치도록 몰아쳐 울고싶게 만들더니,
결국 이 부분에서는 울어버렸다.
아....이렇게 슬퍼도 돼...?
아...추워...아...너무 우울해...
코넬 울리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도 고독한 글을 써내려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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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3-08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꽤 한참동안 상복이라는애랑 랑데부한다는 얘긴줄 알았어요.
이 책 원본 표지 정말 죽음이에요.

Apple 2006-03-08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케케케케~상복이와 랑데부~케케케케케
 

문은 닫혀 있었다.
이제부터 영원히 이렇게 닫혀 있기라도 할 듯이.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제 두번 다시 열리지 않을 듯한 냉혹한 느낌이었다.
문에는 표정이 있다.
이 문이 그랬다. 힘도 없고 생명도 없었다.
열지 않으면 어디로도 통하지 않는다.
문은 모든 것의 시작이지만, 이 문은 그렇지 않았다.
모든 것의 끝이었다.

 
벨 위의 나무 부분에 문패를 넣는 장방형의 금속틀이 달려있었다.
그러나 비어있었다.
문패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 젊은 여자는 아직 문 앞에 서 있었다.
꼼짝도 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서 있을 때 사람은 이런 자세를 취한다.
너무 오랫동안 서 있었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을 잊어버렸다.
움직이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손가락은 벨에 대고 있지만, 이제 더이상 누르지는 않는다.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문의 맞은 편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녀는 그런 식으로 오랫동안 손가락을 댄 채 그 손가락을 떼는 것을 잊기라도 한 듯한 모습이었다.
 
나이는 열아홉살 정도나 될까?
밝게 빛나는 19세가 아니라 황량하고 희망이 없는 열아홉 살이었다.
이목구비는 오밀조밀하고 반듯하지만, 얼굴은 몹시 여위고 얼굴빛은 아주 핼쑥했다.
어딘지 모르게 아름다움도 있고, 기회만 주어진다면 다시 아름다워질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무엇 때문인지 그 아름다움은 부서지고,
바로 옆에까지 가 있으면서도 원래의 아름다움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을 듯한 얼굴이었다.
 
개암나무 빛깔의 머리칼은 생기 없이 흐뜨러져있고, 요 며칠 동안은 손질도 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신발의 뒤꿈치는 조금 닳아 있다.
스타킹의 뒤꿈치를 기운 흔적이 구두 바로 위에 비죽이 드러나 있다.
옷은 유행이나 매력을 자아내기 위해 입은 것이 아니라, 단지 몸을 감싸기 위해 걸치고 있을 뿐이었다.
젊은 여자치고는 키가 큰 5피트 6인치나 7인치 정도 되어 보였다.
하지만 몸은 마마른 편이었다.
 
머리는 조금 숙이고 있었다.
반듯하게 들고 있다가 싫증이라도 난 모습이다.
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연속적으로 얻어맞아서 녹초가 된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드디어 몸을 움직였다.
오랜 기다림의 끝이었다.
손은 자신의 무게를 견디기 어려운 듯이 벨에서 내려졌다.
그리고 겨드랑이까지 내려오자 그대로 쓸쓸히 축 늘어졌다.
한쪽 발이 드디어 이곳을 떠날 생각인 듯 움직인다.
그리고 잠시 그대로 가만히 있는다.
드디어 다른 한쪽 발이 움직인다.
문에서 등을 돌린다.
열리려고도 하지 않는 문.
묘비같은 문.
모든 것의 끝을 의미하는 문.
 
그녀는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한 발 내디뎠다.
그리고 나서 다시 한 발.
고개는 전보다도 더 숙이고 있다..
문을 뒤로 하고 천천히 그곳을 떠났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그림자가 멀어진다.
벽에 똑바로 비친채, 그녀의 뒤로 느릿느릿 따라간다.
머리의 그림자 역시 조금 꼿꼿해 있다.
아주 초라하고 한층 더 말라 보인다.
그녀 자신은 이미 사라진 뒤에도 그림자는 잠시 남아있었다.
드디어 그녀의 뒤를 따르듯이 벽에서 사라져버렸다.
 
뒤에 남은 것은 문뿐.
묵묵히 냉혹하게 닫혀있는 문 밖에 없다.

 
<윌리엄 아이리쉬-죽은 자와의 결혼 中..>

 

초라하고 보잘것 없는 여자 헬렌.
그리고 죽은 자와 한번, 죽을 자와 또 한번 결혼한 패트리스.
애처롭기 그지 없는 헬렌의 묘사로 첫장부터 나는 헬렌을 좋아했다.
언제나 혼자 였고, 앞으로도 영원히 혼자일 여자.
그림자에 미련을 담아 무거운 발걸음을 떼고 초라한 뒷모습으로 걸어가는 여자.
조금도 강하지 않고, 조금도 행복하지 않은 그 쓸쓸한 뒷모습-
영원히 이어질것 같은 허무하고 처절한 실망.
뒤에 남겨진 냉정한 문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애처로운 헬렌.
갈 곳없는 고독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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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3-08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보..본것 같기도 하고, 안 본 것 같기도 하고;;
다자이 오사무는 감히 못 권해드리겠습니다. 나중에 무슨 원망을 들으려구요 ^^a
저로 하여금 다자이 오사무 읽게 만든 '일요일의 석간 ' 작가 찾아가서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걸요.

로드무비 2006-03-08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보관함에......^^

Apple 2006-03-08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 아니..그렇단 말이예요?ㅇ.,ㅇ
왠지 분위기가 무척 쓸쓸할것같아서 보고싶었는데..음....
로드무비>>꼭 보세요.;ㅁ; 지금은 상복의 랑데부 읽고 있는데 너무 슬프네요..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