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초복이란다.
어렸을 때는 초복, 중복, 말복의 개념이 없이 그냥저냥 살았지만,
직장인 생활을 하다보니, 나보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의 복날을 챙기자는
개념에 휩쓸려 본의 아니게 보양식을 먹으러 간적이 여러 차례였었다.

사무실마다 직장상사나 오너의 사고방식이 달라서 어떤 오너의 경우 복날
닭먹으러 가서 자기 것만 계산을 하고 쏠랑 빠져나오는 치사 졸렬의 극치를
경험한 적도 있었고, 비싼 멍멍탕을 직책이 높은 장급들만 몰래 데리고 나가
사먹이고 밑에 직원들에게는 삼양라면에 계란도 안사주는 사람차별 오너도
경험했었다.

그래도 비교적 지금 사무실의 경우 인원도 적고, 오너의 마인드가 경험했던
다른 오너들의 치사, 졸렬, 차별 과는 거리가 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보니, 보양식으라는 개념으로 복날을 챙겨 먹었던 적이 여러 차례였었다.

특히 2년전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멍멍탕을 먹으러 갔었다.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쪽에 위치한 꽤 유명한 집으로 갔었던 적이 있었다.
복날이라 그런지 엄청난 인파가 있었고 여자손님도 꽤나 많았던 기억이 난다.
멍멍이 고기만 수십년을 장사해 온 사장님은 나이가 지긋한 양반이셨고
독창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셨다. 수육이나 전골을 손님상에 올리고 나서
절대 그 뚜껑을 못열게 손님들을 협박했고, (소문에는 뚜껑 자주 열던 손님은
주인양반에게 내쫒김을 당한 적도 있다고 한다.) 2인분 이상되는 고기는 도마와
칼을 들고 손님상으로 직접 오셔서 코앞에서 고기를 썰어주신다는 것이다.
수십년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시다가 결국은 무릎에 관절염이 오셨고, 이런 결과로
이러한 서비스에 낚시 의자라는 아이템이 추가 되었다고 한다.

처음 먹어보는 멍멍이 고기..일명 `단고기'는 사준 오너의 성의상, 호기심 발동 기타
등등의 원인으로 몇점 집어 먹었었다.( 오히려 같이 끓이는 미나리를 더 많이 먹은
기억이 난다.) 그러나 역시....멍멍이 고기도 받는 사람만 받는다고 복날 다음날부터
토사광란을 이틀동안 일으켰었다. 역시 견공들의 저주를 온몸으로 받은 듯 하다.

그 후, 탕이라는 메뉴로 멍멍이고기를 접해 봤었고, 하룻동안의 걸쭉한 뒷감당 후....
멍멍이 고기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에 봉착하고 나서, 먹어서는 안될 식자재
품목에 올려 버렸다.

역시 나에게 멍멍이는 식용보다는 애완용쪽이 궁합에 더 맞는 듯 하다..

뱀꼬리1 :
그래도 육질 자체나 고기맛은 나쁘지 않았다는..측근의 누구처럼 탕을 휘저었더니
멍멍이 귀가 동동 떠버리는 엽기적인 상황을 경험하지 않아서 그런가....??

뱀꼬리2 :
복날 삼계탕 집에 가는 일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옛날 복날에 삼계탕집 가서 겨우 자리집고 겨우 먹고 있다가 종업원에게 물 달라고
이야기 했다가 `니가 떠먹어~!!' 란 소리까지 들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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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7-20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가 떠먹어~!!' 대박 멘트군요. 으하하핫!!!

비자림 2006-07-20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삼계탕 맛있게 드시길...^^
저 이제 먹으러 갑니당.

stella.K 2006-07-2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엽기구만요. 그 주인 복날에 사람이 사람으로 안 보였나 봅니다. 몹씁 사람 같으니...쯧쯧

해리포터7 2006-07-20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삼계탕을 드셔요.^^맛나게요!

짱구아빠 2006-07-20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애완용 보다는 식용으로 멍멍이들을 더 좋아함다....^^;;;;;;;

짱구아빠 2006-07-20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날에는 일부러 삼계탕집을 안 갑니다. 내돈 내고 사람대접 못 받으면 억울하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베트남 쌀국수를 먹었습니다.

전호인 2006-07-20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구내식당에서 삼계탕을 먹었습니다. 대우받으면서 ㅎㅎㅎ
저녁에는 청주에서 고딩친구들 만남이 있어서 가얄 것 같은 데 아무래도 멍멍이일 것 같습니다. 저는 모두 잘 먹습니다. 그냥 음식이려니 생각하고 먹습니다.
그래도 대접은 받고 싶은데여! ㅋㅋㅋ

2006-07-20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07-20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 뭐 개를 못먹으니... 토사광란 일으킬 일은 없을 듯....

마태우스 2006-07-20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오늘이 복날인가봐요?

야클 2006-07-2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복날이라서 복국 먹었슴다. ^^

건우와 연우 2006-07-20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삼계탕 먹었어요. 구내식당에서..
근데 맛이...ㅠㅠ

Mephistopheles 2006-07-20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 그 말을 듣고 기분 나빠야 했는데..예상 밖의 말이라서 그런지 어안이 벙벙해지더라구요..^^
비자림님 // 그냥 초복은 건너 뛸까 합니다..^^
스텔라님 // 멍멍이 고기 사장님은 나름의 마인드가 있는 듯 싶어요.. 최상의 고기맛을 선보이고 싶은...뚜껑만 안열으면 친절하고 상냥한 아저씨라지요..^^
해리포터님 // 간단하게 순두부로 끝냈습니다..^^
짱구아빠님 // 아 전 몸에 안맞아서 이제 그만 입니다..^^ 그건 맞아요 손님 대접 받을 생각을 못하죠..^^ 쌀국수도 역시 탁월한 선택입니다..
전호인님 // 복날 삼계탕에서 손님 대접을 해달라고 요구하면 정말 대접(그릇)이 날라올지도 모른답니다..^^
속삭이신 분 // 아..토사곽란이 맞는 표현이겠으나..그때 전 미칠 광자를 써도 모자를 정도로 고생했었답니다.. 그래서 그냥 토사광란이라고 만든 것이랍니다..^^
마태님 // 저도 이제 안먹어요..!!! 저도 몰랐는데 사무실 막내가 복날이라고 하더라구요
야클님 // 따지고 보면 제일 비싼 식재료를 드셨군요..^^ 확실하게 보신 하신 겁니다..^^
건우와 연우님 // 삼계탕이 아니라 닭목욕물을 드셨나 보군요...저런....

비로그인 2006-07-2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니가 떠먹어. 저같으면 한 승질 했을텐데..ㅎㅎ
울 신랑도 멍멍이 먹었어요..
아 물론 문화체험차원에서..^^
그 얘기를 서양애들에게 했더니 대단하다고 존경하는 눈으로 보는 애들 반 니가 인간이냐라는 표정으로 보는 애들 반 그랬다죠..ㅎㅎ

Mephistopheles 2006-07-20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기분은 나뻤는데 뭐라고 화를 내고 싶어도 잔상까지 보이면서 바삐 움직이는
종업원 아줌마에게 뭐라 그럴 타이밍을 놓쳤다죠..
그나저나 신랑분 대단하십니다...그런데 유독 우리나라 개고기 먹는 것만 뭐라 그러는지 모르겠어요..중국과 베트남도 장난 아니게 잡아 먹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