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미국에 체류할 때 매형을 꼬드겨 사격장에 갔었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자라면 모두 군대를 가고 그곳에서 총을 한번 정도는 쏴 봤겠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자가 아니다 보니 신의 아들이 되버려서
군대라는 과정을 가뿐하게(?)생략을 해서 진짜 총알이 나가는 인마살상용의 이 흉기를
접해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 총기류의 장난감을 가지고 논 적도 많았다.
내 기억으로는 부모님이 사준 적은 한번도 없었고 받은 용돈을 모아 한정 두정 사모아서
거의 무기창고 수준으로 장난감 총들을 수집(?)을 했었다. 장총, 권총... 조금 나이가
들어가는 BB탄이라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콩알같은 총들이 주류를 이뤘고 이러한 발사류의
장난감들의 위력은 생각보다 강력해 어쩌다 맨살에 맞으면 벌겋게 부풀어 오를 정도였던
기억이 난다. 물론 머리가 크면서 전부 정리가 되었지만, 그래도 내가 그 실총을 쏘는 사
격장에서 직접 총을 쏘기전까지의 환상은 깨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곳은 사격장과 총포상이 공존을 하는 공간이였고 사격을 하기 이전에 진열된 총들을 보
고 군침을 흘렸다. 저것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영화에서 쐈던 8인치 매그넘...우와~!!
저것은 테러리스트들의 상징인 AK자동소총....!! 주윤발이 성냥 물고 양손으로 난사를 하
던 베레타.!!! 니키타에서 그녀가 주방에서 휘두르던 이스라엘제 데져트 이글..!!!

그랬다. 난 진열된 실총을 보면서 적잖게 감탄을 했으면서 그들의 자태에 넋을 놓았던
기억이 난다. 점원이 이것저것 꺼내주는 장전이 안된 총들을 만지작거리면서 그 차가운
금속제의 뛰어난 용모에 잔뜩 집중을 했었다.

이어서 사격용으로 분류된 총중에 가장 눈에 익은 베레타 M92F를 집어들었다.
친절하게도 매형은 이미 계산을 마쳤고 9미리 파라블럼 탄환 50발을 내손에 쥐어주었다.

`맘껏 쏴봐..!!'

부푼 마음으로 어렸을 때의 그 장난감 총을 가지고 빵야 빵야를 했던 기억을 상기시키면서
이제는 진짜 총알이 나가는 실총을 쏠 수 있다는 환상에 부리나케 사격장으로 달려갔었다.
가게 점원은 알아들을 수 없는 멕시칸 억양의 영어를 지껄이면서 주의사항을 주절거렸고
난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그가 말하는 핵심적인 내용만 충실하게 이행했었다.

고글을 착용하고 귀마개하고 민간용으로 나온 메거진에 총알을 9발 장전하고 타겟을 20M
뒤로 후퇴시키고 숨을 멈추고..조준을 하고 첫발을 쐈다.

귀마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작은 이 권총의 소음과 반동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귀청을 찢을 듯한 엄청난 소리..그리고 총알이 나간 후의 반동.. 손바닥에 전해오는 불쾌하기
그지없는 찌르르한 진동... 그리고 발사때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50CM는 되어 보이는 강력한
불꽃...이 한발로 나는 내가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던 총이라는 장난감의 환상이 산산조작 나
버렸다.

낸 돈이 아까워 몇번의 탄창을 교체하면서 50발을 다 쏘고 난 얼이 빠진 표정으로 사격장을
나왔다. 그 멕시칸 점원은 내가 쏜 과녁판을 보면서 굿 그래잇!!을 연발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달갑지 않았다.(더군다나 과녁모양이 사람모양이였다.)

그날 이후로 난 총이라는 물건에 대한 생각이 180도 달라졌다.
가끔 뉴스를 통해 나오는 전쟁의 장면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 화면의 병사들이 갈기는 총에서
발사되는 총알들 중 하나라도 반대쪽에 있는 적이라고 추정되는 사람의 신체에 파고드는 상상
때문이라 생각된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미국처럼 일상가정에 총기류의 보급은 전무하다고 하지만 장을 보러 가는
마트에서 보는 지나치게 실총과 똑같은 총기류 장난감들을 보면 불쾌해진다. 아직 어린 주니어
가 기차와 자동차에 열중하고 있다지만 때가 되면 사내녀석인 이 녀석도 이런 류의 장난감에
흥미를 가지게 될 것이니 말이다.
관심을 안가져줬으면 고맙겠지만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애비가 된 입장으로써 되도록이면 접하게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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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4-07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메피스토주니어는 신의 손자? ^^

Mephistopheles 2006-04-07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그렇게 되버리네요....^^

비로그인 2006-04-07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어렸을때 비비탄 총 많이 가지고 놀았드랬죠..
흠.. 그것도 저에겐 추억으로..ㅎ
사격장.. 무서울거 같지만 저도 한번 가보고 싶네용..ㅎ

Mephistopheles 2006-04-07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에 실총을 쏠 수 있는 사격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교포하나가 거기 총으로 자살을 한 사건이 나고선 좀 요상한 잠금장치가 생겼다더군요..^^

chika 2006-04-07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버님 존함이 '신의' 시온지.....? =3=3=3

Mephistopheles 2006-04-07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치카님.....고무고무~!!! 썰렁~!!

하이드 2006-04-07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포 실내사격장 -_-a
어느 망년회. ( 우린 망년회를 이런데서 한다우. 쿨럭)


울보 2006-04-07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하이드님 너무 멋져요,,,

조선인 2006-04-07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은 절대! 하나도! 결코! 안 사줄거에요. -.-V

하늘바람 2006-04-07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침 무기판매금지에 관해 논술주제를 생각하고 잇었는데 도움되는 말이네요^^

Mephistopheles 2006-04-07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하이드님//38구경으로 쏘셨네요.. 혹시..? 라라..크로포드..?
울보님//저분은 너무 멋쟁이라 샘이 날 지경입니다..흥~!^^
조선인님//저도요....!!!(경공술이나 축지법은 괜찮지 않을까요..^^)
하늘바람님//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네요..^^ 이 페이퍼님 전쟁에 관련된 논문을 써야 한다는 님의 페이퍼가 빌미가 되었답니다..ㅋㅋ

2006-04-07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4-07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변에 간 사람은 없답니다 속삭이신 분...^^
벌써 그런 전시회나 세미나 안간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네요...에구에구..

하이드 2006-04-07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적중해서 저도 놀랬어요. 그 반동과 소음은 38구경임에도 불구하고, 기분 별로더군요. 연습만이 살길.

Mephistopheles 2006-04-07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은 건 스미스 캐츠 나 건 슬링거 걸에 나올 법한 분이 될지도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