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지는 듯한 현악기의 파열음이 귀청을 때리고 샤워부스 안에 여자는 식칼에 난자당하는 장면. 히치콕 할배의 영화 사이코의 명장면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그걸 고스란히 오마주를 했던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드레스 투 킬 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오마주는 식칼보다 더 예리한 면도날의 서늘함을 선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근데. 최근 3주 동안 난 욕실에 갇혀 칼날에 난자당하던 여배우들과 같은 입장에서 일을 해야만 했다.

사이코와 함께 일을 했던 것. (3주 동안 쨍쨍쨍 거리는 사이코의 메인 테마가 귀에서 떠나질 않았다고.)

우리 사무실에 존재하는 인물이 아닌 저기 저 빚 무더기에 앉아 있으며 가오 잡고 계시는 분들이 터전을 잡고 있는 곳에 근무하시는 양반이다. 더불어 원청자 다시 말해 ‘갑’ 사무실의 담당자는 ‘나몰라 패밀리’ 되시겠다.(사실 이 놈이 제일 문제였다.) 일단. 피해상황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3주 동안 주 7일 근무. (하루도 안 쉬고 21일 이상을 출근.) 풀 야근에 철야 7번. 이틀철야 1번. 더불어 야근의 절반가까이는 새벽 2시에서 3시 퇴근. 그렇게 3주를 피X싸며 일을 하고 그 결과물을 어제 제출하고 끝냈다.

이 과정에서 난 뱃살이 다시 나왔고, 수면부족으로 다크서클은 무릎까지 도달하여 사무실 밖에서는 아악 곰 덩치의 팬더가 동물원을 탈출했어요! 란 신고까지 받을 뻔 했다. (아 물론 뻥이다.) 더불어 사이코와 나몰라 패밀리를 상대로 일을 하다가 곰 같은 힘이 쏟아 붓고 싶은 살인본능까지 억제하느라 정신적인 측면으로 매우 피폐해져버렸다. (부두 인형이라도 만들어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려 버리고 싶은 심정)

심각한 부작용이 속출한다. 주니어는 대체 아빠는 어디서 뭘 하느냐란 소리를 들었고, 뭘 먹어도 아무 맛을 느낄 수가 없는 지경까지 갔고 하루 24시간 비몽사몽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보니 망막을 통해 투영된 모든 사물체가 뽀샵으로 처리한 뽀샤시한 효과를 보이기까지 한다.

암튼 이렇게 엄청난 부작용을 유발했던 지X맞은 일은 일단락 지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일이 하나 오늘 또 시작되었다. 이번 일의 담당자는 보다 덜 사이코에 나몰라 패밀리였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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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11-05-0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정도의 작업량에도 불구하고 메피님이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게 정말 신기해요!

Mephistopheles 2011-05-11 23:51   좋아요 0 | URL
혹시...살아있는 시체..라고 들어는 보셨는지요...

하늘바람 2011-05-03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저도 같은 태그를 쓰고 싶은 심정이에요

Mephistopheles 2011-05-11 14:08   좋아요 0 | URL
아니 하늘바람님은 누구의 뒷통수를 노리시는겝니까..?

하이드 2011-05-03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의 분노가 액정 너머로 절절히 전해지는군요. 뭔가 자신을 위한 선물같은거.라도 해보심이. 저도 좀 빡신 5월인데, 메피님 생각하며 힘내겠어요.

Mephistopheles 2011-05-11 14:09   좋아요 0 | URL
자신을 위한 선물이 뭐가 좋을까요. 소니 넥스를 사달라고 하면 마님께 한대 맞겠죠..?? ㅋㅋ

pjy 2011-05-03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사이코와 일한다는건 이런 첨단기능의 진정한 사이코와 일한다는건....

제가 퇴사하지 않는한 같은 부서에 고대로! 바뀌지않는 실땅님이 이럽니다~
우리 다같이 득도하고 사리로 목걸이 좀 후세에 남깁시다 ㅠ.ㅠ;

Mephistopheles 2011-05-11 23:52   좋아요 0 | URL
세상에서 제일 버거운 상사는 무능한 상사가 아니라더군요. 일 중독에 부지런한 상사.. 이것만큼 피곤한 사람도 없죠. 근데 무식하게 부지런한 사람이 저기 저 높은 자리에 계신다나어쩠다나요...ㅋㅋ

비연 2011-05-03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메피님..토닥토닥...정말 담엔 좀 인간다운 사람을 만나시길...

Mephistopheles 2011-05-11 14:11   좋아요 0 | URL
아마도 그 집단이 그런 인간형을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다 그 나물에 그 밥이거든요. 거기 인간들이..더불어 거기 출신들도 다 똑같다는..^^

마노아 2011-05-03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을 흔들면 분노의 오로라가 마구 뿜어져나올 것 같아요.
어휴, 건강 상하면 안 돼요!!

Mephistopheles 2011-05-11 14:12   좋아요 0 | URL
분노의 시기는 지나갔고요. 좀 답답하더군요.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구시대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걸 보면.. 이번 프로젝트로 나간 종이만해도 A3 세박스라죠. 그게 한박스로 끝날 일인데 말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5-03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 고생하셨어요... 에그.

Mephistopheles 2011-05-11 14:12   좋아요 0 | URL
우리쪽 일이 다 이모양 이꼴이랍니다..ㅋㅋ

맥거핀 2011-05-04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이렇게 겨우 글로써만 쓰린 속을 달랠 수밖에 없는 심정..몰라야 좋은데 알 것도 같으니 참 큰일이군요. 참 이런 사람들은 어딜가나 있어요..큰일입니다. 큰일.

Mephistopheles 2011-05-11 14:13   좋아요 0 | URL
근데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 "관"에 속해 있다는 것.. 이건 국가적인 입장에서도 낭비고 손해라고 보여집니다. 효과적이고 능률적이지 못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