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라면 질색팔색하는 나지만, 그래도 큰맘 먹고 얼마 전 뭔가를 가르쳐주는 학습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는 책을 한 권 구입하게 되었다. 장안의 화제이며 떠들썩한 페이스 북 관련 서적이었는데 이게 배송된 책을 받아든 순간 뒷장에 쓰인 문구를 보고 약간 빈정이 상해 버렸다.
적응하고 생존할 것인가. 거부하고 도태될 것인가!
난 순간 내가 구입한 책이 다윈의 진화론과 관련된 책인가 잠깐 착각을 했더랬다. 그래 이왕 산 책 빈정은 상한다지만 읽어보고 공부하자는 독한 맘으로 책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현재시점 대충 중간쯤 읽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중간 평가를 내리자면 아마도 저자는 소셜 네트워크의 절대 신봉자처럼 보인다. 글의 문구나 표현방식이 왠지 종교에 열렬히 빠져있는 추종자의 모습이 문득 떠오르기까지 한다. 어찌되었던 이 책은 단지 참고용으로 구입을 했을 뿐이고 나까지 그 추종자가 되는 건 왠지 머리에 안테나 달고 몇 미터 밖에서 리모컨으로 조종당하는 듯한 약간은 불콰한 기분에 어느 정도 머릿속에서 걸러 내리라 맘을 먹게 되었다.
대충 책의 내용을 숙지하며 페이스 북에 계정을 만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다 보니 어제 나에게 입봉 친구신청이 들어왔다. 알리딘에서 서재 꾸리고 계시는 분이었고 난 대체 뉘구? 했다가 그 분의 페이스 북 담벼락의 내용을 보고나서야 아하~~ ㅈㅅㅇ님이시구나. 했다는...
더불어 오늘은 생판 처음 보는 남자가 핸드폰을 통해 카톡으로 친구신청이 들어왔다. 이거 역시 뉘구? 했다가 얼마 전 술집에서 우연히 만났던 고등학교 동창 놈이라는 사실을 보고 아하 난 또 누구라고! 란 상투적 멘트를 날렸더랬다.
이렇게 직접 얼굴을 들이밀고 눈을 마주보며 지근거리에서 수다를 떨지 않아도 세상은 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을 전진 배치시키는 모양새를 갖춰나가기 시작하는 것 같다. 이 모양새에 동조하느냐 마느냐는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내가 하기 나름이겠지만 말이다. 내가 그만큼 수많은 사람과 교류를 이어나가고 관계를 확대해 나가고 싶다면 이것보다 더 유용한 도구는 없어 보인다. 어찌 보면 책의 저자가 소셜 네트워크를 신봉하는데 분명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말이다. 굳이 거부한다고 도태까지 갈까? MP3가 음악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여전히 잡음 나는 LP를 듣는 사람이 존재하듯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일 뿐이지 인간이 살아가는 생존법칙까지는 아니라고 보고 싶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