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사무실 여직원은 일 이외의 사항 때문에 꽤나 바빴더랬다. 출. 퇴근길에 마주치는 길냥이 4마리 중 덩치가 가장 크고 넓적한 얼굴과 두터운 눈두덩이 때문에 ‘가필드’라 명명된 길냥이 한 마리가 며칠째 곡기를 끊고 골골거리는 것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세탁소에 난입했던 새끼고양이 데리고 가 잘 키우고 있는 그 직원)
나 역시 출, 퇴근길에 마주치는 그 녀석에게 인사를 하면 아무리 식사에 열중하는 시간이더라도 고개를 번쩍 치켜들고 아는 척을 하는 녀석이었는데 거들떠도 안보고 몸을 있는 데로 웅크리고 잠만 쳐 자고 있는 것을 몇 번 목격했던 터라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있던 중이었다.
A3 복사용지 박스로 병원으로 호송하려다 화들짝 놀라 도망간 녀석이었기에 이번엔 애견센터에 사정을 설명하고 튼튼한 외출용 박스를 하나 빌렸다. 그리고 슬슬 유인하며 여차저차 애를 먹이더니 겨우 포획에 성공했다고 한다. 길 건너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 X레이부터 찍고 진찰을 받아봤더니만. 오른쪽 앞다리 안쪽이 길게 찢어져 고름까지 잔뜩 차서 골골거리는 지경이었다고 한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기에 전신마취하고 고름 빼내고 봉합까지 하는 대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이 모든 금액은 여직원의 사비로 몽땅 충당되었다. 성깔 있는 길냥이기에 전신마취는 필수였고 대수술인지라 제법 비용도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다행인지 애견이나 애묘의 치료과정에서 일정부분 보조받는 제도가 있다고 한다. 30%정도.)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회복기간은 20여일정도 걸린다는데 이대로 길가에 방치하면 분명 상처 덧나고 수술한 건 무용지물이 될 팔자. 이미 여직원은 집안의 반대를 어렵사리 무마시키고 새끼 길냥이 하나를 키우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 집에 데리고 있을 팔자는 못된다고 한다. 이리저리 알아보다 포육낭 빌려줬던 애견센터에 사정을 이야기하니 전액 무료는 힘들더라도 50% DC 해서 회복 기간 동안 책임을 지겠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한다.
결론은 수술은 무사히 마쳤고 애견센터에 임시거처를 마련하고 회복에 들어갔다고 한다. 더불어 그 녀석들의 거주구역인 연립주택에 사시는 할머니(때에 맞춰 매일 고양이 밥을 챙겨주셔서 그런지 이 녀석들이 그 집 앞에 상주하고 사람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까지 치료비 보조해주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고 하신다.
길거리에서 태어나 길거리에서 짧은 생애를 마치는 한순간의 삶을 살아가는 길냥이일지라도 요즘 보기 힘든 좋은 사람 만나게 되면 그 녀석들의 운명도 조금은 윤택해지는 것을 목격한 하루였다. 가끔 챙겨주는 참치 캔을 자주 챙겨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