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나

1.
친구가 담배를 피우게 된 소감은 연달아 세대 빠니까 술 먹은 거랑 똑같더라..면서 경제적인 이유를 강변했던 적도 있었다. (정신이 알딸딸 해지는 그 녀석의 기준 : 줄담배 3대=소주 한 병)

2.
언젠가 모임에서 담배를 물은 여후배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던 예비역 선배의 모습이 생각난다. 뻘쭘한 여후배는 결국 주섬주섬 담배를 담배곽에 다시 집어넣었다. 무안해 얼굴이 벌게진 상태로.. 그게 벌써 10년전 이야기였지..하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작년 뉴스에서 들은 버스 정거장에서 여대생이 담배 물었다고 늘씬하게 두둘겨 팬 50대 아저씨가 아직 이 땅에 존재한다.

3.
건강에도 안 좋은 걸 왜 자꾸 피우시나~~ 우우우우 싫어~
철 지난 유행가 가사다. 제목도 거창한 금연이다. 내 건강이다 신경쓰지 마라. 그리 오지랖 넓게 참견하고 싶으면 차라리 나에게 비타민 C나 금연초를 앵기면서 끊는 건 어떨까 권유해보라고. 그럼 생각 좀 해볼께.

흥! 간접흡연은 어쩔려고~! 

그래서 난 비흡연자들이 있는 자리에선 절대 담배 안 문다. 그리고 꼭 피워야 겠다면 밖에 나가 인적이 거의 드문 골목길에서 한대 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에 대해 세상의 암이라고 거품을 문다면 술도 없애자. 흡연이 폐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지나친 음주는 가정파괴까지 간다더라. 술도 못지 않게 인류에겐 암적인 존재다. 담배엔 냉혹하며 술에는 관대한 이유는 뭘까.

대기 오염 환경 오염으로 깐죽을 걸어온다면, 자동차 다 폐기하고 자전거로 움직이자 우리...그럼 그땐 담배 끊을께..

4.
담배를 끊었다고 남에게 금연을 강압하진 말아라.
15년 넘게 펴온 담배를 한순간 끊은 용기는 친창받아 마땅하지만. 마치 간증이라도 하듯 날아갈듯한 기분이라며 흡연자들에게 담배의 불필요성을 강변하진 말라고. 늬가 첫사랑에 실연당하고 술먹고 찔찔 짤 때 그 처량한 울음을 멎게 해준게 내가 건내 준 디스 담배 한 개피였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더냐..

5.
뿜어내는 연기를 따라 내 폐세포도 몇만마리가 죽어나가겠지. 하지만 그 연기엔  비흡연자들에게 설명하기 힘든 복잡하고 형이상학적인 내 속에 들어찬 응어리들도 함께 빠져 나온다고.

6.
그래도 담배는 언젠가 끊을 것이다. 요즘 너무 비싸거든. 다시 말해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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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1-30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기호식품이라 남으 흡연에 그닥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뭐든 한번 하면 깊이 탐닉하는 편이라 담배는 배우지 않았습니다. 아마 술이랑 담배 같이 했으면 전 죽거나 가산을 탕진했을 거 같아요.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화해를 위해서는 환기시설이 잘 된 건물로 건설쟁이들이 지어주믄 되지 않을까요?

Mephistopheles 2009-01-30 17:00   좋아요 0 | URL
그러기 전에 냄새 안나고 연기 안나고 효능은 똑같은 담배를 발명하는게 빠를 것 같아요.^^ 휘모리님 같진 않게 '담배'란 단어 하나에도 경악을 하는 비흡연자들도 있으니까요.^^

무해한모리군 2009-02-01 00:45   좋아요 0 | URL
연기가 뿌 하고 뿜어져 나와야 가오가 살지욧!!

Mephistopheles 2009-02-01 01:37   좋아요 0 | URL
가오는 둘째치고..편하게 담배 필 공간이라도 있었으면...굽신굽신..ㅋㅋ

웽스북스 2009-01-30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적 이유로 만나서 경제적 이유로 이별하는 담배. 아 처연하다.
전 술값엔 관대하면서 커피값엔 파르르 떠는 사람들에게 불만! ㅋㅋ

Mephistopheles 2009-01-30 17:09   좋아요 0 | URL
그...그래도..별다방 커피값은 너무 비싸요! (싸다고 마시진 않겠지만..^^)

2009-01-30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30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9-01-30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 보고 히히 웃었어요.
경제적인 이유, 흑, 저도 요새 눈물 납니다.
그나저나 갑자기 방문자 수가 왜 이리 늘었나 했더니, 다 이 먼댓글 덕분이었군요. 감사 ~ ^-^

Mephistopheles 2009-01-30 23:27   좋아요 0 | URL
설마 제가 쓴 먼댓글때문은 아닐껍니다..^^ 담배값 정말 많이 올랐죠.. 옛날엔 디스 주세요 하면서 천원 내밀면 잔돈도 안받고 깔끔하게 계산 끝 이였는데...요즘은 무려 3배의 가격인 3000원을 주고 500원을 돌려받아야 그나마 필만한 담배 한 갑을 받으니까요..^^

마늘빵 2009-01-30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경제적 이유 때문에 처음부터 입술에도 안댔답니다. ^^

Mephistopheles 2009-01-30 23:29   좋아요 0 | URL
잘하셨습니다. 아예 안배우는게 나은 것이 있다면 그게 담배입니다..^^

기인 2009-01-3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경제적 이유.. 저는 술취하면 기분좋게 알딸딸한데, 담배피면 세상이 빙글빙글돌면서 토할 것 같이 알딸딸하던데요.. 그렇게 처음 펴보고 입 안 되고 있는데.. 이런 글들 보면 참 매혹적입니다 ㅎㅎ 다시 노력을 해봐야 하나 -_-; ㅋ

Mephistopheles 2009-01-31 10:52   좋아요 0 | URL
으..기인님..^^ 옛날에 제가 한 번 담배라고는 생판 모르는 여후배를 담배 피우게 했던...적이 있어서요..권하고 싶진 않아요. 내가 담배피는 모습 보고 디게 맛있겠다고 한대 뺏어 피더니 거의 눈알이 벌게지도록 기침을 했던 애였는데....지금은 골초가 되었답니다.^^ 노력 하지 마세요 웬만하면..

Alicia 2009-01-31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흡연자앞에서는 담배 안피우신다니 매너좋은 스모커시네요. :)
경제적인 이유때문에 담배 끊는다는 건 너무 슬퍼요.
저희아빠는 십년전에 별다른 금단현상 없이 뚝 끊으셨는데
메피님도 금연에 꼭 성공하시길. ^^

Mephistopheles 2009-01-31 13:27   좋아요 0 | URL
일단 간접흡연은 좀 억울한 부분이잖아요. 피지도 않는 담배때문에 폐가 안좋아진다면..^^ 그래도 무시 못합니다 경제적인 이유. 나라도 참 이상하죠. 담배값 올리는 이유가 국민의 금연율을 높이기 위해서랍니다. 그럼 아예 담배 생산을 말던가 해야하는데 말입니다..ㅋㅋ 알리샤님이 모르셔서 그럴지도 몰라요 아버님이 남다른 고통을 겪으셨을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