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1.
이사만큼 고단하고 피곤한 작업이 또 있을까..
그것도 집이 아닌 사무실 이사라면 더더욱..
이 사무실을 다니며 벌써 2번의 이사를 경험하게 되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사 후 신체적으로 엄청난 피곤함이 몰려오곤 한다.
토사곽란에 몸은 붓고 후끈거리고...
그나마 사무실은 넓어지고 환경은 좋아진 것 같아 다행이다.
(주차문제는 최악이지만.)
2.
이사를 하며 나타나는 인간 군상들의 행동양식 또한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뒷짐 지고 구경과 참견만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이리저리 사회생활 오래 하다 보니 이런 모습에 흥분을 하거나
불쾌해지진 않는다. 그냥저냥 그러한 모습들을 즐겨 보곤 한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참견까진 아니지만 적당한 농땡이로 무장한 인물 중에
하나이다.
3.
알라딘 사람들이라면 공감하고도 남을 이야기겠다.
이사할 때 가장 골칫거리는 거대한 가구나 가전제품이 아니다.
"책"이다.
사무실 역시 두루두루 알게 모르게 쌓여있는 전공서적과 관련 잡지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재미있는 현상은 흔히 "가오"를 잡을 수 있는 쓀라쓀라
원서의 배치는 언제나 우선배치순위다. 가급적 외부손님 방문 시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하고 반대로 유용하기에 자주 접해 손때가 묻은 기술서들은 찬밥
신세로 전락하여 잘 보이지도 않는 책꽂이에 배치되는 현상..
책이나 사람이나 사회에서 받는 대접은 비슷한 것 같다.
4.
이사하며 점심때 먹은 자장면은 역시 맛있다.
5.
이사와 동시에 직급이 승진되었다지만 연봉엔 변함이 없다.
직통전화까지 생겨나 일은 더 늘어날 예정이다.
6.
사실...
요즘 이 나라에서 이사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뱀꼬리 : 이사하며 실땅님 의자는 바퀴가 박살났고 책상 하나는 쪼개졌다.
다행히 이삿짐센터 측에서 전부 보상해준다 한다. 하긴 옛날 집 이사할 때
비오는 진흙탕에 내 책 3개를 처박아 놓고 어떠한 보상도 안 해준 것에 비하면
양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