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상 혹은 인터넷상으로만 교류가 있었던 사람을 실제로 만난다는 건 꽤나 흥분되고 자극적인 일이다. 글 몇자를 가지고 자지러지게 웃겨주는 유머스러운 사람에겐 실제로 만났을 때의 그 유쾌함을 기대할지도 모르고 혹은 선남선녀가 만나게 된다면 서로 상대방에게 어느정도의 환상을 품고 만나기도 할 것이다. 챗팅하는 스타일을 보면 왠지 감성있는 시인같은 분위기의 남성일꺼야 라던지, 챗에서 그렇게 관능적일 수가 없어 직접 보면 어떨까 정말로 섹시한 여성일까? 라는 일종의 온라인이라는 허울에 어느 정도의 선입견을 가지고 상대를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 이런 환상이 만남과 동시에 어김없이 깨어지긴 하지만서도...
시인은 산적으로 섹시한 여성상은 섹사와는 엄청난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는 갈래머리 수수한 안경소녀일수도 있으니까. 결론은 바바박 환상이 제대로 작살 나버린다는...
개개인이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집단적인 오프모임(10명 이상)의 경우는 더욱 재미있어진다. 수많은 인간군상이 목격되곤 하니 말이다. 그렇게 넷상에서 과격하고 악플은 나의 인생인 사람이 오프에선 순한 어린양으로 돌변히 조용히 술만 홀짝이면 하하 웃기나 하거나, 바른생활의 온라인을 보여줬단 남자가 술 몇잔에 여자들에게 심한 껄떡거림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던가 종교에 심취한 어떤 이는 남들보다 몇병의 술을 더 먹고 줄담배의 연속이며 씨로 시작해서 발로 끝나는 어휘를 구사하기도 하고, 모임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끊임없는 뒷담화 레파토리를 진행시키는 인간형들도 존재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 앞에선 방광의 고통이 엄습해와도 여간해선 화장실 가기가 꺼려진다.)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넷상인 온라인에서나 실제인 오프에서나 동일하고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까칠하면 실제로도 까칠하고... 엄청난 장난꾸러기라면 실제로도 장난꾸러기로... 조용하고 말이 없다면 오프에서도 역시나 같은 모습.
보다 상향 평가되는 모습이라면 만날수록 즐겁고 정감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지만 이건 말처럼 결코 쉬운게 아니다.
가장 하향 평가되며 왠만하면 마주치고 싶지 않고 "제 왜 오프모임에 나왔어"란 소리가 비일비제하게 들린다면 이건 온라인에서도 완벽하게 끝장나 버리는 것...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급행열차스러운 이미지 변화는 자기하기 나름이라고 보고 싶다. 자신의 인성과 폭넓은 시야와 남의 의견을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모습.. 말은 쉬우나 익히기 어려운 이런 스킬에 마스터까지는 아니더라도 입문을 했다면 그때 오프에 나와도 늦지 않을까 싶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한 순간에 최악으로 돌변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뱀꼬리 : 그래도 온라인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이미지를 보유하고 계신 분들이 제법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호감을 넘어서서 존경의 경지에 까지 이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