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언제나 지나치는 모여고 앞을 지날 때였다.
길거리에서 자주 듣는 비슷비슷한 엔진소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비교적 고급스런 엔진구동음 소리가 뒷통수를 때리기에 자연스럽게 등 뒤로
시선이 가게 되었다. 아니...저건... 한대에 1억을 호가한다는 페라리가 아닌가!
새차를 금방했는지 차체는 번쩍번쩍 빛났으며, 정열적인 칼라인 빨간색에
앞발 든 말이 그려진 엠블런까지 선명한 분명 오리지날 페라리임에 틀림 없었다.
상대적으로 핸들을 잡고 있는 사람과 조수석의 인물은 지나치게 젊어 보였다라는
걸 제외한다면 아침부터 근사한 구경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사건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출근길에 지나치는 그 모 여고는 중학교를 같이 포함하고 있는 학교이다보니 교정이
꽤 길고 크게 자리잡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 교정 옆으로 학교주차장이 길게 위치되어
있고 주차장 앞에 차 두대가 겨우 빠져나갈 정도의 도로가 학교 옆구리를 끼고 길게
위치하고 있다. 학교주변이다 보니 10미터도 채 안되는 거리마다 과속방지턱이 존재하는
건 당연지사.. 그런데 이 럭셔리한 페라리가 그 길에 접어들면서 굴욕을 당하게 된다.
세계적인 스포츠카이며 연비나 경제성 보다는 속도를 위주로 만든 차이다 보니 차체는
일반차종보다 상당히 낮게 위치하고 있다.(차바닥과 지면이 바짝 붙을 수록 공기의
저항을 덜 받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 출시되는 저렴한 경차들도 폴짝폴짝
뛰어넘는 이 과속방지턱을 그 페라리가.....벌벌 기면서 달리는 모습을 보여줬던 것...
얼마나 조심스럽게 그 길을 지나는지..걸어가는 사람들과 비슷한 속도로 그 길을 쩔쩔
매면서 주행하는 전혀 페라리스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었다.
제아무리 1억을 호가하는 페라리라도 굴곡없이 깨끗하게 포장된 도로가 없다면 그건
그냥 전시용 관상용 장난감에 지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최고의 사양으로 산 컴퓨터라
해도 인터넷 회선 속도가 바닥을 기어가면 반쪽짜리 컴퓨터로 평가절하되버릴 것이다.
사람이 만든 기계뿐만이 아닐 것이다. 화요일에 번쩍 수많은 페이퍼를 양산하는 서재 역시
물량은 많을지라도 찾아가 볼 정도의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페라리는 핸들을 잡고
운전은 못하더라도 보기만 해도 근사한데 말이다.
뱀꼬리 : 더군다나 비까지 온닷..!! 므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