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피스토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제일..제일 싫어하는 것이 바로 바로바로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말이야~~"로 시작하는 대사이다. 특히 사회초년생일때 술만 먹으면 개가 되버리는 홍뭐시기 과장이라는 인물은 툭하면 군대이야기를 끄집어 냈고, 더더군다나 평상시 언어표현 체제가 군대식 그 자체였었다.

공수특전단이나 해병대도 아닌 공병대 행정병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기가 차서 말도 안나왔지만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 하나는 군대 이야기가 나와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이유는 내가 "제 2 국민역"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면제"요 극상으로 말하면 "신의 아들" 극하로 말하면 "사내도 아닌 놈"인 것이다.

언젠가 모임에서 술잔이 오가다가 나온 군대이야기를 옆에서 심드렁하게 듣고 있다가 술이 머리끝까지 오른 해병대 출신의 군미필자 비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이꼭지를 씹은 표정으로 술잔을 기울이다 자연스럽게 메피스토의 출신 부대 이야기가 대화의 화두가 되버렸었다. 하긴 군대 이야기 흘러나오니까 썩소를 입에 머금고 조용히 술만 먹는 인간이 나온 군부대가 궁금들도 했었겠지.... 그냥 저냥 흘러가는 말로 군복도 안입고 머리도 안깍는 부대 나왔다고 하니....이 인간들 술에 먹혔는지 그날부로 나는 기무사 혹은 보안대소속 특수공작과 출신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나라고 국방부 문턱을 넘지 않았던 건 아니였다. 주민등록번호가 있는 대한민국사내라면 군입대의 준비과정 신검이라는 과정을 치뤘으니까. 하지만 그때 신검받은 무리 중에서 제일 먼저 나왔다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들어간지 1시간도 안되서 나왔으니까...^^

지금처럼 팍삭 삭지 않고 파릇파릇한 10대후반과 20대 초반 꽃미남 시절( 확인이 안되지롱~)아침부터 난 신검이란걸 받기위해 병무청을 방문하게 되었다. 1층에서 OX 50문제를 풀고....나중에 알았지만 이 50개의 문항으로 정신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고 한다. 문제도 하나같이 기가 막히다. 누군가 나를 뒤쫒고 있는 느낌이 종종 든다 (O,X) 이 따위 문제였으니 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내 옆에 놈은 내껄 컨닝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기도 했다지만...

문제를 풀면 바로 2층에 있는 신체검사실로 이동한다. 물론 그 전에 국방부에서 제공하는 나이론 소재가 확실한 짙은 고동색 사각팬티만 입고 몽땅 벗어야 하지만... 문제는 유전적으로 워낙에 튼실한 허벅지의 소유자였기에 허리는 맞아도 허벅지가 맞는 사각팬티가 없었던 것.. 개중 가장 넉넉하다고 생각되는 팬티를 집어 입었지만...난 이미 허벅지부분은 헐크의 그 터지기 일보직전의 바지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는....키와 몸무게를 잰 후 두번째 시력측정에서 난 이미 안과에서 작성한 진단서와 시력측정표를 군의관에게 제출하였다.

군의관왈

" 너...눈은 장식이구나..???"

다시 말해 메피스토의 면제사유는 지독한 난시로 인해 피아간의 적과 아군을 구별하지 못해 군인력에 크나큰 손실을 입힐 수 있는 위험인물로 판정되서 면제를 받은 것...이였다. (전쟁 터지면 적 후방에 단독으로 떨어트릴 공산이 클지도 모른다. 눈에 뵈는게 없으니까..)

여러과정이 앞에 대기하고 있지만 메피스토는 두번째 시력검사에서 가뿐하게 면제사유를 받고 나머지 과정을 패스~ 하고 제일 마지막 종합 평가 후 등급을 매기는 군의관에게 다이렉트로 날라간 것이였다. 하지만...너무 일찍 패스하다 보니 그 군의관 출근도 안한 상태....자리를 지키는 건 타이프치는 여직원 두명 정도..(유일한 여자 두명..)

사실 나보다 2명정도 먼저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하나는 목발과 깁스를 한 사람이였고 또다른 사람은 누가봐도 상태가 심각하게 안좋아 보이는 병색이 짙은 사람이였다. 하지만 그사람들은 평상복을 입는 상태였고 그 마지막 대기실의 인원 중 ( 여직원 2명 깁스남 1명 병색남 1명 메피스토) 유일하게 제대로 옷을 걸치지 않은 인간은 나 뿐이였다.( 짙은 고동색 나일론 사각팬티만 입고 있었음.)

일어서서 군의관 오기를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기다리고 있자니.. 앞에서 타이핑을 치는 여직원이 친절하게 말을 걸어 온다.

" 저기 두분처럼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시죠...선생님 좀 있으면 오실꺼에요..."

메피스토 난감했다... 금녀의 구역에 있는 여성이 친절하게 말을 걸어오고 앉으라고 권했지만...난 앉을 수 없었다.

" 저기....앉으면 팬티 터질까봐요....지금도 좀 깝깝하거든요..."

아....두명의 여직원 갑자기 타자기에 고개 처박고 어깨를 들썩거린다. 난 여자 울리는 나쁜 놈 아닌데...

잠시 후 숙취가 아직도 안풀린 듯한 군의관 아저씨 오셨고 난 팔짱끼고 서서 그에게서 "제 2 국민역" 판정을 정식으로 받아 챙기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옷을 갈아입고 유유히 병무청을 빠져 나왔었다.

결국은 이게 나의 국방부와의 인연은 전부인 셈이다. 무슨 행정상의 오류인지는 몰라도 면제들이 받는 4주훈련까지 그냥 넘어갔으니 말이다. 이제 좀있으면 민방위도 소집해지..되는 상황.

뱀꼬리 : 마태우스님의 페이퍼 105 팬티 이야기를 보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그때 그 시절.....쬐는 팬티는 입지 마세요 마태님... 엄청 불편해요...속옷은 무조건 편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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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장수 2007-03-04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군대이야기는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고 다짐하지만 가끔 자제가 안 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대한민국 남자들이 군대이야기를 빼면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생활이 팍팍하거나, 상상력이 제로에 가깝거나, 둘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저는 신검 때 제2국민역 판정받고 유유히 신검장을 떠나던 이들의 뒷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어요.

야클 2007-03-0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옛날 성인소설책 읽다 보면 나오는 '흐벅진 허벅지'를 가지셨군요. 어째 자랑같은... ^^

해적오리 2007-03-04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M님께서 작정을 하셨군요.
동생이랑 같이 읽으면서 많이 웃었습니다. ㅋㅋㅋ

마태우스 2007-03-04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허벅지가 튼실하시군요 오라...메피님이 신비주의 컨셉을 고수하는 이유가 혹시 그 때문인가요^^

마늘빵 2007-03-04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군대 이야기 무척 싫어합니다. 추가로 남자가 말이야, 여자가 말이야, 이렇게 시작하는 말도 싫어해요.

비로그인 2007-03-04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튼 메피스토님 글은 재밌어요^^

2007-03-04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넷 2007-03-05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허벅지가 얼마나 굵으시길래...

무스탕 2007-03-05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기....앉으면 팬티 터질까봐요....지금도 좀 깝깝하거든요..."
요기 읽다 입 안에 있는 빵 다 폭파시킬뻔 했습니다 ^^;;

Mephistopheles 2007-03-05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음장수님 // 반갑습니다 초면이네요..^^ 그런데..전 군대간 친구들 휴가 나오면 밥사줘 술사줘였었습니다..한번은 친한 친구 휴가 나와 술.밥.사고 2차로 간단하게 마무리하는데 그녀석이 지가 내겠다고 하더군요..지갑안에 어마어마한 지폐다발을 보고 얼마나 허무했는지 모릅니다...^^
야클님 // 자랑은...아니고요...ㅋㅋ 어...전 "황홀한 사춘기"로 그길에 접어 들었는데.."흐벅진 허벅지"라는 표현은 없었던 기억이...ㅋㅋ
해적님 // 따블엠이라 불러주세요.....^^
마태님 // 신비....주의라기 보다는...신기...주의인 것 같습니다..^^
아프님 // 아프님이란 말이야~ 어쩌구 저쩌구~ =3=3=3=3=3 ^^
바람난 책님 // 생활이 평탄치 않아서 웃기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편..입니다..^^
바람난 책님도 반갑습니다..^^
두번째로 늘 속삭이시는 분 // ㅋㅋ 이제 그만 광명찾아 댓글 달으세요..ㅋㅋ
그늘사초님 // 마님 허리...보다 굵을까요 가늘까요..?? ㅋㅋ
늘~속삭이시는 분 // 핫핫핫핫...마치 본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상상력도 풍부하셔라~ 호호호호
무스탕님 // 무스탕님..키보드에는 키스킨...필수입니다...^^
또 늘~속삭이시는 분 // 목적어가 빠졌습니다 뭐가 고맙다는 건지..허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