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버스타고 출퇴근을 하는 나..
그것도 이미 도로의 기능을 오래전에 상실해버린 "남부순환도로"를 관통하게
된다. 아침에 출근을 위해 타는 버스는 총 3개가 있다. 하나는 터미널을 지나
강남역까지 갔다가 오는 노선이고 또 다른 하나는 중앙대를 돌아오는 노선..
그리고 주로 애용하는 경문고 앞에서 유턴을 하는 비교적 짧은 노선의 버스..
그 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노선이 짧다 보니 타노선의 버스보다 이용객이 적기
때문이다. 그만큼 앉아갈 확율 높고 바글바글 사람들에게 시달리지 않는다는
장점때문이다.
오늘아침엔 운이 좋았는지 버스정거장에서 5분도 안기다렸는데도 불구하고
자주 이용한다는 버스가 저만치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버스전용차선을 달려와야 할 그 버스는 저만치서 비상등을 키고 뭉기적거리고
있었다는 것.
잠시후 정거장에 도착한 버스는 생각했던대로 상당히 적은 수의 탑승객을 태우고
나에게 다가왔고 기다렸다는 듯이 냅다 타버렸는데 한정거장을 채 가기도 전에
문제가 발생했다.
반정거장쯤 갔을까 갑자기 상기된 표정의 기사아저씨는 차를 세우고 차밖으로
튀어나가신다. 뭔일인가 봤더니..내가 타던 버스정거장에 정차하기 바로 전....
그러니까 뭉기적거리는 모습을 보였던 그자리에서 버스전용차선으로의 진입을
시도하는 승용차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었던 것이다.
버스앞을 막은 승용차 조수석에서 나이가 좀 지긋하신 어르신이 나오더니만, 버스
기사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아무리봐도 승용차의 과실인
듯 승용차운전자는 아니지만 조수석에서 나온 그 아저씨는 버스 왼쪽을 살펴보고
계속해서 버스기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기다리다 답답한 승객들은 하나 둘 궁시렁거리면서 다른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차에서 내렸지만..난 오늘따라 하필이면 현금 900원을 내고 버스를 타버렸기
때문에 꼼짝도 못하는 상황이였다고나 할까. 한 10여분 대화한 이 두양반은 각자의
차에 올라타 갈길을 가기 시작했지만....이미 난 10분을 까먹었기에 지각은 불을
보듯 뻔했었다.
재미있는 건 그 사고를 낸 승용차는 도로변에 위치한 주유소로 차를 이동시켰는데...
그 주유소에서 주유대기중이던 또다른 승용차의 엉덩이를 받아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발생시키는걸 출발한 버스차창을 통해 목격하게 되었다는 것.....
그 주유소 주유원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차를 두드리면서 스톱을 외쳤건만...
내가 탄 버스의 측면을 들이받은 그 문제의 승용차는 주유소에서 또다른 차와 접촉
사고를 낸 것이였다.
상관이 없는 나야 어처구니 없다고 넘어갈 일이겠지만...아마도 그 핸들을 잡은 운전
자는 오늘 지옥끝까지 같다온 심정일지도 모르겠다.
하루에 두건이라... 냐하하..... 아침부터 다크포스 충만한 상콤한 하루시작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