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aladin.co.kr/blog/mypaper/997062

오늘도 살짝 지각을 해주셨더니 어김없이 버스 정거장엔 예의 그 버스가 나타났고..
늦은 맘에 냉큼 타버렸으나 휘휘 둘러본 뒷자리쪽에는 그녀가 안보였다.

오늘은 이버스를 안탔나 보다 하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이번엔
곡소리가 앞자리쪽에서 나기 시작한다.

아뿔싸.. 오늘 그녀는 뒷쪽자리가 아닌 앞자리 그러니까 버스의 앞문 바로 옆에 위치한
좌석에 앉아 있었던 것....

점점 높아지는 중얼거림과 곡소리.... 에휴 어쩔 수 없지 뭐..하는 심정으로 그냥 저냥
시간아 세월아 하고 있을 때 아무래도 앞자리의 특성상 버스기사 아저씨의 청각세포를
직접 때리는 곡소리가 그분에게는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였을 것이다.

그런데 기사 아저씨 웃는 얼굴로 그녀에게 대화를 신청했다. 왜 우냐고....
아...이런..그런데 그것이 바로 실수였을 줄이야...대화상대를 찾은 그녀는 쏟아붓기 시작하는데..

자신이 우는 이유에 대해서 간략하게 요약을 하면 이렇다는 것이였다.

첫째. 멀미가 나서 속이 안좋다...
둘째. 지각을 해서 혼날까봐 무섭다...
셋째. 자신이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주변 사람들이 핸드폰을 꺼내들면 잃어버린 핸드폰
생각이 나서 속이 상하다...

아주 간략하게 요약을 해보면 3가지정도의 이유를 제시했다.

이에 기사 아저씨의 문제해결 답변은...

첫째. 창문 열어요 아가씨...~~
둘째. 10분밖에 안늦었는데~~ 많이 안늦었어요 아가씨~~
만약에 뭐라 그러면 버스가 느려 터져서 늦었다고 하세요~~
셋째. 월급날이 언제야 그때 새거 좋은거 하나 사면 되죠~~

라고 정리를 해주셨지만 이미 대화상대를 찾은 그녀의 울음섞인 수다는 그칠줄을 몰랐다.
이에 기사 아저씨 참을성있게 하시는 말씀...

"아가씨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뭔가요....그거 한번 불러봐요~~ 그노래 부르면 아마
내릴 정거장에 도착할꺼에요~~ "

였다.

아쉽게도(?) 그녀의 노래실력은 못듣고 나는 내 갈길을 갔지만.....
버스 운전하시는 기사 아저씨의 참을성과 그 다정함에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해리포터7 2006-11-1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정말 센스있는 기사님이시네요^^ 아쉽당! 뒷이야기가요.ㅎㅎㅎ

가을산 2006-11-1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사님 대단하시네요!

해적오리 2006-11-15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저씨 멋지당.

건우와 연우 2006-11-15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사님 참 좋은 분이시네요.
그나저나 그아가씨도 상처가 많은가봐요. 얼마나 내놓고 울고싶을때 못울었으면 그럴까요...

물만두 2006-11-15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사 아저씨게 물어보세요.

urblue 2006-11-15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기사님이십니다.

moonnight 2006-11-15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사님 정말 훌륭하시네요. 저도 그 버스 타고 출근하고 싶어요. >.<

전호인 2006-11-15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아저씨를 찾아서 국민버스기사님으로 추천합니당!!!!

마노아 2006-11-15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사님 훌륭해요!

아영엄마 2006-11-15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전하느라 힘든 상태일텐데도 짜증 안내시고 대해주시는 참 좋은 기사님이시네요. (버스 타서 내릴 위치 물어볼 때 기사님이 귀찮다는 듯이 무뚝뚝하게 대답하셔서 무안했었 기억이 나네요..)

비로그인 2006-11-15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스 기사님 칭찬에 침이 마르지 않는군요.가끔 그런 기사님 계세요. 저희 동네에서는 승객한테 일일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는 기사님이 계셨는데 승객들 반응은 의외로 냉담하대요. 쓸쓸한 광경이었어요.

Mephistopheles 2006-11-15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 // 예 뒷이야기를 듣게되면..제가 엄청난 지각을 하는 사태에 직면하기 때문에....진짜 노래를 고래고래 불렀을지도 모를일이랍니다..^^
가을산님 // 아주 가끔 만나는 저런 분들 덕분에 아침부터 기분좋아질때가 종종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답니다..^^
해결책 새겨들어야 겠다고 속삭이신 분 // 혹시..직업이..운수업..쪽..이신가요.? 아니시겠죠..^^
해적님 // 단순한 방법같지만 거기에 미소를 곁들이면 탁월한 해결책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구요..^^
건우와연우님 // 아무래도 "다운증후군"이라는 선천적인 기형은 태어남과 동시에 편견과 차별에 시달려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그나마 이런 사항들이 세대가 지나면 지날수록 희석되어지고 있는 듯 싶어서 다행이라고 생각되요..
물만두님 // 그말씀은 곧 내일도 그 버스를 타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럼 또 지각하라구요~~??
블루님 // 예 좋으신 분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차도 조용조용 살살 운전하시더군요.
달밤님 // 아 그렇다면 아침일찍 서울에 올라오셔서 제가 사는 동네에서 그 버스를 타고 중간에 터미널가는 걸로 갈아타시고 출근하시면 되겠군요..헉...지각이 아니라 반차가 될것 같습니다..^^
전호인님 // 저런 기사님들 생각보다 많이 계신데..그에 비해 꽤 난폭하고 불친절한 기사분들 때문에 저분들이 빛을 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마노아님 // 아마 기사님도 매일 그 버스를 타는 아가씨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을 껍니다..^^
아영엄마님 // 아 저도..현금으로 900원 넣었는데 800원 넣었다고 차까지 세워놓고 면박주는 기사양반 만난적이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버스회사에 전화걸어 기사양바니 이름하고 차번호 말해주고 뒤접어버렸긴 하지만요..^^
승연님 // 저도 종종 마주칩니다 아침버스에서 버스탈 때 우렁차게 안녕하세요~ 하시고 내릴때 안녕히 가십시요~ 하시는 기사님들요..저는 가볍게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축이지만...대부분 사람들이 그냥 입 꾹 다물고 타고 내리더라구요...

마태우스 2006-11-1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여자분, 마음이 좀 여리신 것 같군요. 험한 세상을 어찌 살려는지............. 글구 멀미까지...으음.

Mephistopheles 2006-11-15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일반사람들과는 분명 다른 삶을 살아왔을 테니까요..쩝..

프레이야 2006-11-16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여자분도 참 거시기 하네요. 그게 울일인가요? ^^ 근데 그 기사님도 참 대단하세요. 성인군자가 따로 없네요. 좀 배우고 싶을 정도입니다.

Mephistopheles 2006-11-16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표시된 앞의 페이퍼를 보시면 아시겠지만..그녀가 사실 정상은 아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