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身邊雜記 160727

- 여자와 폭행사건

 

어느 알라디너의 글을 읽고, 수 십년?전에 있었던 어느 여자와의 폭행? 사건이 떠올랐다. (누군가의 이야기로 시작하려 했으나 사실) 내 이야기다. 지금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로 기억하는데, 어쩌면 3학년 때일지도 모르겠다.

 

그 때나 지금이나 친구들과 친밀하게 어울리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따돌림의 어감처럼 못 어울린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남자 아이들과 친밀하게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이 여자 아이들과 적당한 거리에서 어울리게 되는 좋은 조건으로 작용하기도 한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에 선생님이 몇 아이들에게 학급 일 주었다. 예를 들면, 환경 미화를 위한 뒷칠판 꾸미기, 학급 도서 정리나 도서 목록 작성, 그리고 하지도 않은 어린이 학급 회의록 작성 등이 있었다.

 

어느 날 같은 반 여급우A와 무슨 일을 하면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내가 따귀를 맞았다. 그 상황이 얼마나 황당했냐면, 말다툼이 있었던 것도 평소에 사이가 나빴던 것도 아니다.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이렇다.

 

너 무슨 책 읽고 있니?” “철학의 위안읽고 있는데, 너는?” “나는 새로 태어난 여성을 읽고 있는데.” “그런데 너 <태양의 후예> 봤니.” “아니 못 봤는데.” “그 재미있는 드라마를 못 봤어.” “” ‘’ (퍽은 따귀 소리)

 

나는 그 상황이 너무 황당해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다음 날 오전까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나갔는데, 오후에 남자 급우들이 내게 몰려왔다. 몰려온 급우 중에는 나와 거의 친분이 없는 친구까지 포함되었다. 남자 친구들은 사정을 내게 물었고, 결론은 아무 이유 없이 맞은 것이었다. 친구들은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듯이 나를 그 여자 급우에게 끌고 갔고, 그 여자 급우는 우르르 올려온 남자 급우들 때문에 겁을 먹었다. 그리고 여자 급우A 주변에는 여자 급우들이 모여들었다. 나와 당사자인 여자 급우A는 몇 마디 못하고, 주변 친구들의 목소리만 컸다.

 

여자 급우A를 도우려는 여자 급우들이 많이 있었지만, 전날 벌어진 상황이 명백하게 기울어진 상황이라 (상황 증언에는 여학생도 있었다.), 결론은 내가 그 여자 급우의 따귀를 때리는 선에서 정리되었다. 보는 눈이 하나 둘이 아니라서 혹시 여자의 따귀를 때렸다가 일이 커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의 문제가 되어서 발을 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여자 급우의 따귀를 때렸다.

 

사건 이후, 다음 날 부터 나와 그 여자 급우A와 단 둘이 있을 때 어색했지만, 마치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그 해를 보냈다.

 

나와 여자와 얽혀있는 유일무이한 폭행 사건이다. 지금도 궁금하다.

 

궁금증 1] 그 여자가 내 따귀를 때린 것은 (대개) 우발적인 것이었을까, 아니면 상당한 이유가 있었을까?

궁금증 1-1] 이유가 있었다면 그 이유가 평소의 호감이었을까, 악감정이었을까?

궁금증 2] 내가 따귀를 맞은 이후 어떻게 행동했어야지 옳았을까?

궁금증 2-1] 다음 날, 친구들이 여자 친구의 따귀를 때리라고 했을 때, 어떻게 행동했어야지 옳았을까?

 

따귀는 폭력 강도와 무관한 즉 양적 의미가 없는 질적 행동이다. 물따귀도 폭력으로 처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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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7-27 0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유를 묻지 않았나요???(저도 궁금하네요.돌발적 따귀라니..)

마립간 2016-07-27 10:26   좋아요 1 | URL
위글의 내용과 같습니다.

당일에는 당황해서 아무 이야기도 하지 못했고, 다음날에는 친구들이 이유를 포함해서 상황을 확인했지만 별 다른 것이 없었습니다. 지금 다시 같은 상황 속에서 있어도 `멘붕` 이후에 (아이들의 말대로) `얼음`으로 있을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7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감의 따귀가 아니었을까요 ? 왜 호감 있으면 괴롭히곤 하잖습니까..ㅎㅎ

마립간 2016-07-27 10:27   좋아요 0 | URL
지금에 와서 (`자뻑`으로) 호감의 따귀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마녀고양이 2016-07-27 1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감이든 장난이든 악의든 간에 그 여자 급우는 소통의 방식을 잘못 알고 있었네요. 상대에게 제대로 전해진 건 없으니... 참 난감한 경험이군요 하아

마립간 2016-07-27 15:28   좋아요 0 | URL
오래 전의 일인데다가, 자신의 마음을 자신도 모르는 경우가 있으니,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저는 우발적인 것에도 꽤 무게를 둡니다. (제 좋은 대로 해석하자면, 나를 좋아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니까 그 여자 급우, 평소에 아무 감정도 없었는데, 옆에 있는 저를 보고 한번 때려 볼만 하겠다는 충동(감정? 본능?)이 생겼고, 그 충동대로 행동했다. ; 라고 생각합니다. 소통의 목적이 없었던 것이죠. 제가 평소에 거칠게 행동했다면 저를 보고 그런 충동이 생기지 않았거나 생겼어도 뒷감당을 생각할 때 억제했겠죠.

누구나 개인적 경험이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듯, 이런 경험이 가치관에 영향을 미쳤겠죠.^^

마녀고양이 2016-07-27 15:53   좋아요 0 | URL
마립간님은 스스로를 때려볼 만한 사람으로 여기시나 보네요. 그리고 아무리 충동적일지라도 메시지는 있다고 생각해요. 마립간님 의견에 따르면 넌 만만하니 폭력으로 눌러보겠어 정도 일까요? ^^

마립간 2016-07-28 07:46   좋아요 0 | URL
메시지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좀 아프네요.^^ 어쩌면 평소에 어떤 감정에 대한 비언어적 표출했는데, 제가 몰랐을 수도 있겠죠. 후향적으로 보면 그 당시에 갑작스런 화제의 전환이나 확인을 위한 반복적 질문이 그런 행동의 전조이겠죠.

마녀고양이 2016-07-28 09:41   좋아요 0 | URL
마립간님께서 포착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 급우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내적 메시지(마립간님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또는 습관적으로 타인에게, 아니면 스스로에게)는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는 의미였어요. ^^ 우리 행동들은 그냥 나오는 것들이 아니더라구여~

cyrus 2016-07-27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딩 때는 사소한 일 가지고 남자와 여자 편 가르는 것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남녀 짝꿍 되는 것을 싫어했고, 만약에 짝꿍이 이성일 경우에 책상에 줄을 긋는 친구도 있었어요. 저와 짝꿍이 된 여자 아이들은 책상에 밑줄 긋고 선 넘지 말라고 경고를 했어요. 그땐 처음에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궁금했고, 한편으로는 억울하게 느꼈어요. 그렇다 보니 같은 일을 당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여기서 여자아이에게 밀리지 않으려는 남자 특유의 본능도 생겼어요. 짝꿍이 마음에 안 들면 저도 책상에 밑줄 그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동성 짝꿍을 싫어할 때도 밑줄 긋는 행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부터 타인에 대한 차별과 경계를 자연스럽게 배우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마립간 2016-07-28 07:50   좋아요 0 | URL
남녀 성性을 포함하여 호모 소셜에의 본능, 타인 차별과 경계는 동물 생존 전략입니다.

저는 이런 본능이 교육과 소통등의 이성으로 어느 정도 극복될 수 있다고 보지만, 낙관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