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지는 글 6
- 반성

 
우선 marine님께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marine의 답글이 없었는데, marine님께서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셨거나 아니면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으셨던가, 둘 중에 어느 것인지 모르겠으나 저는 사과할 도리 밖에 없네요.

 
이와 같은 실수를 이전에 ‘글샘’님께도 했는데, 글샘의 글에 ‘이런 순수 우리말을 아세요.’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글샘님께서 잘 모르는 단어도 많다고 하셨는데, 제 댓글은 글샘님께 말씀드린 것이 아니고 글샘님의 글을 읽는 알라디너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었어도 수양이 덜 되어, 같은 실수를 자꾸 반복합니다.
 
마녀 고양이님께 한 댓글 ; 士望賢 賢望聖 術望藝 藝望道 ; 도인道人이 되고 싶으나 한량閑良으로 주저앉은 마립간입니다.

 
신지님과의 대화에서 몇 가지 반성 및 몇 가지에 대한 가치 판단입니다.
 
먼저 사실을 확인부터 합니다. 알라디너 ‘신지’님이 마립간의 글을 불편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몇 분의 알라디너가 그 글에 동감을 표시했다. 제가 처음 닥치는 상황이 아닙니다. ‘이어지는 글5’에서 말씀드렸듯이 친구들 중에는 저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한 몇 가지 이유입니다.

 
초월적 입장 ; 대개의 사람들은 초월적 입장을 견지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것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첫 번째는 동질감이 적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평가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평가의 경우도 수평적이 가치관에 대한 평가를 받았음에도 수직적 가치관의 평가를 받았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정 ; 저는 상대편이 대화로 주어지는 이야기(첩보)에 대해 사실판단, 가치판단, 감정으로 파악한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다른 사람도 그렇게 했겠지만 저는 스스로 오해와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분류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가 동등하지 않습니다. 항상 사실, 가치, 감정의 순서로 갑니다. 그래서 마지막 감정을 파악하기 때문에, 감정이나 직관에 의한 가치판단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사실과 가치에는 판단과 합쳐 합성어를 만들었는데, 감정은 그냥 감정으로 씁니다. 감성 중심이나 직관 중심의 사람은 저를 불편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제 자신이 지나치게 이성적인 것에 의존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수학과 은유 ; 우리나라 사람은 대개 수학과 은유(로 대표적인 시)를 부담스러워 합니다.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의미, 즉 농축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완벽을 지향합니다. 저는 수학에서 정리나 (공식을 포함하여) 방정식을 좋아합니다.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완벽과) 은유를 부담스러워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유 없이 (아니면 유교의 영향으로) 시를 소설보다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직적 가치관 평가를 받았다고 오해하는 분도 계십니다. - 제가 보기에는 동등하다고 생각하는데.)

 
불편한 진실 ; 그다지 진보적이지도 않지만, 그나마 진보적이라고 여겨지는 알라디너. (신문에서 읽었는데,) 누군가( 꽤 지명도가 있는 분인데)가 ‘나는 온건 보수주의 또는 중도주의자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진보가 멸절되면서 보수주의자인 내가 진보주의자로 취급받고 있다’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라고 하는데, (여담이지만 진보주의에는 불관용을 관용할 것인가 하는 모순과, 집단의 내적 유대감에 의한 외적인 배타성이라는 모순이 있어 진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10~20년 정도 사이에 보수주의는 수직적 가치관의 그름, 진보주의는 수직적 가치관의 옳음으로 판단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는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다지 진보적이지도 않지만, 그나마 진보적이라고 여겨지는 알라디너.’는 감정이 실리지 않은 가치판단이기 때문에 ‘그나마 진보적이지만 그다지 진보적이지도 않은’과 동치입니다. 이 판단과 똑같지 않지만 일맥상통하는 판단을 ‘바람구두’님이 하셨습니다. ‘알라디너는 쁘띠 부르주아다.’

* 나의 가치관 성향 테스트
http://blog.aladin.co.kr/maripkahn/532494

 초월적 입장, 감정 배제, 수학과 은유, 불편한 진실 ; 이 네 가지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합니다. ‘마립간은 잘난 체를 한다. 마립간은 옳은 말을 싸가지 없게 한다.’

 
저는 알라딘 오프라인 모임에 잘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행동이 이론을 좇아가지 못하기 때문이죠.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로 들은 것과 직접 보는 것은 다르죠. 제노비스의 사건은 (신지님이 말하고자 한 것에 관해 적절한 비유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치러야할 대가가 너무 작습니다. 전화 통화료 정도. 만약 저의 생명이나 가족의 안위였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죠.

* 불의에 대한 저항
http://blog.aladin.co.kr/maripkahn/4695165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저의 무지가 들어나는 것이 싫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의 장점은 ; 싫으면 안 보면 됩니다. 더 싫다면 탈퇴하면 됩니다. 모른 것은 이야기에 끼어들지 않으면 됩니다. 그래서 저의 긍정적인 면이 인터넷에서는 과장되어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옳은 말을 싸가지 없게 한다.’는 어느 정치인에 대한 묘사로 알려져 있지요. 저는 인정머리 없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습니다. 하지만 이것저것 다 고려하면 가치관이 흔들리고 이것은 정체성의 혼란으로 옵니다.

 
마녀 고양이님 리뷰 중에서 ; 살짝 떨어진 미래를 객관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할 때 (필수적이며 실현 가능한) 목표 대비 60 ~ 70% 수준으로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되면 나머지 30 ~ 40% 정도는 양보하거나 다음 기회를 기약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타협이다. 타협이 이루어지면 상대 입장을 이해하고 화합하며 인내해서 결심을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협력이다./결코 원하지 않는 상황이 다가온다해서 신념과 원칙을 버리지 않는다.

 
저는 가치관과 판단은 위 글보다 간단합니다. 수직적 가치관에 옳음에 있으면 지지하고, 그름에 있으면 반대하고, 수평적 가치관은 그냥 허용한다. ; 뭐가 뭔지 모를 뿐.

 
이글은 어쩌면 진정성이 없는 반성문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
 
마녀고양이님께 한 댓글 ; 포기 못하고, 상처받고 ; 변화 당하고, 수용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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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벤트 응모는 아니고... 치악선 전설에 대한 내 생각 정리
    from 조선인, 마로, 해람의 서재 2011-07-22 19:31 
    논제 하나.나그네가 숫구렁이를 죽인 행동은 지지될 수 있는가?나의 의견은 '그렇다'이다.나그네는 아직 날지 못 하는 아기까치를 구하기 위해 숫구렁이를 죽였다.동물세계 속 먹이사슬의 구조에 대해 선악의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하지만 설화의 세계에서는 대개 동물은 의인화된다.즉 까치 대 구렁이가 아니라 '어린 존재' 대 '힘있는 존재'의 갈등이 더 큰 것이고두 아이의 어미인 나로선 누구나 '어린 것'을 보호해야 한다고 믿는다.한 아이가 크기 위해서는 마을
 
 
마립간 2011-07-22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보니, 이어지는 글 5편은 소통에 관하여 글을 썼다기 보다 요점 정리만 해 놓았네요. (치매인게야.) 시간이 있을 때 쓰겠지만 궁금하신 분은 먼저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아직 시간이 남아지만 즉석 이벤트의 응모 댓글, 먼댓글은 없네요. 심사위원을 허락해 주신 세분께 감사드립니다.

마립간 2011-07-22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적으로 원래 치악산의 전설은 마녀고양이님의 리뷰 댓글로 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http://blog.aladin.co.kr/757611146/4903237

순오기 2011-07-22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봤습니다. 과정이나 심경이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

마녀고양이 2011-07-22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포기 못하고, 상처받고 ; 변화 당하고, 수용 못하고.

저는 이 글귀가 왜이리 흥미롭기도 하고, 공감되기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궁금한게 저번부터 있어서 댓글로 드립니다.
마립간님의 적으신 것들은 이해가 가는데, 왜 이렇게 시간을 들여서
자신에 대해 설명을 하시고 상대가 납득하기 바라며 자기 검열을 하시는지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전 잘 모르겠습니다... 누구도 타인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아시면서요. 또 한편으로는 이 정도로 누군가의 의견에 대해 대답을 서로 주고 받는다는 자체가 놀랍기도 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셔여~ ^^

마립간 2011-07-23 09:16   좋아요 0 | URL
자기 설명, 자기 검열, 그것은 댓글로 쓰기는 글의 양이 많은데요. 오늘은 점심시간이 없고, 다음 주 초에 페이퍼로 올릴께요. 육아나 자녀교육에 참조하시면 조금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