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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목마름으로 ㅣ 창비시선 33
김지하 지음 / 창비 / 199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 시를 가사로 하여 만든 노래 "타는 목마름으로" 때문이었다.
안치환 버전을 들어보고 김광석 버전과 다시 김민기 버전도 들어 보았다.
하나같이 모두 가슴을 후벼파는 게 찌잉하는 울림을 느껴야 했다.
아마도, 그 노래를 불렀던 가수들이 이 시를 읽었을 때 가졌던 느낌이 그렇지 않았을까.
내가 대학을 다녔을 때의 시기는 그다지 데모가 만연되어 있지도 않았고, 있다 해도 등록금 동결 투쟁이었지 민주주의와 같은 어떤 이념을 위한 투쟁은 아니었었다. 그래서 소위 386세대들이 목청껏 외쳤던 구호들이나 그들의 싸움, 투쟁 등은 그저 조금 더 리얼한 드라마처럼 비쳐져왔던 것도 사실이다.
근래 들어 근현대사 관련 책들을 많이 보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이 시를 만났다. 그리고 시집도 함께 읽어 보았다. 뭔가 가슴이 벅차고 아린 느낌이 들었다.
마치, '무임승차' 해왔던 그런 기분. 이제 와서 대단한 애국자가 되보려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처절한 싸움을 몸으로 부대끼며 느낄 용기 혹은 배짱도 없는 나이지만 그들의 앞선 투쟁으로 인해 좀 더 편안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고마움이 느껴졌다.
또한 동시에, 그토록 피 흘리며 땀 흘리며 일궈온 대한민국인데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에 씁쓸함을 지우지 못했다.
근래에 있었던 청문회 소동에서도 보여온 이념 간의 갈등, 색깔 논쟁. 분단의 조국을 아파하는 마음이 그들에게 있기는 한 것인가 탄식도 절로 나왔다. 시인은, 나의 이 답답한 마음을 삼십 년도 더 전에 현장에서 온 몸으로 부대끼며 온갖 절망과 두려움과 대면하며 쓰러지고 꺾이어도 다시 일어서고 또 일어섰을 테지...
시가 쉽지는 않았다. 당시의 시대 상황을 짐작하며 다만 유추해 볼 뿐, 행간에 저민 시인의 깊은 한숨을 내 얕은 지식과 덜 성숙한 감성으로는 차마 좇아가기가 어려웠다. (특히나 뒷장의 산문은, 정말 어려웠다.ㅠ.ㅠ)
그럼에도, 한 줄 한 줄 의미를 되새겨 보며, 보다 숭고한 마음으로 읽어내려가기 위해 애썼다.
어쩐지 말랑말랑한 기분으로, 혹은 쉽게쉽게 읽어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런 자세가 죄송한 마음이 들어 조금 심각한 마음으로 시를 접했다. 어쩌면 시인은 오버하지 말라고 충고할 지 모르겠지만,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그리 했다.
시인은 아직도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 애타는 바람에 나도 동참해 보고 싶다. 어떤 형태로든, 어디에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