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페포포 메모리즈
심승현 글, 그림 / 홍익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발음이 너무 좋았다.  파페포포.... 'ㅍ'이 계속 연이어 발음되는데도, 거센 느낌도 없고 차가운 느낌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정감 있고 심지어 따뜻하게도 울린다.  그건 아마도, 이 책의 캐릭터가 갖고 있는 따스함과 글 속에 베어 있는 따스함 때문일 것이다.

그림체도 참 이쁘다.  이런 종류의 책은 정말정말 아주 많았지만, 내가 본 시리즈 중에선 그림이 가장 이쁜 것 같다.  색깔도 파스텔 톤을 써서 전혀 튀지 않고 잔잔하며 무난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캐릭터가 갖고 있는 표정들은 또 얼마나 순진하고 소박하던가.  그래서 유독 글들도 소박하게 느껴졌다.

차례를 보면,

사랑 - love
의미 - meaning
관계 - relationship
시간 - time
추억 - memory

에 관한 이야기들인데, 사실... 글 속에서 넘치는 '감동'은 그닥 받지 못했다. 그냥... 무난한 편이었다.  그렇지만 반감이 든 것도 아니었고(난 포엠툰을 보면서는 무지 인상 썼었다...;;;;;) 그저 잔잔히, 예쁜 글이구나... 하며 미소지을 수있었다.  그게 아마도, 읽는 사람의 감정에 잘 좌우되는 것 같은데, 나의 지인은 연인과 헤어진 지 얼마 안 되어서 이 책을 읽는 바람에, 눈물 펑펑 쏟으며 보았다고 했었다.  나의 무미건조함과는 엄청 비교되는 감정들이다.

나는 그냥, 예쁘고, 소박한 책, 선물하면 가볍게 주고 받을 만한 책... 이 정도로 여겼는데 말이다.

그래도 아주 나쁘지 않았기에 파페포포 투게더도 읽었고, 이제 프라미스만 남은 셈이다.  이전 작품과 색이 비슷할 지, 전혀 다른 느낌일 지 궁금하다.  그렇지만 폭발적 관심은 아직 없기에 그저 생각중이다.  기회가 되면 보아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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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을 나는 그닥 신뢰하지 않는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문이 난... 이름을 떨친 데에는 분명 그에 맞는 이유가 꼭 존재했다.  이 책이 그러했다.

워낙 유명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치고는 안 읽은 사람이 거의 없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래서 지금도 꾸준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책이다.

소설적 구성을 보이지만 사실은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이다.  그가 실제로 은사로 모셨던 모리 선생님, 그 선생님이 루게릭 병에 걸려서 돌아가시기까지 모두 열 네번에 걸친 화요일의 만남.  그 시간동안 주인공은 인생의 변화를 겪는다.  그리고 그 변화는 혼자만의 몫이 아니라, 그가 만나는, 그가 거치는 사람들에게도 두루 퍼질 영향력을 갖고 있다.  바로 모리 선생님이 그렇게 만드신 것이다.

모리 선생님이 해 주시는 말씀들은 모두 약이 되는 말들이었다.  단순히 '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수사학적 교훈이 아니라, 인생의 참맛을 아는, 그리고 죽어가고 있기에 더더욱 삶의 귀함을 알고 있는 사람의 참 교훈이 담겨 있다.  그는 나약해진 육신, 혼자 힘으로 운신하기 어려운 제 몸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다.  도움을 청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님을, 미안해해야 할 것이 아니라 도움을 준 이들에게 고마워해야 함을 자연스레 전해 주었다.

나는 그가 스스로 장례식을 주관하면서 자신이 직접 쓴 유언장을 모두가 들을 수 있게, 그 자신도 청취자로 듣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장례식의 주인공은 죽은 사람이지만,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정황을, 그는 너무도 가볍게 바꿔버린 것이다.  금세라도 죽을 수 있는 사람의 장례식을, 당사자와 함께 치룬다는 것은, 그를 아는...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는 꽤 잔인한 형벌일 수도 있겠지만, 그 시간을 통해서 모두들 미래의 시간을 준비할 수 있었고,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고, 모리 선생님께 꼭 하고 싶은 말들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조심스런 얘기지만, 나도 머언 나중에 해보고 싶은 일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꿈과 이상, 그것들이 현실과 부딪치면서 좌절도 하고 방황도 하고 있을 때에 모리 선생님을 만났다.  가장 필요한 때에, 그는 최고의 스승을 만난 것이다.  그는 옛 시절을 다시 회고했고, 성인이 되어 자신이 포기한 꿈과, 자신이 내세운 변명들을 스스로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모리 선생님과 만난 시간이 쌓여가면서(동시에 모리 선생님은 죽어가면서) 그는 자신의 삶이 변화되어가고 있음을 인지했다.  가슴 아픈 것은, 그 달라진 삶을 모두 보여주기도 전에 모리 선생님과 이별해야 했던 것...

놀랍고 아름다운 스승이었다.  작가는 내비치지 않았지만, 그런 스승을 만난 제자 역시 좋은 스승의 제자될 자격을 갖추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비록 모리 선생님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뿌린 씨앗은 이제 전세계의 독자들을 울리며, 삶에 여운을 주고 감동을 주며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나의 삶 속에서, 모리 선생님 같은 분을 만날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선생님을 만날 제자의 자격을 갖추었을까... 나는 그같이 아름다운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이 머리 속을 맴돈다. 부러움과 부끄러움을 동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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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나무 왼쪽 길로 1
박흥용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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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박흥용씨의 책은 내 파란 세이버로 처음 만났다. 5권까지 보고 완결까지 못 봐서 오늘 문득 사고 싶어서 검색해 보니 품절이다(ㅡㅡ;;)

그 책이 갑자기 사야겠다고 생각된 것은 이 책, 호두나무 왼쪽길로를 읽은 여파였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도 몹시 인상적으로 읽었는데, 이 책도 그 감동의 연장선이다.

주인공 상복이는 호두나무가 수호신처럼 지켜주는 시골 마을의 꼬마로 살고 있다.  호두나무 왼쪽길은 큰 길로 질러가는 지름길이지만 공동묘지가 있어서 무서운 길이었고, 호두나무 오른쪽은 비잉 돌아가는 길인데 무려 4km나 된다.   학교에 지각하는 바람에 작정하고 질러간 호두 나무 왼쪽길은 눈물 바람이었지만 그래도 그 길을 다 걸어내고 나서의 성취감은 몹시 컸다. 

상복이는 어려서 돈 벌러 서울 간 어무이를 마나러 가는 게 인생의 목표였다.  초딩 시절에도 가출을 해서 어무이 찾아 30리 길을 걸어가다가 실패했고, 중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른의 키만큼 성장해서야 할머니는 진실을 가르쳐 주셨다.  남편이 죽고 일년 뒤에 바로 재혼을 시켰던 것.  상복이는 허탈해 한다.  배신감도 느끼고 절망도 한다.

아르바이트로 중고 오토바이를 고친 상복이는, 자신을 둘러싼, 에워싼, 굴레의 상징인 호두나무를 불살라 버리고 오토바이 여행을 시작한다.  서울로 갈 것인가, 남도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던 그는 그토록 염원했던 서울을 뒤로 하고 남쪽으로 내려간다.  그 여정 길에 그가 만날 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내가 본 내용은 1권뿐이다. 뒷 권은 현재 주문 중인데, 곧 도착할 테지...

고민많고 설움도 많은 상복이의 고민과 번민도 생각할 거리를 주지만, 그가 지나는 곳곳은 현대사의 질곡이 담겨 있는 땅이다.  빨치산, 목포의 눈물, 노근리 학살 현장 기타 등등...

그 잔인하고 무서운 현대사의 현장을 현지 주민들의 구수한 사투리와 온정과 함께 지면으로 옮기니, 체로 한 번 걸러낸 것 같이 순화된 느낌으로 다가선다.

작품의 말미에는 상복이가 지나간 여정의 현장을 사진으로 담은 컷이 실렸는데, 오히려 본문보다 읽는 데에 시간이 더 걸린다^^;;;;

작가 박흥용은, 결코 가벼운 작가가 아니다.  그는 역사를 담아내고 읽어내고 보여주기도 하지만, 만화라는 장르의 특성상 모두가 기대하는 재미도 결코 놓치지 않는다.  예쁜 그림체는 아니지만 사실적인 그림체가 나는 정겹기만 하다.  때문에 그가 일궈낸 작업과 작품의 수준에 비해서 인지도가 별로 높지 않은 게 그저 아쉬울 뿐이다.

오늘의 우리 만화상 등등 여러 상도 휩쓸었고, 작품이 해외에 수출되기도 하면서 수작을 인정받았는데, 그에 합당한 대우와 보상도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다음 편을 느긋이 기다려야겠다.  다 읽고 나면 또 감동이 새로울 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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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달엔 책을 세 번 밖에 사지 않았다.  기존의 구매 횟수와 비교하면 엄청 자제한 것.

그러다 보니, 적립금이랑 마일리지가 쌓여 있었다.  여기에 플래티넘 회원 할인권과 야시장 5% 할인권과 기타 할인 쿠폰을 모두 동원해서 책을 주문했더니...

53,000원 조금 넘는 금액이었는데, 최종 결제 금액이 13,000원 정도로 나왔다.

여기에 구매 마일리지가 들어오면 내가 쓴 돈은 아마 뚝 떨어질 것 같다.

컥.... 1+1 책까지 해서 모두 7권인데, 어쩐지 내가 날로 먹은 기분이 든다.

음하하핫, 그렇지만 기분 좋다.(ㅡㅡ;;;;)

내 마일리지고, 내 적립금이었건만 공짜로 책 산 느낌^^;;;;;;

알라딘의 중독성이 계속 절정에 오른다. 이러다가 내 컴퓨터 초기 화면이 되는 것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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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그 여자 2 -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일곱 도시 일곱 색깔 러브스토리 그 남자 그 여자 2
이미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편을 몹시 인상적으로 보아서 2편은 조금 기대를 하고 본 편인데, 아무래도 전편보다 재미가 많이 떨어졌다.

신선한 느낌도, 애절한 느낌도, 리얼한 분위기도 많이 떨어졌다.  그래도 표지가 따스한 분위기였고, 작가의 서문이 참 인상적이었다.  이런 글을 쓰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이는지 짐작할 수 있었고, 역시 '여행'은 사람의 정신을, 마음을 살찌운다고 혼자 고개 주억거리기도 했다.

혼자 하는 사랑이 얼마나 힘이 드는 지는 짝사랑 경험이 있어본 사람이라면 다 알 일이지만, 같이 하는 사랑도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나는 새삼 이 책을 보면서 깨달았다.

그래서 '궁합'이란 말을 쓰는 것일까.  사랑하는데도 잘 맞지 않고, 자꾸 어긋나고, 그래서 끝내 헤어지기까지 하는 연인들.  서로 죽고 못살 것처럼 굴어놓고도, 헤어질 때는 너무도 무섭게, 남남보다 못한 원수마냥 얼굴 붉히고 헤어지는 연인들도 주변에서 보게 된다.  그런 디테일한 연애 감정과 에피소드들이 이 책에 내려앉았다.

방송 대본이었기 때문에 딱 적정 페이지를 유지하고 그 이상 짧아지지도 길어지지도 않는 내용.

때로 그것이 발목 잡아서 더 진행되었으면 하는 내용이 부족하게 읽히기도 하고, 또 반대로 보다 길게 늘어진 글도 있기는 했다.

어쩌면, 그것은 읽는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서 다를 지도 모르겠다.  1권을 읽을 때의 나의 마음과 2권을 읽을 때의 나의 마음 상태가 많이 달라서 말이다.   더 외로울 때와, 덜 외로울 때, 혹은 갈급할 때와 전혀 무관심할 때의 감동이 분명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1권이 더 재밌었다. 사실 별점을 보건대, 나처럼 2권이 생각보다 조금 못 미쳤다는 사람이 꽤 있는 것 같다. 3권도 나왔건만, 볼 것인지 말 것인지는 조금 생각해 봐야겠다.  이소라의 음악도시마저 끝난 마당에 추억을 되살리는 의미로 결국엔 보게 될 것도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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