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을 나는 그닥 신뢰하지 않는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문이 난... 이름을 떨친 데에는 분명 그에 맞는 이유가 꼭 존재했다.  이 책이 그러했다.

워낙 유명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치고는 안 읽은 사람이 거의 없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래서 지금도 꾸준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책이다.

소설적 구성을 보이지만 사실은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이다.  그가 실제로 은사로 모셨던 모리 선생님, 그 선생님이 루게릭 병에 걸려서 돌아가시기까지 모두 열 네번에 걸친 화요일의 만남.  그 시간동안 주인공은 인생의 변화를 겪는다.  그리고 그 변화는 혼자만의 몫이 아니라, 그가 만나는, 그가 거치는 사람들에게도 두루 퍼질 영향력을 갖고 있다.  바로 모리 선생님이 그렇게 만드신 것이다.

모리 선생님이 해 주시는 말씀들은 모두 약이 되는 말들이었다.  단순히 '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수사학적 교훈이 아니라, 인생의 참맛을 아는, 그리고 죽어가고 있기에 더더욱 삶의 귀함을 알고 있는 사람의 참 교훈이 담겨 있다.  그는 나약해진 육신, 혼자 힘으로 운신하기 어려운 제 몸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다.  도움을 청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님을, 미안해해야 할 것이 아니라 도움을 준 이들에게 고마워해야 함을 자연스레 전해 주었다.

나는 그가 스스로 장례식을 주관하면서 자신이 직접 쓴 유언장을 모두가 들을 수 있게, 그 자신도 청취자로 듣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장례식의 주인공은 죽은 사람이지만,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정황을, 그는 너무도 가볍게 바꿔버린 것이다.  금세라도 죽을 수 있는 사람의 장례식을, 당사자와 함께 치룬다는 것은, 그를 아는...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는 꽤 잔인한 형벌일 수도 있겠지만, 그 시간을 통해서 모두들 미래의 시간을 준비할 수 있었고,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고, 모리 선생님께 꼭 하고 싶은 말들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조심스런 얘기지만, 나도 머언 나중에 해보고 싶은 일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꿈과 이상, 그것들이 현실과 부딪치면서 좌절도 하고 방황도 하고 있을 때에 모리 선생님을 만났다.  가장 필요한 때에, 그는 최고의 스승을 만난 것이다.  그는 옛 시절을 다시 회고했고, 성인이 되어 자신이 포기한 꿈과, 자신이 내세운 변명들을 스스로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모리 선생님과 만난 시간이 쌓여가면서(동시에 모리 선생님은 죽어가면서) 그는 자신의 삶이 변화되어가고 있음을 인지했다.  가슴 아픈 것은, 그 달라진 삶을 모두 보여주기도 전에 모리 선생님과 이별해야 했던 것...

놀랍고 아름다운 스승이었다.  작가는 내비치지 않았지만, 그런 스승을 만난 제자 역시 좋은 스승의 제자될 자격을 갖추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비록 모리 선생님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뿌린 씨앗은 이제 전세계의 독자들을 울리며, 삶에 여운을 주고 감동을 주며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나의 삶 속에서, 모리 선생님 같은 분을 만날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선생님을 만날 제자의 자격을 갖추었을까... 나는 그같이 아름다운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이 머리 속을 맴돈다. 부러움과 부끄러움을 동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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